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ustrial 4.0/창간특집] ■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 “미래기업의 핵심은 가치를 전하는 것, 적응과 협력하라”
[Industrial 4.0/창간특집] ■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 “미래기업의 핵심은 가치를 전하는 것, 적응과 협력하라”
  • 정기창 기자 / kcjung100@ktnews.com
  • 승인 2017.07.1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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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욕망을 자극하라
이윤창출은 옛말…고객에게 어떤 옷을 줄 것인가
패션산업의 제조·유통 결합, 글로벌 시대 필수요건

-빅데이터 관점에서 최근 패션산업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소재 비중이 높아지고 유통과 제조가 결합하는 형태로 가고 있다. 세계적인 SPA브랜드가 들어오면서 로컬 브랜드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시장이 글로벌화되고 기술이 발전할수록 마진이 줄고 단가가 떨어졌다. 생산과 유통의 결합으로 재고가 줄어 단가는 낮아진 반면 마진은 합쳐진다. 이런 변화는 이미 SPA가 시도한 일이다.

패션에서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것도 보인다. 옷은 패션이라기 보다 ‘입다 버리는 것’으로 흐르니 퀄리티 이슈가 떠올랐다. 이제 본질적으로 ‘옷은 소재 아니냐’는 것을 말하기 시작한 거다. 소재 R&D로 시장을 선점해 움직인 게 유니클로 아닌가.

가장 두려운 건 이런 변화다. 미국 스티치 픽스(Stitch Fix)를 보자. 스타일을 등록하면 고객 취향에 맞는 옷을 보내준다. 마음에 들면 사고 아니면 다시 보내 달라는 식이다. 옷을 사지만 고르지 않고 가입하러 가는 것이다. 즉, 선택의 아웃소싱이다. 이렇게 되면 브랜드 특성 자체가 희미해 진다. 매출을 위해 점포를 만들고 사람을 고용하면 원가가 올라간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부동산, 인건비를 (극단적으로) 제로(0)로 만들게 된다. 결국 더 큰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 나중에는 유통과 제조를 합치는 걷잡을 수 없는 흐름이 생긴다. 그러면 스페인 자라보다 더 큰 회사가 나올 수 있다.”

(스티치 픽스는 고객이 자신의 스타일과 가격대를 등록하면(1단계) 취향에 맞는 옷 5벌을 배송해 준다(2단계). 고객은 마음에 드는 옷만 돈을 지불하고 나머지는 무료 배송으로 돌려 보낸다(3단계). 스티치 픽스는 현재 10만명 회원에 연 3000억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일명 패션업계의 ‘넷플릭스’로 불린다)

-전통적 의미의 패션기업은 수명이 다한 것인가. 그럼에도 패션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글로벌화와 FTA로 로컬 브랜드는 많이 약해졌다. 기존 패션기업 외에 아마존, 알리바바 등을 통해서도 수많은 브랜드가 나타나면서 예전처럼 경쟁력을 갖기 어려워졌다. 다양한 형태의 니치(틈새)와 소비자 취향이 나타나고 소득이 늘면서 생기는 반작용이다. 이런 현상이 로컬 패션사업자에 수혜가 될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더 많이 분산되고 산개된다. 단일 기업, 개별 브랜드 만으로는 예전 같은 위상을 갖기 힘들다. 특히 한국은 인구나 경제 규모상 불리한 여건이다.

예전에는 옷의 택(Tag)을 보고 레이블(Label)을 봤다. 이제는 오히려 촌스럽다고 여긴다. 요즘에는 무난하게 입고 믹스앤매치를 중시한다. 유니클로를 입고 버킨백을 드는 세상이다. TPO(Time Place Occasion)에 맞춰 결혼식이나 출퇴근, 운동할 때 다 다르게 입는다. 옷 보다는 사람이 강조되는 것이다. 어느 산업이나 이런 문제가 생긴다. 기존 산업들도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전세계, 모든 산업이 다 같은 상황이다.”

-소비의 변화가 제조와 유통의 변혁을 불러왔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이 실마리인가.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빅데이터 등 최신 조류가 합쳐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냈다. 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경쟁 추이와 운동장(play ground) 자체가 글로벌화 됐다. 스페인 옷이 한국에서 팔리고 일본에서도 팔린다. 기업들은 전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경쟁력을 가져야 생존 가능한 구도로 몰리고 있다. 필연적 과정이다.

IoT(사물인터넷)가 센서로 빅데이터를 형성하고 머신러닝이 이를 가공한다. AI를 알고리즘으로 생산 유통 등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바뀌는 것이다. 소비자 니즈가 생기면 기업과 조직은 이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고객이 원해야 자원이 들어가고 그 다음에 변화가 온다.”

