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 성기학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 - 글로벌화는 자연스러운 현상…“韓 섬유패션 영토확장 기회로”
[Power Interview] ■ 성기학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 - 글로벌화는 자연스러운 현상…“韓 섬유패션 영토확장 기회로”
  • 정기창 기자 / kcjung100@ktnews.com
  • 승인 2016.12.2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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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 글로벌 공급망 파트너로 급변하는 무역환경 대응과
ICT·엔지니어링 기술 접목해 국내 생산기반 부활시켜야죠”

- 한국섬유패션산업을 이끌어 가는 수장으로서 지난 2년 반 동안 노고에 감사하며 국제섬유생산자연맹(ITMF) 수석 부회장 취임을 축하 드린다. 회장님은 국내 산업 보호도 중요하지만 해외로 나가 한국섬유패션산업의 영토를 넓히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자주 언급해 왔다. 생산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해외로 빠져 나가는 시점에서 국내 섬유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이 바람직한가.
“섬유산업이 글로벌화되는 것은 산업 특성상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처음 영국에서 발달한 섬유산업은 임금이 저렴한 유럽, 미국, 일본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다시 쿼터, 특혜관세 요인으로 한국, 대만, 홍콩을 거쳐 중국, 중남미,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및 베트남 등으로 이전돼 왔다.

이런 흐름은 효율적 생산과 공급가격을 낮추는 방향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구축되기 때문이다. 공급망 구축의 고려요소는 임금은 물론 기술수준, 리드타임(lead time), 관세, 물류비용, 섬유쿼터까지 모두 포함된다. 영원무역의 방글라데시 진출은 인건비만을 고려했다기 보다는 현지 섬유쿼터와 관세특혜가 큰 요인이었다.

선진국에서 섬유산업을 부활시키는 것을 눈 여겨 봐야 한다. 섬유산업이 ICT, 엔지니어링 기술과 접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선진국은 자동화에 힘입어 자국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사례는 과거 섬유 소비국이었던 선진국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미국에서도 제조업 회귀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 섬유업계는 아직도 업스트림에서 다운스트림에 이르기까지 생산기반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ICT, 엔지니어링 기술 등으로 경쟁력을 높이면 내수, 수출 사업을 할 기회가 생긴다. 자동화된 시스템에서 스웨터를 생산한다고 생각해 보라. 우리 업계도 이런 융합을 통해 생산성 혁신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국내 봉제 생산기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봉제공장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살아 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우리 봉제공장은 소규모지만 합리적 엔지니어링에 기반한 자동화된 생산방식을 받아들이고 발전시켜야 한다. 대규모는 아니더라도 중간 사이즈로 규모를 키우고 자동화 시스템을 확대해야 한다. 2015년 가을쯤 동대문 봉제공장을 둘러보니 매우 영세하더라. 다품종 소량 생산형태로 숙련공 개인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적인 산업 엔지니어링 기술이 도입된 해외 대규모 공장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동대문 봉제업체 대표들을 영원무역 베트남 남딘공장에 초청해 라인구성, 작업공간 배치, 설비튜닝 및 개조 등 봉제라인의 혁신 시스템을 보여준 것은 그런 이유였다. 단순히 ICT에 연관된다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공장은 어느 정도 규모가 되고 전문적인 엔지니어링 기술에 기반한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만 비숙련공도 쉽게 생산라인에 투입시켜 숙련자와 결합해 유용하게 작업할 수 있다. 모듈화된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이다.

대규모는 아니더라도 약 2~300평 규모의 자동화된 재단공장을 협업공장 형태로 만들어 운영하는 방안도 좋을 것 같다. 엔지니어링 기술에 의해 자동화 수준이 높고 안전하며 청결한 근무환경이 제공되도록 한다면 비숙련공이 와서 일을 배우기 쉽고 섬유업계 이미지도 많이 좋아질 것이다.”

“글로벌 바이어, 아프리카 생산에 큰 관심…對美·EU 수출 생산전략 기지로 아프리카 고려할 시점”
올해 섬유센터 신축 추진 공식 천명 “국내외 인력 손쉽게 섬유공장에 유입되도록 정부에 강력히 건의”

- 섬산련 회장 취임 후 해외 섬유투자 조사단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졌다. 동아프리카지역 활동이 특히 많았다. 동아프리카는 우리 섬유패션산업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미국,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소싱기지로 아프리카 활용 방안을 검토해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 케냐, 에티오피아 같은 동아프리카 정부들이 투자환경 개선에 열의를 갖고 있는 상황이다. 이 지역에 대한 글로벌 바이어들의 관심도 확대되고 있다.

