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대기자의 화판(化板)-2] 코오롱머티리얼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김종석 대기자의 화판(化板)-2] 코오롱머티리얼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 김종석 기자 / jskim118828@ktnews.com
  • 승인 2019.10.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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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먼저 사업철수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국내 화섬업계 작금의 분위기다. 내수경기는 좋지 않고 원단 경쟁력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여 있다. 원단의 경우 품질은 일본을 넘어설수 없고 가격으로는 중국에 뒤쳐진다. 제품은 경기 탓에 판매가 원활하지 않다. 제품이 팔려야 선순환 구조가 되는데 이마저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손익은 좋지 않아 기업에 부담을 주고 새로운 투자도 어렵다.

섬유인들 중 일부는 이미 전업을 하거나 투잡을 하고 있다. 악순환 고리에 들어선 게 오랜 전이다. 화섬업계도 조선업처럼 국가주도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다. 코오롱머티리얼이 원사사업을 철수했다. 동사는 사업철수 전에 한국화학섬유협회를 통해 협회차원의 조정을 제안했었다고 한다.

결국 조정이 되지 않아 철수했다. 화섬협회가 예전만큼 조정역할을 못했고 중재도 힘들었을 것이다. 기업별로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원활한 합의가 어려웠을 것이다.

협회가 있다는 것은 업계안에서 중재역할을 하라는 것이다. 관련기업 및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많은 일들을 한다. 그중 매년 작성하는 통계자료도 중요한 업무다. 통계자료가 의미가 있으려면 후속 정책이 따라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통계는 숫자 나열에 불과하다. 정부를 향해서는 상황에 맞는 정책제안도 해야 한다. 화섬업계 전반이 어려운 요즘 기업과 협회 양측 모두 손을 놓은 느낌이다. 협회장이 외부 인물인 것도 중재역할에 걸림돌이 되었을 것이다. 현황을 잘 알아야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업간 자구조정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부정책도 무용지물이다. 준비를 해두어야 열매를 따낼 수 있다. 오래전부터 화섬업계 구조조정에 대한 얘기는 많이 나왔다. 단지 손을 들고 나서는 사람이나 단체가 없었다. 이제 누군가는 나서서 조정을 시작해야 한다. 기업간 합종연횡이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염료업계와 같은 일이 반복된다.

국내 염료업체는 대부분 사라졌다. 거의 없다 라는 표현이 맞다. 중국과 가격 경쟁력에 밀려 도태되었다. 화섬업계에도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2018년 기준 한국화학섬유협회 통계자료를 보자. 국내 나일론 생산능력은 6개 업체 합산 20만 4000톤, 중국의 1/40 수준이다. 폴리에스터는 11개 업체 합산 76만톤, 중국의 1/55 수준이다. 중국과 비교하면 중국의 1개 업체 생산능력이다. 생산원가 측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생산능력 대비 생산량을 보자. 나일론의 경우 44%, 폴리에스터는 78% 수준이다. 결국 생산설비 일부를 놀리고 있는 것이다. 생산원가는 높아지고 손익은 더 나빠진다.

원사의 경우는 각 기업별로 중합시설을 가지고 있다. 생산능력 대비 50~70% 생산량이면 기업간 사활을 걸고 합종연횡하여 중합시설을 합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경쟁력이 없는 제품은 과감히 스크랩해야한다. 섬유인들이 들으면 웃을지도 모른다. 종사자들의 아픔을 간과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화섬업계가 살아남아야 다음을 생각한다. 업계생존 문제다.

기업간 경쟁력 있는 제품을 먼저 정하자. 대표품목을 정하는 것이다. 다음에 기업간 윈-윈 할 수 있는 합종연횡은 어떠한가. 비슷한 품종을 개발 생산하면서 치킨게임을 하지말자는 것이다. 정번품은 그대로 생산하되 차별화, 특수사를 늘려야 한다. 다들 알면서도 실행에 옮기는 게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해야 한다.

당장 차별화 제품을 생산하지 못한다면 용도에 맞는 맞춤제품 생산은 어떠한가? 정번품의 경우 제직용 제편용 후가공용 등으로 나누어 불량률을 최소화하자. 물론 기업간 합종연횡이 전제조건이다.

화섬은 장치산업이라 단시간에 되지 않는다. 많은 자금이 필요하고 시간도 필요하다. 지금의 내수경기로는 투자를 하는 게 쉽지 않다. 정부의 입체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정책이 필요하고 자금지원이 되야 한다.

특히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차별화 제품은 지원해야 한다. 당장 어렵다고 미래를 포기하는 건 바보같은 행동이다. 국내 섬유업계에 종사하는 고용인원이 100만명에 이른다. 일괄 자동화된 공정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 고용창출 면에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만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화섬업계를 주시해야 한다. 이미 늦었을 수 있지만 변화가 필요한 곳에 포기는 이르다.

개발을 담당하는 모직원의 자조섞인 말이 기자를 마음 아프게 한다. “나일론은 경쟁력이 없어요. 하지만 누가 먼저 철수할 때까지 버티면 될 것 같고, 폴리에스터는 차별화비율을 높이면 승산은 있을 것 같아요. 대신에 생산능력은 기업간 조정을 해서라도 줄여야죠.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철수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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