-국내 패션기업은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소비자를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예전에는 업계가 카르텔 형태로 시장을 형성했다. 당해 트랜드를 예측하면 수요와 공급이 그쪽으로 집중됐다. 이제는 아니다. 소비자 니즈와 개성이 작게 분열(fragmented)되고 있다. 데이터를 통해 이런 흐름을 읽어야 한다. 예전에는 구매 후 POS(Point of Sales)시스템을 보는 게 고작이었다. 지금은 고객이 옷을 집었다 그냥 내려 놓거나, 몸에 대 봤다 다시 제자리에 놓는 이유들을 분석한다. 또 그 옷을 입고 어디를 갔는지도 본다. (소비자 행동은) 종합적 인식과 이해로 확장되고 있다.

이제는 고객 취향을 아는 데서 나아가 그 취향을 미리 얘기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당신을 더 잘 안다(I know better than you)’는 수준까지 왔다. (기업은) 당신의 취향 뿐만 아니라 당신과 비슷한 사람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면 사람은 무섭게 의존하게 된다. 지난 10년간 데이터를 보니 한국 소비자들 행태에 변화가 있더라. 옷 자체보다는 매칭이 중요해졌다. 전에는 백화점 가서 마네킹 옷 벗겨, 내가 입는 게 다였다. 지금은 하나씩 골라서 믹스시키고 취향에 따라 조합하는 세상으로 가고 있다.

지금까지는 자금, 정보 수집과 처리의 문제 등이 있었다. 내가 만든 옷을 소비자에게 내미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생활을 이해하고 파악해 수요에 맞춰야 한다. 대량 생산이 아닌 수요 맞춤형으로 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기에 생산·공급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미래 산업은 계속해서 전문화될 것으로 생각했다. 반대로 해체를 거쳐 광의의 의미로 융합되는 시대라는 뜻으로 들린다.
“유니클로와 자라는 전문화보다 (제조·유통이) 합쳐졌을 때 파워가 커진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기업의 방향 설정이 끊임 없이 원점에서 검토돼야 한다. 자동화가 극단적 수준까지 이뤄지면 아프리카 생산도 가격경쟁에서 밀린다. 반면 시장이 커짐으로써 설비구축 비용은 더욱 하락한다. 2014년에는 앞으로 현재 직업의 47%가 없어지는 것으로 예측됐다. 지금은 15년 이내에 85% 직업이 사라진다고 쓴 논문도 있다. 페이스북의 사람 얼굴 인식 알고리즘은 인간보다 낫다고 한다. 이런 시대가 열리면 몰랐던 일들이 생기게 된다.

기업이나 개별 조직의 최적화가 사회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문제는 굉장히 상반된 모순을 갖고 있다. 극단적 수준까지 엔지니어링(자동화·기계화)이 이뤄지면 기업은 돈을 벌지만 일자리는 없어지고 분배에 문제가 생긴다. 이는 인간이 사회제도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 국가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글로벌 규범으로 해결해야 한다.”

-기업들은 어디에 지향점을 두고 변화해 가야 할까.
“매출 1조원 달성 같은 액수나 규모에 따른 비즈니스는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고객에게 이런 옷을 주고 싶다’는 것이 출발점이 돼야 한다. 자기 가치와 헤리티지가 확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그러면 기업은 노동을 팔게 된다. 내가 하는 행위의 동인은 상대에게 가치를 주는 것이지 돈을 버는 게 아니다. 자본이 고도화될 수록 배금주의로 흐르고 익명성이 커질수록 돈이 목표가 된다. 그래서는 오래가는 기업이 될 수 없다. 상대방이 좋아하면 내 사업은 영원히 간다. 데이터는 고객의 욕망을 이해하는 수단일 뿐이다. 패션은 욕망의 산업 아닌가. 욕망은 제한될 때 커진다.

‘적응과 협력’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적응은 개체가 살기 위해 환경 변화에 나를 맞추는 것이다. 협력은 종의 생존을 위해 개체들과 합(合)을 맞추고 서로 노력하는 것이다. 적응만 강조되면 각자도생에 지나지 않는다. 서로 협력해서 같이 만들어야 할 상황으로 (시장의) 판이 커지고 있다. 또 관찰을 통해 소비자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 관찰의 목적은 판매가 아닌 배려다. 판매를 목적으로 하면 기업 논리가 우선한다. 정말 좋은 물건이 있으면 소비자들은 감춰도 사간다. 기업은 고객이 좋아하는 것을 준다는 원칙을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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