[한섬칼럼] 협력사 갑질, 글로벌기업 요원하다
[한섬칼럼] 협력사 갑질, 글로벌기업 요원하다
  • 이영희 기자 / yhlee@ktnews.com
  • 승인 2016.08.19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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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기업과 협력사간의 진정한 상생은 요원한 것인가!
기업정신이 사라진지 오래다.
시장 선도기능과 도의적 책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함으로써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동반성장에 기여해야 하는 기업정신이 절실한 시점이다. 오래전 이미 ‘하청업체’라는 용어가 사라지고 ‘협력사’라고 부르고 있지만 브랜드사들의 인식도 완벽하게 바뀌었는지 의문이다.

올해 들어 부쩍 브랜드사가 협력사에게 부당한 클레임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었다. 수법도 다양하고 억지로 규정에 끌어다 붙여 지불금액을 30% 삭감한다든지, 현금을 지불할 터이니 어음 할인 기준에 맞춰 납품 후 대금을 깍아 지급하는 방법, 혹은 상습적으로 지불 시점을 계속 미루거나 분할하는 등 각 종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프로모션 전문 A(가칭)사는 최근 모 대형브랜드사로부터 당초 계약한 금액의 30%를 부당하게 차감 당했다. 브랜드사가 지정한 소재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자발생을 문제삼은 것이었다. 당초 브랜드사가 지정한 소재가 분명 하자가 발생할 것이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을 권유했으나 막무가내로 고집을 피운 담당자는 그 책임을 협력사에게 뒤짚어 씌운 것이다.

또 다른 B사는 당초 납기일에 브랜드사로부터 급한 일이 있으니 납기를 며칠만 미루라는 통보를 받았다. 본사가 지정한 날에 입고를 마쳤는데 대금지불날이 다가오자 “납기일을 어겼다”며 일정금액을 삭감하겠다는 일방적 통고에 아연실색하고야 말았다.

심지어는 물류센터에 납품담당자가 미니스커트나 쇼트팬츠를 입었다고 출입을 금지당하거나 납품을 받지 않는 웃지 못할 일들이 최근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사례는 기업경영자가 현업의 담당자들에게 협력사에 클레임을 적용할 것을 강요함으로써 억지춘향격인 여지를 만들다 보니 생긴 것이다.

대형패션사로서 ‘글로벌 종합패션기업’의 비전을 선포한 모 기업의 대표가 진행하는 정기회의 때 마다 진풍경이 벌어진다.

시장선도기능, 도의적 책임 기업윤리 상실
아직도 ‘하청업체’로 인식…클레임 적용 늘어
일반적 관행된 결재대금 지연, 삭감 행위
산업발전 근간 중소전문업체와 종사자
‘동반성장’ 실천해야 패션선진국 도약

각 사업부 본부장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협력사들에게 클레임을 적용, 생산비를 절감할 것을 강요하고 이에따른 실적(?)을 점검하기도 한다. 실예로 이 기업은 고위 임원들이 자주 바뀌는 것으로 유명한데 배경에는 이러한 원인들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이 기업의 전 임원이었던 모 본부장은 “ 오랫동안 나와 동고동락했던 협력사들에게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 부당한 클레임을 적용한다는 것이 몹시 불편했었다”고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협력사들에게 클레임을 걸어 대금을 삭감하면서 성장해 온 기업이 있다. 패션인이라면 누구나 떠올리는 바로 그 기업이다. 30여년 경력을 앞둔 본 기자의 경험에 비춰보면 이런 기업들은 대부분 현존하지 않는다. 즉 오래가지 못했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사정이 어려운 소규모 협력사들은 어쩔수 없이 계속 거래를 할 수 밖에 없도록 대금이 물려있는 경우, 결재를 받기 위해 계속 악순환을 이어가고 있다. 한때 패션뿐만 아니라 문화를 선도한다던 T사는 간부라면 누구나 협력사들에게 부당한 수수료를 요구하기로 유명했었다. 전체가 오염되더니 선도니 문화니 하는 명분이 무색하게 무너져 버렸다. 세계적인 브랜드를 초반에 도입해 와 전국 가두점상권에서 승승장구하던 S사도 마찬가지였다.

강산이 세 번도 채 바뀌지 않을 동안 본 기자의 시야에서 승승장구하며 부당한 행위를 자행하던 기업들이 한 순간에 사라져 갔다. 뿌리가 썩으면, 기업가 정신이 흐트러지면 결과는 불을 보듯 자명하다.

뿌리가 튼튼해야 산업이 성장하는 것이다. 패션산업의 뿌리는 미래를 끌고갈 인재이기도 하지만 협력사들의 발전도 중요한 축으로 볼 수 있다. 지속적으로 소재와 완제품을 개발하고 제안하며 전문가집단이자 프로들의 스튜디오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축소와 각종 악재에 놓여있는 현재의 유럽을 아직도 ‘패션종주국’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처럼 패션브랜드와 생산자, 디자인스튜디오 등 협력사들이 대를 물려, 세기를 넘기면서 동반자적인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해 오기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브랜드사의 대표들이 기업가 정신으로 중무장하고 실천함으로 협력사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진정한 동반성장’의 시대가 오기를 바랄 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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