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은 문닫는데…휴직 말도 못 꺼내고 벙어리 냉가슴
공장은 문닫는데…휴직 말도 못 꺼내고 벙어리 냉가슴
  • 김영곤 기자 / ygkim@ktnews.com
  • 승인 2020.04.2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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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으로 치닫는 대구경북 섬유경제
3년전과 비교해 오더 1/10로 급감

에어제트와 자카드 직기 50여대를 갖춘 대구제직 업체 A사는 3월 이후 공장 문을 닫고 휴업 중이다. 총 20명이 근무하는데 사무직 4명만 남아 따로 임시 건물 4층에 별도 사무실을 마련해 일하고 있다.

작년 매출 100억원을 올린 이 회사는 2, 3월 생산물량이 연이어 취소되면서 7~8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 1년 잘 운영해도 영업이익이 5억원인데 이미 남은 기간 공장을 풀 가동해도 이익이 나오지 않는 구조로 진입했다.

최근 휴업이 늘면서 염색단지 전체의 유동인구가 줄었다. 평소와 달리 길가 주차공간도 여유가 있다. 사진=김영곤 기자
최근 휴업이 늘면서 염색단지 전체의 유동인구가 줄었다. 평소와 달리 길가 주차공간도 여유가 있다. 사진=김영곤 기자

대구와 경산에 직기를 운영하는 B업체도 최근 가동율이 60~70%를 오르내리고 있다. 다른 곳과 비교하면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6월부터는 공장 가동을 완전히 멈춰야 할 상황에 놓였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출 길이 막히면서 생산용 원자재를 보름치만 확보해 둔 상태라 주문이 들어와도 이를 소화할 수 없는 상태다. 최근 신규 거래처로부터 5만야드 오더 의뢰를 받았지만 5월중순까지 오더를 확정하지 않으면 공장 가동을 멈출 계획이라고 통보했다. 재고 리스크 없이 원자재를 들여올 최소한의 시간적 여유를 두지 않으면 공장을 돌릴 수 없다는 뜻이다.

회사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K이사는 최근 공장 방문을 꺼리고 있다. 다음 달부터 가동을 멈추고 직원에게 휴직을 권고해야 하는데 면목이 서지 않아 아직 말도 못 꺼냈다. 어려울 때 회사와 함께 동고동락한 직원들에게 휴직을 어떻게 이야기할지, 현장으로 가서 직원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는 고충이 숨겨 있다.

이미 경쟁 제직업체들은 시장에서 속속 철수했다. C사, D사 모두 직원들을 내보내고 가동을 멈춘 상태다. 이미 주문량이 3년 전 대비 1/10 이하로 오더가 준 상태에서 이제는 결론을 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 염색업체, 언제 문닫느냐 기로
염색업계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휴업과 폐업사이에서 갈등하는 업체들로 가득하다. 대구 지하철 3호선 공단역에서 염색단지에 이르는 길은 평소 생지와 완제품을 싣고 이동하는 차량이 빼곡했던 거리다. 그런데 염색단지 내 트럭은 거의 보이지 않고 중간 중간 공장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공장 가동율은 50%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30여개 업체는 일주일에 사흘만 일하고 문을 닫고 있다.

다행히 2월, 3월까지는 기존 오더로 설비를 가동했지만 4월부터는 미주·유럽 오더가 취소되고 받아 놓은 물량도 없는 상태다. 굵직한 염색업체마저 가동을 멈추고 휴업에 들어갔다. 최근 대형 염색업체 9곳이 휴업한 상태이며 갈수록 더 늘어날 것이라는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조합관계자는 “공장 가동율이 떨어지다 보니 고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청년 일자리 및 중장년 일자리 지원 프로그램조차 기준 근무시간이 줄다 보니, 대구시의 지원금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대구시에 건의를 했지만 아직 명확한 회신이 없다”고 위기감을 토로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유언비어도 나돌고 있다. 최근 몇 주 전부터 열병합 발전소를 단축 운영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공단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구조적으로 있을 수 없는 소문에 불과하다. 다시 재가동하려면 비용이 워낙 커서 단축 운영이 이루어 질 수 없는 시스템이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섬유업체 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수출 오퍼상 사장이 자금 결제 및 융통에 한계를 느끼고 해결책이 나오지 않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내용이다. 

■ 정부지원도 없어 사면초가
더욱 심각한 것은 당장 지금보다 하반기가 더 암울해 보인다는 것이다. 내수 오더가 절벽인 상태에서 수출에 기대를 하고 있지만 미주·유럽이 언제 오더를 진행할 지 예측이 안 된다는 것이다. 곧 코로나19상황도 종식되고 경제활동이 재개된다는 희망 회로를 돌려봐도 실제 오더 발주는 9월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의견이다.

그 때까지 버틸 업체가 거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미 섬유업체들의 자금난은 최악으로 내 몰렸다. 해외 바이어들이 일방적으로 결제를 지연해 현금흐름이 최악인 상태에서 오더 취소로 인한 재고로 자금의 대부분이 묶였다. 대금 지불이 지연되고, 완성품 선적 연기 및 취소 등으로 인한 자금 회전이 악순환의 고리로 엮여 있는 상태다. 

정부의 지원도 찾아볼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섬유업계가 어려운데 이렇다할 정부 지원이 없다. 외부 변수에 의한 매출 부진인데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다”며 “업체 대부분이 올해 상반기를 넘기기도 어려울 만큼 힘든 상황이다. 섬유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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