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특성 무시한 ‘동대문 활성화 방안’ 문제 많다
동대문 특성 무시한 ‘동대문 활성화 방안’ 문제 많다
  • 정정숙 기자 / jjs@ktnews.com
  • 승인 2019.08.02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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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정부 지원·관심은 환영하지만 현실 반영 안돼 아쉬워”
“후속사업 생각해 정책을 포장하면 실패할 가능성 높아”

지난달 30일 오후 3시 동대문 쇼핑몰 롯데피트인 2층은 한산했다. 사드(THAAD) 문제로 한중이 갈등을 겪은 뒤 중국 관광객이 크게 줄었고 최근에는 그나마 보이던 일본 관광객들마저 악화된 한일 관계 영향으로 발길을 뚝 끊었다.

이 곳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사드 배치 이후로 중국 관광객이 줄고, 최근에는 일본의 혐한 분위기 영향으로 일본 관광객까지 줄어 지난 2주 동안 건물 전체가 조용했다”고 말했다.

동대문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QRS(Quick Response System)가 활성화된 패션의류 생산·유통 집적지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한국을 덮친 내수 불황과 최근 주변국들과 외교 및 정서 갈등이 겹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패션의류 생산유통 집적지인 동대문 전경. 동대문은 섬유패션 제조와 도소매업 종사자만 18만여명이다. 사드 문제로 중국 관광객이 크게 줄었고 최근은 그나마 보이던 일본 관광객들도 한일 관계 악화로 발길이 뚝 끊어져 빈 가게가 늘어나고 있다. 동대문 일대 3만 여개 점포 중 5000여개 이상 공실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의류 생산유통 집적지인 동대문 전경. 동대문은 섬유패션 제조와 도소매업 종사자만 18만여명이다. 사드 문제로 중국 관광객이 크게 줄었고 최근은 그나마 보이던 일본 관광객들도 한일 관계 악화로 발길이 뚝 끊어져 빈 가게가 늘어나고 있다. 동대문 일대 3만 여개 점포 중 5000여개 이상 공실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동대문 산업기반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지난 4월 ‘동대문 패션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개인맞춤의류 24시간 생산 시스템인 ‘위드인24(Within 24)’ 시범매장을 시작으로 2021년 이후까지 스마트 산업기반과 동대문 소재·생산·유통의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5단계 프로젝트가 핵심이다.

정책을 주도한 산업통상자원부가 작년부터 전문가와 업계 의견 수렴에 나설 당시만 해도 시장의 기대는 높았다. 당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동대문 시장은 서울시 또는 구청 등 지자체 차원의 관심과 지원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중앙정부가 나선다고 해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4월부터 시장의 관심은 급격히 수그러들고 있다. 관련 단체 및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현장의견 수렴이 부족한 밀어붙이기식 일방통행은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은 “동대문 활성화 비전은 대환영이지만 허약해진 산업 토대 강화가 먼저”라며 “현장을 더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실제 도움이 되는 세부 정책을 가다듬는 수정·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AI·스마트화 다 좋지만…시장에 맞는 정책 필요
동대문관광특구협의회 박중현 회장은 “(산업부는) 동대문 시장을 내용과 형태가 상관없는 다른 모델로 만드는 것 같다”며 “동대문 시장은 출발점부터 다르다”고 지적했다. 밀라노나 뉴욕과 달리 동대문은 현재 유행하는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신속히 공급하는 곳인데 이런 특성이 무시됐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기존 동대문 인프라를 어떻게 살릴지 먼저 논의한 후 특정 고가제품이나 디자이너 브랜드를 프리미엄급으로 분화해 가야 하는데 (정부 방안은 이를 고려치 않고) 새로운 것으로 덮으려 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IT기반 융합기술이 미래를 선도하는 흐름이기는 하지만 이에 앞서 현재 잘하고 있는, 충실하게 갖춰진 산업 기반을 더 탄탄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

남평화상가㈜ 박의식 대표는 “동대문에서 상가를 운영하고 싶은 청년에게 창업기회를 주고 기존 상인들에게는 점포를 활성화할 수 있는 재정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일자리가 창출되면 산업 토대가 강해져 동대문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박 대표는 정부가 저금리 창업자금을 대고 대출받은 사람은 은행에 적금을 들어 수년에 걸쳐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국산 원부자재 사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를 인증하는 제도 도입이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30~40년된 생산기술자에게 100%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생산했다는 ‘장인증서’를 주고 매장에 비치해 소비자 신뢰를 얻어야 한다”며 “동시 다발적으로 (불법 상품을 적발하는) 실시간 감시체제를 가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평화패션타운 한영순 상인연합회장 역시 “동대문 시장은 밀려오는 수입 제품으로 인해 품질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개별상가 차원에서는 어렵고 정부만 할 수 있는 전체 동대문을 아우르는 지원이 뒤따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취재에 응한 대부분 협단체 및 상인들은 현 산업부 활성화 방안을 환영하지만 실행 방법과 세부 계획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외국어대학교 백상진 교수는 “동대문 시장을 다시 활성화하려면 동대문 시장이 가진 특성을 살려야 한다”며 “후속 사업에서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정책을) 포장하기 마련인데, 있는 그대로 문제점을 바라보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도록 하려면 시민단체 같은 제3의 감시체제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정숙 기자 jjs@ktnews.com
/최정윤 기자 jychoi12@k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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