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부실인력 활개 더 이상 안된다
[한섬칼럼] 부실인력 활개 더 이상 안된다
  • 전상열 기자 / syjeon@ktnews.com
  • 승인 2017.06.2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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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업 확장 차 전문 경영인을 영입했는데 손대는 족 족 사고가 터졌다. 이 때문에 잘 나가던 회사가 문 닫을 위기를 맞았다.”(ㄱ섬유 A회장)

#2.“신입사원을 뽑아 공 들여 키워 놨는데 이름만 대도 알만한 업체가 연봉을 더 주겠다며 스카웃 해갔다. 기업에 필요한 인재는 자체 육성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애써 양성한 인재가 유출될 때마다 억장이 무너지는 배신감에 화가 치솟는다.”(ㄴ무역 B회장)

#3.“경쟁력 강화 차 버티칼 체제 투자에 나섰다. 그런데 이게 발목을 잡더라. 원단 전문이다 보니 이력서만 믿고 관리자로 뽑아 버티칼 체제 운영을 맡겼는데 사고뭉치가 따로 없었다. 인력을 검증 못한 잘못도 크지만 더 큰 문제는 부풀려진 스펙 아닌가.”(ㄷ섬유 C회장)

섬유업체 경영자라면 누구나 위 3가지 사례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더욱 분명한 것은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섬유업계가 인력난 속에 과당 스카웃과 부풀린 이력에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인력난 속 인력난’이라는 2중고가 섬유산업의 경쟁력까지 앗아 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진다. 그러나 위 3가지 사례는 없어지기는커녕 일상 풍속도처럼 더욱 굳건히 뿌리를 뻗어 내린다.

섬유업계 인력난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생산현장에서는 국내 신규 유입 인력이 없다보니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화 됐다. 더 나아가 외국인 근로자 고용 쿼터를 늘려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져 간다. 이는 공장 가동을 위한 근로자 확보차원의 1차적인 문제다. 그러나 생산 현장은 1차적인 문제를 풀지 못한 채 공장 문 닫는 사례가 잇따른다. 여력이 있는 업체는 발 빠르게 해외로 공장이전에 나선다. 국내 섬유생산 기반이 야금야금 사라져 간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발등의 불’이지만 근본적인 대책마련조차 없다. 바로 중간 관리자에 대한 인사평가다. 기업 모두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성장의 기회를 맞는다. 당연히 설비 투자와 인력 채용에 나선다. 이 때문에 맹점을 노출시키고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체적으로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없는 경우다. 당장 남의 회사 인력에 손짓을 할 수밖에 없다. 섬유업체 가운데 부풀려진 인사 스펙을 믿고 더 높은 연봉을 주면서 채용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그러나 그 결과는 허망하다. 더 나아가 기업의 명운조차 가르는 불상사까지 부를 정도다. 위 사례1·3은 이를 반증한다.

과당 스카웃에… 부풀린 스펙에…
인력난 속 인력난 ‘2중고’ 현실화
방치할 시 섬유경쟁력 상실할 판
섬산련, 대의원사 중심 인력 교차 체크
검증에 나서고 데이터 베이스화 시급

우리 기업 간 문화는 신뢰와 크로스체크 문화와는 거리가 멀다. 기업 간 인력의 교차 사용은 아예 꿈도 못 꾼다. 필요하다면 웃돈을 줘서라도 인력 빼돌리기 행태가 난무한다. 사례2가 전형적인 예다.

한마디로 폐쇄적이면서 전형적인 후진국 행태의 인사관리가 판친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는 매년 그 해 경기 40% 정도가 진행되면 트레이드에 휩쓸린다. 어떤 팀은 올해 우승을 위해, 또 다른 팀은 2·3년 후를 겨냥해 팀에 필요한 선수를 교환하는 제도다. 선수 트레이드와 선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구단주가 진다. 대상 선수에 대한 이력사항은 일부 부풀려지기도 하지만 철저한 자체 검증시스템으로 체크·보완이 뒤따른다.

섬유업계가 인력난 속에 함양 미달 인력 땜에 곤욕을 치르는 사태가 비일비재하다. 함양 미달 인력의 활개는 이미 국내를 넘어 해외에 진출한 국내 업체로까지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잇따른다. 업계 일각에서는 더 이상 방치할 경우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섬유산업의 경쟁력을 고스란히 깎아낼 뿐이라며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당장 업계에 만연한 ‘쓸 만한 인재가 없다’는 아우성은 이 현상을 더욱 부추긴다.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근로자의 행위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이력사항을 부풀리고 과도하게 능력을 과시하는 것은 사람의 욕심 자체가 끝이 없다는데 귀결된다. 더 큰 문제는 이를 근본적으로 방지하자는 업계의 목소리가 없다는 점이다. 사실 인재의 선발과 양성은 기업 자체의 책임이요, 고유의 몫이다. 어느 기업도 이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러나 건전한 산업 발전을 위해 인력 교차 체크와 검증은 당장 발등의 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열악하고 취약한 섬유산업 내 기업 환경 탓으로 돌리기엔 그 후유증은 더 큰 산업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늦었지만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섬유·패션 대의원사를 중심으로 인력 검증 시스템 확립과 양성화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시스템은 만드는 게 어렵지만 활용 여부에 따라 더 큰 시너지 창출에 기대를 높인다. 인력의 데이터 베이스화, 아직 늦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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