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피플] ■ ‘카루소’ 장광효 디자이너 - “한국 역사, 문화DNA가 최고의 승부수”
[핫피플] ■ ‘카루소’ 장광효 디자이너 - “한국 역사, 문화DNA가 최고의 승부수”
  • 이영희 기자 / yhlee@ktnews.com
  • 승인 2016.10.28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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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화성행행 반차도’에서 영감…‘효(孝)’ 테마 패션쇼

후배 신진들에게 조언 한마디
“남을 위한 옷 뿐만이 아니라
자신을 디자인 할 줄 아는
반듯한 디자이너가 돼야“

“앞으로의 승부수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입니다. 역사를 알고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한국적인 것을 트렌드와 어우러지게 잘 표현할 때 제대로 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최근 2017S/S헤라서울패션위크에서 ‘효(孝)’를 테마로 컬렉션을 풀어낸 ‘카루소’의 장광효 디자이너<사진>는 패션쇼를 통해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유학파 신진들이 속속 서울패션위크에 진입하고 있는 요즘, 패션이 서양복식인 만큼 서구적인 표현력도 중요하지만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한국적인 것, 즉 우리문화와 역사에 대한 공부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번 장광효 디자이너의 컬렉션은 ‘화성행행 반차도’에서 영감을 얻었다. 조선시대 문화가 가장 융성하게 꽃피웠던 정조시대에 어머니 경의왕후(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맞아 아버지(사도세자)가 묻힌 화성(수원)으로 참배를 갔는데 그 거대한 행차를 궁중화원 김홍도가 그림 ‘화성행행 반차도’로 남긴 것이다.

“반차도에는 나인부터 호위군사와 문무백관이 임무와 품계에 따라 차례로 세밀하게 표현돼 있어요. 거기서 의복의 디자인이며 색상과 디테일을 살펴보며 심장이 뛰기 시작했죠”

앤딩 옷에서 끝단이 하늘거리는 장식은 혜경궁 홍씨의 가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또한 가슴에는 상궁들의 저고리에서 착안해 자수를 놓은 앞가리개 모양을 덧대었다. 전대 부분에는 화살의 과녁을 연상케하는 동그란 장식을 했는데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화살을 쏘곤 했던 정조를 연상하며 디자인했다고 한다. 도포처럼 셔츠뒤로 묶은 끈, 치마를 떠 올리게 하는 와이드팬츠 바지 등이 맥락을 같이 하며 실크, 노방, 색동 등 우리소재가 현대의상의 표현력을 한차원 격조있게 높여줬다.

“모델 중에 흑인이 있었죠? 이것은 조선시대 정조의 열린 마인드를 의미합니다. 정조는 정약용을 등용해 실용적인 학문을 연구, 전파하게 했고 단원 김홍도 같은 재능있는 화가를 발굴, 육성하기도 했지요. 인재등용에 있어 ‘포용과 개방’적이었던 정조의 사상을 나타낸 것이죠” 라며 표현의 도구들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모델들이 선글라스를 쓰고 나오는 부분 역시도 당시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안경을 썼던 정조의 모습에서 착안한 것이었다. 피날레에서 모델들이 해군모자를 쓰고 나오는 장면은 4천여명이 행차하는 반차도의 행렬의 현대적 해석이었음을 덧 붙였다.

매 시즌 한국적인 모티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장광효의 세련된 테일러링에 접목함으로써 한국의 하이앤드 남성복을 대변하고 있는 장광효 디자이너는 경찰유니폼 등 ‘유니폼’ 디자인도 해오고 있다. 근무복의 격식을 지키면서 멋과 스타일이 어우러진 장광효 디자이너의 유니폼은 이미 정평이 나있어 매년 다양한 분야로 이어지고 있다.

장광효 디자이너는 인터뷰 중간 중간 신진 후배들에 대한 염려와 조언을 했다. 외국의 유명디자이너에게서 영감을 얻고 그들을 멘토로 추종하는 것도 좋지만 현재 한국의 중견 선배들과의 교류와 멘토링을 통해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풍토가 조성됐으면 한다는 의견을 내 놨다.

“한류로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는 요즘, 한국적인 것 즉 우리의 DNA에서 비롯된 패션이야 말로 경쟁력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것을 글로벌하게 풀어낼 수 있을 때, 또 우리스스로 국내시장을 지키고 영역을 넓혀갈 수 있어야 신진들이 뿌리를 내릴 수 있습니다”라며 거듭강조했다. 국내 시장은 해외 브랜드에 내어주면서 신진들이 외국의 전시를 찾아다니며 전전긍긍해야 하고 단발의 오더에 만족해야 한다면 언제 자신의 토대를 구축해 나갈 수 있겠는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 백화점 등 유통들이 신진들이 뿌리내릴수 있게 차별MD를 해야 함은 물론 경험이 풍부한 선배들과의 진지한 교류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외국흉내만 내지 말고 한국사람다운 K패션을 실현하는, 정말 한국패션을 사랑하는 디자이너가 돼야 한다”고 신진들을 향한 충고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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