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서교동 뒷골목 오뎅집을 찾았다
퇴근길, 서교동 뒷골목 오뎅집을 찾았다
  • 정기창 기자 / kcjung100@ktnews.com
  • 승인 2020.02.2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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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남편과 천연염색장인 아내의 그 곳

한파가 내린 1월, 퇴근 후 인적이 드문 서교동 뒷골목 오뎅집을 찾는다. 홀과 주방을 나눠 주인 내외 두 분이 운영한다. 정감 있는 분위기와 깔끔한 맛에 자주 찾는다. 냄비오뎅(10,000)에 사케잔술(4,500) 한잔을 주문하고 테이블 바에 앉으면 제일 먼저 알록달록 열대어가 헤엄치는 대형 수족관이 눈에 들어온다. 반 백의 긴 머리칼을 뒤로 질끈 묶은 남편이 취미로 한다는 관상(觀賞) 실력이 수준급이다.

음식이 오기 전 잘게 썰은 대파가 넣어진 도자기 컵이 먼저 나온다. 이 컵에 뜨거운 오뎅국물을 부어 마시면 상큼한 파향이 코 끝에서 아른거릴 터다. 옆으로 눈을 돌리면 90년대 언저리 황학동 거리 풍경을 담은 흑백 사진이 45인치 대형 TV모니터에서 연신 돌아간다.

남편은 20년간 전업 사진작가를 하다 10년전 아내와 일본으로 건너가 5년을 살고 돌아왔다. 그리고 여기서 장사한지 벌써 5년이 됐다. 개인 사진전만 4회를 연 프로작가다. 지금도 시간 날 때 틈틈이 작품활동을 하는 현역이다. 주방에서 일하는 아내 역시 범상치 않다. 천연염색 장인이라니. 대내외 공모전에서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다고 한다.

이 집에서는 튀김 안주를 지나칠 수 없다. 바삭한 식감과 맛도 일품이지만 그보다는 함께 나오는 카사바칩 때문이다. 가장 완벽한 음식으로 회자되는 열대지방 구황작물을 감자칩처럼 얇게 슬라이스 해 튀겨냈다. 식감은 좀 더 여물지만 씹을수록 고소해 감자칩과는 또다른 맛이 난다. 취하지 말자. 맛과 분위기가 먼저다.

문을 나서니 들어갈 때보다 오히려 나올 때 더 잘 보이는 이백(李白)의 장진주(將進酒) 싯구가 문간에 걸려 있다. “여이동소만고수(與爾同銷萬古愁).” “그대와 함께 더불어 만고의 시름을 풀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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