탠디 사태는 봉합됐지만...성수동으로 번지는 노사 대결
탠디 사태는 봉합됐지만...성수동으로 번지는 노사 대결
  • 정정숙 기자 / jjs@ktnews.com
  • 승인 2018.05.1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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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성수제화 절반 이상 생산하는 핵심지역
미소페, 세라 등과 또 다른 갈등 예고

한달 넘게 대립하던 탠디와 제화기술자들은 11일 새벽 2시경 4차 협상에서 극적 타결에 도달했다. 탠디는 이번 합의로 다시금 수제화 명가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게 됐다. 파업에 들어간 제화기술자들은 14일 전원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양측은 지난 10일 오후 2시부터 4차 협상에 들어가 밤샘 회의 끝에 저부와 갑피 공임을 각각 1300원씩 인상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이날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김형수 위원장과 탠디 정기수 대표는 합의서를 작성하고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양측은 ▲공임단가 저부와 갑피 각각 1300원 인상과 특공비 지급 ▲2018년 4월 4일 이후 제기된 민형사 소송 쌍방 취하 ▲5월 14일자로 전원 업무 복귀 등에 합의했다.

회사와 노조, 하청업체는 앞으로 협의회를 만들어 상하반기 각 1회 이상 개최키로 했다. 여기서 근로조건과 공임단가 등을 논의하게 된다. 이번 사태 핵심 쟁점인 공임인상은 해결됐으나 아직도 넘어야 할 난제는 남아 있다. 퇴직금과 직접고용 문제는 봉합되지 않은 상태로 남았다. 탠디는 직접고용의 경우 법률이 정하는 대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정기만 제화지부장은 "이번 합의는 원청과 하청, 노사가 근로조건 개선과 일감 차별 금지 등에 대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퇴직금와 소사장제 폐지(직접고용) 문제는 보류된 상태다. 추후 협의회에서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번 합의와 별개로 11일 오후 6시 30분 성수동 집회는 변함없이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정기만 제화지부장은 "성수동은 전반적으로 제화노동자 권리가 탠디 보다 더 낮고 환경이 열악하다"며 "미소페와 세라 본사가 있는 성수역에서 결의 대회를 강행한다"고 밝혔다. 백화점 수수료가 높은데 이번에 이 문제도 여론화 해 수수료율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통해 기업과 제화공들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성수동에 있는 미소페, 세라 등 대부분 브랜드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행사에 앞서 '탠디 하청업체 파업은 제화노동자 모두의 문제'라며 함께 모여 해결하자는 문자가 발송됐다. 미소페와 세라는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노사 양측, 한달 넘게 팽팽했던 대치
이번 사태는 탠디 5개 하청업체 소속 제화기술자들이 4월 3일 공임인상과 퇴직금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갑피와 저부 공임을 각각 2000원 올리는 동시에 법률에 준하는 퇴직금 지급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탠디 측은 정식 절차에 따라 하청업체 대표와 협상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파업을 철회하고 하청업체 대표와 먼저 교섭을 해 달라는 것이다.

4월 19일에는 새로운 국면이 펼쳐졌다. 원청과 하청업체간 임금문제에서 하청업체 사업주와 근로자간 ‘을對을’ 대립으로 비화하면서 3개 하청공장이 공장 문을 닫았다. 사태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4월 26일 제화공 47명은 탠디 본사를 점거하며 농성에 들어가며 시위가 격렬한 양상을 띄었다. 공임인상 및 퇴직금 요구에서 나아가 직접 고용 문제까지 도마에 오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격화될 듯 했던 파업은 11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4차 밤샘 협상에서 극적인 타결에 이르렀다.

■ 성수동 핵심 제조기반 붕괴 우려
11일 성수동 파업결의는 업계에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번 파업이 진정되지 않고 제화업계 전체로 확산되는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상황이다. 국내 수제화 브랜드들은 90% 이상이 국내 생산을 하면서 경쟁력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미소페, 세라, 고세 같은 중소중견 기업이 성수동에 자리잡으면서 지역 생산 기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산업진흥원(SBA)의 '성수 수제화산업 활성화를 위한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성수동에 있는 제화공장 중 절반이 넘는 53.5%가 여성화를 생산하고 있다. 2년 전과 비교해 임가공 업체는 크게 줄었지만 살롱화인 수제화 여성구두 생산량은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 여성구두가 유행에 민감하고 다양한 디자인과 맞춤형제작(굽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성수동 수제화 생산 기반이 우리나라 여성화 경쟁력 유지의 핵심 기반인 셈이다.

제화 브랜드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살롱화 브랜드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기업들이 국내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면서 퀄리티를 유지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소품종 대량생산하는 수입 브랜드는 시즌 초반 반짝 판매된다”며 “최신 트렌드에 맞는 상품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국내 생산이 경쟁력 유지의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수제화기업 관계자는 “제화기업들은 원가 500~1000원 아끼려고 구두를 외국에서 만들어오는 형편이다”며 “대부분 제화공장은 생산물량 감소로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수동의 우수한 제화생산 시스템은 해외로 나간 기업도 국내로 불러들이고 있다. 세라는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수제화 퀄리티가 높다고 판단하고 4년 전 중국에서 한국으로 공장을 유턴했다. 지금은 전 제품의 95% 이상을 한국에서 생산한다.

세라 관계자는 “중국은 한국보다 2배 이상 생산력이 높지만 퀄리티를 중시하는 수제화는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세라는 노후화된 수제화 생산 기반이 우려돼 10년 전 해외로 나갔지만 다시 국내 기술력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와 더불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 부담이 증가하면서 경영환경이 악화되면 중국으로 되돌아가려는 역유턴 기업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 직접고용도 책임져라...쟁점만 확대
노측은 공임인상과 퇴직금 문제에서 나아가 직접고용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제화업계 입장은 부정적이다. 정기만 민주노총 제화지부장은 “원청인 탠디가 컨트롤타워로서 고용문제까지 책임져야 한다”며 “직접고용은 월급제가 아니더라도 만드는 개수마다 공임을 받는 개수 임금제도를 원청에서 책임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에 민감하고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아웃소싱은 경영효율과 경비절감에 가장 강력한 대응 수단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서 원만한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강, 탠디, 소다, 미소페, 에스콰이아 등 국내 수제화 기업은 이런 상황을 감안해 직접 고용보다 하청업체에 주문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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