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워킹팩토리 - 한국 봉제산업에 인공호흡기 장착한 ‘코워킹팩토리’
코워킹팩토리 - 한국 봉제산업에 인공호흡기 장착한 ‘코워킹팩토리’
  • 최정윤 기자 / jychoi12@ktnews.com
  • 승인 2019.06.0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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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샘플·봉제’까지 원스톱 생산하는 실험모델 도입

작년 10월 서계동에 오픈한 코워킹팩토리와 패션메이커스페이스, 브랜드 이음은 디자인에서 봉제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만들어진 실습 공방과 협동조합이다. 한국봉제패션협회와 숙명여대 산학협력단이 힘을 모아 시작했고, 한국봉제패션협회(회장 이상태)가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코워킹팩토리는 대학을 졸업했거나 브랜드를 처음 시작하는 신진 디자이너들이 옷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데까지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이상태 한국봉제패션협회장은 “코워킹팩토리를 시작할 때만 해도 갓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디자인을 단지 종이에 그려내는 것으로 옷이 완성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몰랐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재학생들이 참여하는 ‘쏘잉 랩’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시장에 가서 원단을 구해오는 일을 줘도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학생들이 적었다고 한다.

대학에서 이론 위주로 배운 학생들은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면서 얻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코워킹팩토리와 한국봉제패션협회는 학교와 생산 현장 간 괴리를 메꾸는 중간 가교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

코워킹팩토리에서 기술을 익히는 수강생들은 원하는 때에 언제든 공방에 와서 작업한다. 실습공방에서는 기술을 익히는 중인 디자이너들이 선뜻 구매해 연습하기 어려운 기계들을 직접 다룰 수 있다. 이상태 한국봉제패션협회장은 종이에 그린 디자인을 옷으로 만들어내는 단계까지 한 곳에서 이뤄지는 시스템을 완성하고 싶다고 말한다.
코워킹팩토리에서 기술을 익히는 수강생들은 원하는 때에 언제든 공방에 와서 작업한다. 실습공방에서는 기술을 익히는 중인 디자이너들이 선뜻 구매해 연습하기 어려운 기계들을 직접 다룰 수 있다. 이상태 한국봉제패션협회장은 종이에 그린 디자인을 옷으로 만들어내는 단계까지 한 곳에서 이뤄지는 시스템을 완성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 회장은 “지금 신당동에서 샘플을 제작해주는 분들은 오랜 기간 작업하셨기 때문에 연령층이 높아 다음 세대가 그 작업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며, “현재 샘플 제작은 패턴과 봉제 두 명이 한 팀을 이뤄 하루에 두 개 정도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코워킹팩토리는 한 명이 모든 보조 업무를 배우고, 초중급반이 한 자리에서 협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팀원들이 모여 패턴부터 봉제까지 완성하는 그룹 시스템이 보편화되면, 미래에는 디자이너들이 단순히 원단만 들고 코워킹팩토리 같은 곳에 방문해 샘플 요청을 의뢰할 수도 있다. 또 코워킹팩토리에서 여러 기술을 익힌 수강생들은 바로 공장에 취업해 어느 파트에 배치되더라도 능숙하게 작업할 수 있다.

코워킹팩토리와 패션메이커스페이스는 이 곳에서 기술을 배우는 디자이너들을 지원하기 위해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고, 크라우드 펀딩으로도 판매한다. 숙명여대 졸업생들이 자기 작품을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을 패션쇼도 진행하고 있다. 이 곳에서 배출한 2명의 디자이너는 벌써 자기 브랜드를 내세워 본격적으로 옷을 판매하고 있다.

신동건(26) 디자이너는 에이랜드에서 ‘펜스인도제’ 브랜드 상품을, 최유리(38) 디자이너는 팝업스토어에서 ‘노리’ 브랜드 제품을 이 공방에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네이버 크라우드 펀딩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목표액 110%를 달성했다.

이 회장은 유통과 홍보 과정까지 연결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올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브랜드 ‘이음’이다. 봉제패션협동조합과 신진 디자이너가 함께 독특한 옷을 고품질로 소량생산한다. 디자이너들이 개성을 살린 디자인을 옷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코워킹팩토리에서 기술을 익힌 수강생들은 ‘이음’ 공장에서 ‘실습’ 개념으로 일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봉제산업에 유입되는 인구가 너무 적다며, 그 이유를 한국 사회가 ‘봉제’에 대해 썩 좋은 이미지를 떠올리진 않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한국 근대사회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공장에서 미싱을 돌리는 근로자를 경시하게 됐고, 이런 시선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남아있다”며, “작업환경이 쾌적하게 개선됐지만, 정부에서도 봉제 관련 창업에 큰 관심이 없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최근 일본 봉제 산업 견학을 다녀온 이 회장은 일본처럼 한국도 봉제 분야에 ‘국가공인자격증’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20대 청년들도 봉제 산업에 쉽게 뛰어드는데, 그 이유는 국가에서 급수별로 자격증 제도를 갖춰 최고 자격증을 딴 사람을 ‘명장’으로 대우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국가에서 인정한 ‘봉제 장인’이 없다.

이제 겨우 3년이 된 코워킹팩토리와 패션메이커스페이스는 정부가 1년 단위로 임대하는 공방이다. 이 회장은 “한 명의 디자이너가 안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게 숙련된 기술을 익히기까지 적어도 3년이 걸리는데, 매년 다음해 심사를 준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공백기가 아쉽다”고 한다. 당장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이 시스템이 안전하게 정착돼 디자이너와 봉제 공장이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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