EU의 경우 에티오피아에 대해 ‘EBA (Everything But Arms)’ 관세 면제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국가들에 제공하는 ‘AGOA(African Growth & Opportunity Act)’ 관세특혜를 활용한다면 對美 수출 경쟁력을 어느 정도는 갖출 수 있다고 생각된다.

섬산련은 2015년 11월부터 다양한 아프리카 투자조사와 정보제공 활동을 추진해 왔다. 대표적으로 작년 6월에는 에티오피아 투자위원회(EIC)와 투자협력 MOU를 체결해 한국섬유기업들의 현지투자 기반을 마련했다. 또 케냐에 있는 ‘아프리카면화섬유산업연맹(ACTIF)’과도 협력 MOU를 체결했다. 아프리카 전역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새롭게 구축한 셈이다. 아프리카는 아직까지 동남아만큼 투자환경이 우수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바이어, 벤더기업들을 중심으로 앞으로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에서 아프리카의 역할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 한국을 둘러싼 대외적 무역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미 45대 대통령 당선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무효화되고 자국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이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대미 섬유류 수출도 일정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미 섬유류 수출은 크게 걱정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도 자국내 섬유산업의 공급망을 완성시키기 위해 한국의 투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또 면화를 포함한다면 미국산 섬유가 한국으로 상당량 수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정책으로 인해 국내 섬유산업이 결정적으로 불리해진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우리는 미국 등 선진국 시장과 협력해 해당 국가의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도움이 되도록 투자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국내에서도 섬유산업 자동화 수준을 높여 산업경쟁력을 높이고 FTA를 활용한 무관세 수출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또 필요하다면 제3 국가에도 진출해 효율적인 생산으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다면 현재의 불확실성에 대해 꼭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베트남에 투자한 기업들은 TPP에 많은 기대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있을 미국의 TPP탈퇴 선언은 실망스러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TPP가 발효되지 않더라도 득과 실을 따져보면 한국섬유산업이 크게 손해 볼 것은 없다고 본다. 영원무역도 대미 수출을 목적으로 양말공장을 국내에 세웠는데 막상 첫 수출은 유럽시장이 되더라. 그만큼 사업이라는 것이 예상대로만 되는 건 아니다.

한미 FTA 플랫폼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2017년 3월이 되면 한미 FTA 발효, 만 5년이 된다. 미국은 섬유류 수입시 최대 32%의 높은 관세율을 부과하고 있지만 한국산에 대해서는 대다수 무관세를 적용하게 된다.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들은 2018년 발효가 예상되는 EU·베트남 FTA 활용을 검토해야 한다. 특히 EU·베트남 FTA는 한국산 원단으로 베트남에서 봉제해 EU로 수출할 때 원산지 누적에 의한 무관세 수출이 허용된다.”

- 올 한해 한국섬유산업연합회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 계획에 대해 한 말씀 부탁한다.
“먼저 우리 업계 CEO부터 사원에 이르기까지 많은 교육과 정보제공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미 진행하는 CEO 포럼, CEO 비즈니스 스쿨, 해외생산 관리자 교육 등을 내실화한다. 해외 섬유동향에 대한 고급 정보를 파악해 세미나를 통하거나 온라인으로 전파할 생각이다.

세계시장 동향을 파악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거나 각 스트림별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도록 가능하면 많은 업체들이 해외 유명전시회에 참가·참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PIS(프리뷰 인 서울)는 섬유뿐만 아니라 기계에서 패션, 라이프스타일까지 포함하는 통합전시회로 확대·발전시킨다. 또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지역특성에 맞는 시장 개척단을 운영하고 한류대표브랜드협의회를 통해 국내 섬유패션업계의 글로벌 진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과 교포기업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들이 국내 기업들과 상호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연계하는 방안도 찾겠다.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 기회에 대한 정보를 적절히 제공하고 지원할 생각이다.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국내 생산현장에서 겪는 가장 큰 애로가 인력 확보다. 외국인력과 국내인력이 손쉽게 섬유공장에 유입될 수 있도록 정부측에 강력히 요청하겠다. 아울러 섬유패션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이며 글로벌하게 성장하는 산업이라는 이미지를 확산시켜 금융권의 자금지원, 국내 우수인력 확보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올해는 섬유센터 신축을 추진하겠다. 명실상부한 섬유산업의 중심이 돼 섬유산업, 기업간 시너지를 높여 한국 섬유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게 하겠다. 이를 통해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으뜸가는 섬유패션국가로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 바람이다. 업계와 정부 의견을 수렴하고 이사회에 상정해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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