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5억 中 시장 ‘쯔보(直播, 중국에서 라이브 방송으로 상품을 파는 판매자) 경제’의 문이 열린다
2019년, 15억 中 시장 ‘쯔보(直播, 중국에서 라이브 방송으로 상품을 파는 판매자) 경제’의 문이 열린다
  • 취재부 / ktnews@ktnews.com
  • 승인 2019.01.0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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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드림’ 이루려는 중국 젊은층 동대문으로 대거 유입
중국내 라이브 방송으로 하루 수천만원~1억원까지 의류 판매
불황과 침체에 빠진 한국경제…중국 시장 개척할 新 산업영역

#1. 중국 길림성 출신의 양 쟈오(Yang Zhao·28)는 올해 28세의 젊은 청년이다. 2016년 11월 한국으로 건너와 동대문 시장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타오바오글로벌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에 온지 채 2년도 안된 시점에 그는 한국에 10명, 중국에 20명 등 총 30명 직원을 거느린 중소기업 대표가 됐다. 이전까지 양 대표는 중국의 한 음식점에서 점원으로 일했지만 지금은 타오바오글로벌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바이어로 성장했다. 그는 “중국에 있을 때 음식점에서 일했는데 주변에 한국 옷을 파는 가게가 워낙 많은 것을 보고 직접 한국에 와서 의류사업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2. 중국 사천성에서 여성복 판매 점원이었던 셩 타이(Sheng Tai·24)는 2017년 5월 한국 동대문에 들어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중국 소비자들에게 의류를 판매하는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제 나이 스물넷에 지나지 않지만 그 역시 직원 30여명을 거느리며 매달 동대문 의류 수만장을 중국에 판매하는 탑(top) 랭커(rankers)가 됐다. 통상 하루 6시간 동안 쇼핑몰 매장 3곳을 옮겨 다니며 생방송 하는데 이를 보는 중국인 시청자는 20~30만 명에 달한다.

중국 15억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국 물건을 직접 판매하는 ‘쯔보(直播, 중국에서 라이브 방송으로 상품을 파는 판매자) 경제’의 문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의류를 비롯한 패션상품을 취급하는 동대문 시장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동대문에서 활동하는 쯔보는 수천명에 달한다. 타오바오글로벌의 라이브방송 판매자(바이어)만 해도 1000여명에 이른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경제 규모는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인터넷으로 생방송을 통해 판매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바로 제품을 구매하는 이른바 라이브 커머스(LIVE Commerce) 시대의 도래다. 동대문 시장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쯔보는 의류와 패션상품을 주로 판매하는데 대부분 고용 인원이 한 곳당 최소 5~10명에 이른다. 위에 언급된 양 쟈오씨는 “매장 방문시에는 2~3명이 움직이지만 뒤에서 작업하는 인원은 신당동 사무실에만 10여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바이어(쯔보)는 규모가 아무리 작아도 사무 보조 인력을 따로 두고 있다”며 “중국에도 물품 분류와 배송을 하는 직원이 20여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타오바오글로벌 판매자 숫자만 따져도 이들이 한국에서 고용하는 인원은 줄잡아 최소 5000명이 넘는다는 추산이 나온다. 판매 금액도 어마어마하다. 상위권 판매자의 경우 하루 6시간 방송에 의류 수천장을 판다. 한 달이면 수만장에서 최대 10만장까지 팔고 있는 것이다. 라이브 방송을 보는 시청자는 판매자마다 다르지만 상위권은 하루 6시간 기준 20~30만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 11월 16일 동대문 도매 쇼핑몰 퀸즈스퀘어가 진행한 타오바오글로벌 라이브 방송에서는 하룻밤 새 기록적인 매출을 내는 스타 점포들이 발굴됐다. 값비싼 캐시미어 니트가 5분만에 1000장이 팔렸고 또다른 매장은 20만원 넘는 고가 다운을 150장이나 팔았다. 1회 방송에 3500장의 청바지를 판매한 매장도 나왔다.

약 410만명의 팔로워를 가진 대표적인 타오바오 라이브 진행자 웨이야(Weiya)는 작년 광군제 당일에만 약 540억원의 매출을 일으켰다. 이들의 활동 영역은 국가와 상품의 경계를 종횡으로 넘나든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판매자들이 동대문 시장과 의류아이템에 집중돼 있지만 지역적으로 미국, 일본, 중동 등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다. 취급하는 상품은 의류패션을 넘어 부동산(집), 자동차, 여행상품 등 품목을 가리지 않는다. 양 쟈오씨는 “전쟁이 있는 분쟁지역에서 목도리를 파는 바이어도 있다”며 “많은 중국 젊은이들이 이 직업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에서 라이브 방송을 통한 상품 판매가 활발해지는 현상은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트렌드 변화에서 기인한다. 이전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했지만 지금 세대는 손 안에 쥔 휴대폰으로 모바일 쇼핑을 즐기고 아울러 손쉽게 현금결재까지 하는 편리함이 있다.

한중을 무대로 라이브 커머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한중합작법인 ‘DMI네트웍스’의 박정규 공동대표는 “의류는 라이브 방송과 가장 잘 어울리는 품목”이라며 “동대문 시장에서 매일 쏟아져 나오는 신제품을 직접 입어보고 질문을 받아 답변까지 하는 쌍방향 소통이 장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결재기능까지 가진 중국 라이브 커머스는 새로운 산업영역이 되고 있다. 쯔보는 인플루언서와 쇼호스트와는 다른 제3의 시장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DMI네트웍스는 타오바오 라이브 방송으로 많을 때는 매출이 하루 1억원까지 올라가기도 한다고 한다.

깊어지는 불황과 경기침체의 돌파구로 라이브 방송을 통해 중국 소비자들에게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쯔보 경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DMI네트웍스 한재진 공동대표는 “라이브 방송은 실시간 소통으로 단순한 판매자와 소비자 관계가 아닌 상호간 팬덤(fandom) 관계가 형성돼 브랜드 파워가 약한 제품이라도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소비자와 쌍방향 소통을 강화하고 변화하는 트렌드를 주도하면 최근 반한 기류로 시장 개척에 애로를 겪는 15억 인구 중국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대문 출신 스타 디자이너 문군은 “현재 이 시장은 초기 단계”라며 “중국 뿐만 아니라 베트남 등 전 세계로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한국 상품이 해외 시장을 개척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정기창 기자 kcjung100@ktnews.com
/정정숙 기자 jjs@k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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