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수정의 밀라노 스토리 (6)] 밀라노 예술·패션인들의 사랑방 ‘아르마니 리브리’
[차수정의 밀라노 스토리 (6)] 밀라노 예술·패션인들의 사랑방 ‘아르마니 리브리’
  • 편집부 / ktnews@ktnews.com
  • 승인 2019.12.3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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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마니가 운영하는 호감도 높은 전문 북 스토어
獨예술전문 출판사 ‘쾨닉’ 디렉팅 받아 전문성 높여

매년 이탈리아의 연말 분위기는 10월 중순경부터 슈퍼마켓이나 동네 곳곳의 베이커리에 진열된 이탈리아 북부 전통 크리스마스 디저트 빠네토네(PANETTONE) 미니어처를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이탈리아인들에게 익숙한 이런 일상의 무드는 한 해가 지나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하고 새해를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자연스럽게 만든다. 서양에서 가장 중요한 명절 중 하나인 크리스마스를 시작으로 연말을 지나 새해 1월 첫 주까지, 거의 2주 동안의 휴가를 앞두고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질수록 분위기는 극대화된다.

이탈리아 대부분 섬유생산업체들은 오더 생산과 배송을 마친 뒤 곧바로 시작하는 크리스마스 휴가부터 1월 6일 한국의 어린이날에 해당하는 에피파니아(EPIFANIA)까지 연말정산과 공장내 기자재 정리를 목적으로 2주 정도 회사 문을 닫고 휴가기에 들어간다.

대신 패션 브랜드 업체들은 1, 2월에 있을 패션위크 기간을 대비해야 하는 이유로 크리스마스와 새해의 짧은 연휴를 제외하고는 새 컬렉션 샘플링을 위해 강도 높고 바쁜 일정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새해와 함께 샘플이 타이밍에 맞춰 디자인실에 도착하면 쇼(Show)나 프레젠테이션에 필요한 모든 준비작업에 들어가고 중소 브랜드는 룩북 등 트레이드쇼나 쇼품에서 판매될 컬렉션의 모든 자료 준비를 시작한다.

굳이 패션업계의 연말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휴가를 기다리며 가족 친지에게 선물할 아이템을 찾아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이로 인해 12월 중순경부터 밀라노 시내는 항상 붐비고 어디서든 심한 교통체증으로 혼란이 빚어진다.

그 중 얼마전에 들른 서점 아르마니 리브리(Armani Libri)에서도 어김없이 선물할 책을 고르는 사람들로 가득 차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2000년대까지만해도 밀라노 시내에는 예술과 패션관련 서적을 다루는 전문서점이 여러 군데 있었지만 2008년경 불어 닥친 경제위기 이후 몇몇 서점은 문을 닫거나 대형 체인 서점과 통합되면서 전문성을 잃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전문 서점에 잠깐 들러 필요한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하나 둘씩 사라져가는 사실이 안타깝다. 인터넷 속 여러 매체에서 손쉽게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들이 오래되고 전통 있는 서점들의 직간접적인 폐점 원인이 되고 있어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아르마니 리브리도 개점 이후 최근까지 시장 상황에 맞는 많은 변화를 거쳐왔지만 다행히 자기 성격과 전문분야를 꾸준히 지켜온 서점 중 한 곳이다.

밀라노 패션 거리의 한복판에 위치한 아르마니 건물은 굳이 옆에 자리한 특급 아르마니 호텔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멀티스토어 내에 위치한 아르마니의 여러 브랜드 부티크, 아르마니 카페, 플라워샵, 일식당 등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아르마니 특유의 미니멀하면서 고급스러운 내부인테리어로 호감도가 아주 높은 서점 중 하나다.

아르마니 리브리는 이름에서 보듯 2000년에 오픈한 만조니 거리의 아르마니 멀티스토어 내부 꼭대기층에 자리잡은 작은 북 스토어다. 스칼라 근처 밀라노 최고의 예술패션 분야 서점이었던 밀라노 리브리(MILANO LIBRI)의 디렉션을 받아 아르마니에서 직접 경영하던 작은 북 코너가 시작이었다.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2010년 독일의 예술관련 서적 전문 출판사인 쾨닉(KONIG)과 파트너십을 시작으로 아르마니 스토어 1층 독립적인 공간으로 이동하며 전문서점으로서 모습을 새롭게 갖추게 됐다.

쾨닉의 전문 디렉팅팀은 서적 컬렉션과 가격의 폭을 넓히면서 더 넓은 소비자층을 확보하며 쉽지 않은 서점 운영을 성공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서점 이름에서 오는 패션과 디자인에 국한된 책만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여전히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쾨닉 출판사가 유럽 전 지역에서 판매하고 있는 현대 미술 관련 서적이 입구부터 크게 눈에 띄는 만큼 많은 예술 애호가들이 자주 서점을 찾고 있다.

아르마니 리브리 매니저 가브리엘라 파트로네(Gabriella Ptrone)씨는 서적 디지털화로 인한 급격한 변화를 여러 부분에서 실감하고 있지만 지면에 인쇄된 사진, 일러스트에 대한 고객들의 여전한 선호도를 예로 들며 서점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은 신뢰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패션, 예술 분야 전문직 종사자들이 영감을 얻기 위해 여전히 많이 찾고 있고 보통 고객들 비율도 높다고 말한다. 또 여러 형태의 광고와 사회적 변화에 따라 자주 변화하는 소비자들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재빨리 유행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 변화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이 서점에서 차자 볼 수 있는 서적은 내용이나 가격대에서 생각보다 광범위하고 잘 셀렉션(selection) 된 치밀한 구성을 엿볼 수 있다. 모든 시대의 스타일 아이콘을 소개하는 책에서 최신 트렌드를 보여주는 가구, 인테리어 서적까지 그리고 1000유로가 넘는 고퀄리티 출판사의 희귀서적에서 5유로 안팎의 로코스트 서적까지 고를 수 있는 책은 끝없이 다양하다.

오픈 당시 패션 관련자들을 위한 북샵 같은 한정된 이미지를 벗어나 어느덧 20여년이 지난 오늘날 꼭 전문 분야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연말을 함께할 만한 책 한권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아르마니 리브리는 어느덧 아르마니 멀티샵에서 부담없이 예술 세계에 빠져들 수 있는 독보적인 공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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