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인사는 만사, 때(時)를 놓치면 안 된다
[한섬칼럼] 인사는 만사, 때(時)를 놓치면 안 된다
  • 정기창 기자 / kcjung100@ktnews.com
  • 승인 2017.03.10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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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학 한국섬유산업연합회장은 2014년 8월 취임, 잔여 임기가 5개월 가량 남았다. 당시 업계는 국내 섬유패션산업 최고 수장 자리를 두고 극심한 의견 대립에 시달렸다. 그러나 사분오열 된 업계 불협화음은 성기학 회장이라는 걸출한 기업인의 출현으로 수습 국면에 접어들면서 빠르게 체재를 정비했다. 거대한 산업변화의 물결과 급전직하하는 수출 실적, 날로 공동화돼 가는 국내 섬유생산기반 보존 등 현안이 산적했지만 적어도 소통과 화합이라는 면에서는 소기(所期)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성 회장은 對업계 뿐만 아니라 섬산련 직원들 의견을 수렴하고 업무를 파악하는 데 사흘간 12시간을 쏟아 부을 만큼 내부 소통에도 큰 의욕을 보였다. 그는 당시 회장취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섬산련에 자질이 좋은 사람이 많더라. 이 정도면 해 볼만 하다 싶다”고 말했다.

이런 이야기는 이후 각종 행사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됐다. 세계 시장을 종횡하는 글로벌 비즈니스맨 시각이기에 성 회장 평가는 나름 섬산련 조직에 대한 긍정적 시선을 유도하기에 충분했다. ‘공무원 조직 같다’는 따가운 바깥 시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임기 만료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돌아본다. 과연 성 회장은 생각대로 행동하고 실천했을까.

섬산련 임원은 총 3명으로 부회장 및 2명의 상무이사로 구성된다. 이중 부회장과 상무이사 1인은 산업부에서 내려오는 자리다. 이 자리가 빈 적은 없다. 문제는 내부자 승진 몫이 1년 넘게 비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사 방향은 오리무중이라는 점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의문은 “그래도 조직이 돌아가는데 문제가 없을까?”이다. 요즘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경쟁 체재에서 한국 섬유패션산업 백년지계를 책임지는 최고 단체 임원 자리가 이렇게 오랫동안 비어도 괜찮을까?

섬산련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인력 노쇠화 현상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한번 들어오면 여하한 사유가 없는 한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는 직원들의 사기와 업무능력 향상에 걸림돌로 작용해 ‘공무원 (같은) 보직’이라는 말이 회자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섬산련 인사 병목현상 심각
상무이사 자리 1년간 공석
인력구조 왜곡현상 개선해야
변화와 혁신, 인사에서 시작
적절한 보상 있어야 성과 기대


2011년 발간된 컨설팅 보고서는 섬산련은 고령평준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인력구조 왜곡 현상이 심각하다고 적시했다. 차장 이상이 전체 30%를 차지하고 10년 이상 근속자는 47%에 달했다. 당시 차장은 모두 부장이 됐고 이런 상황은 2017년 현재 더 심화된 상태다.

섬산련의 상위직급 병목 현상은 모든 직원들의 최대 불만 사항이다. 윗자리 한 개가 비면 아랫자리는 두 자리, 또 그 아래로는 세자리 등 연쇄적인 인사 이동이 일어난다. 조직에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불어 넣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직원들은 이를 회사와 소통의 기회로 삼아 조직 목표에 집중하며 성과를 낸다. 피라미드 조직에서 최상위 직급 변동은 활용하기에 따라 그 어떤 가용 자산보다 훨씬 큰 지렛대 효과를 갖는다.

지난 1년간 이 자리가 공석임에도 업무 수행에 큰 문제가 없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섬산련은 그 동안 필요 없는 큰 돈 드는 임원 자리를 수십 년간 보존해 왔다는 결론이 난다. 그게 결론이고 효율적 조직운용이라면 당연히 이 자리는 없애는 것이 맞다. 그러면 회사라는 것이 과연 교과서대로 능률과 효율만 따져 운용할 수 있는 조직인가.

인사적체에 대해 불만을 갖는 직원은 업무 능률이 떨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물며 공무원 조직 같다는 질타를 받는 섬산련이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환경에서 어떻게 혁신과 변화를 시도할 수 있을까. 지금 기자의 눈에 섬산련은 조로한 중년의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비친다.

인사는 만사다. 회사라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를 조화롭게 변주하는 경영능력의 상징이다. 실적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있어야 하고 시기도 적절히 맞아 떨어져야 주변에서 인정한다. 그런 면에서 성 회장은 마지막 ‘때(時)’를 놓쳤다. 많은 사람들이 상무이사 인사 시점으로 지난 2월의 섬산련 정기총회를 꼽았다.

성 회장은 취임 직후 섬산련 내부 조직에 큰 변화를 줬다. 각 부서장을 수평 이동하고 간부급 직원을 일반 팀원으로 발령 내는 등 긴장감을 줬다. 충격과 공포 정도는 아니지만 “글로벌 비즈니스 기업인은 뭔가 다르구나”하는 생각을 심어 줬다. 기자 간담회 당시 자켓을 벗어 던지며 기자들과 똑같은 의자를 가져다 달라고 하고 “구호경영은 노(NO), 실행이 중요하다”고 외친 파격이 신선했다. 성 회장 임기는 5개월 남았다. 뭔가 해 보려고 한다면 아직도 짧지 않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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