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투비디지털 이길헌 대표 - DTP(디지털 텍스타일 프린팅)의 전설, 그가 ‘공유경제’로 돌아왔다
■ 비투비디지털 이길헌 대표 - DTP(디지털 텍스타일 프린팅)의 전설, 그가 ‘공유경제’로 돌아왔다
  • 정기창 기자 / kcjung100@ktnews.com
  • 승인 2020.05.1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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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염은 자본·노동집약산업, 공유공장 출현은 필연
높은 인건비·환경규제장벽 넘으려면 DTP가 대세

이탈리아는 DTP(Digital Textile Printing)의 본고장이다. 10인 미만의 가족 형태로 운영되는 가내수공업 기업이 섬유산업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때문에 다품종 소량 생산에 적합한 디지털 날염 프린팅 도입이 여느 국가보다 빨랐다. 미리 디지털 설비를 들인 탓에 높은 인건비에도 불구하고 날염 제품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은 세계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이탈리아가 발빠르게 디지털 날염 설비를 도입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전적으로 이길헌 대표의 힘이 컸다. 이 대표는 2004년 당시 이탈리아에 머물며 1년만에 200여대의 DTP 기계를 팔면서 이탈리아 섬유산업에 혁신을 몰고왔다.

그리고 한국 토종 DTP장비 기업인 ‘디젠’을 이 분야 국내 1위 기업으로 이끌며 전체 매출의 90%를 해외로 수출하는 강소기업으로 키웠다. 이 대표는 2018년 10월 디젠 경영권을 넘기고 1년의 공백을 가진 후 작년 11월 비투비디지털(b2b digital) 대표로 다시 현업에 복귀했다. 이번에는 세계 최초일지도 모르는 ‘공유공장’이다.

-비투비디지털은 어떤 회사인가.
“디지털 텍스타일 프린터 및 프린팅 전문 기업이다. 인천 공장은 기계를 생산하고 서울 양평동 사업장은 공유공장으로 운영된다.”

-공유자동차, 숙박, 주방은 이미 친숙하다. 공유공장은 처음 듣는다.
“날염은 자본과 노동집약산업이다. 제대로 하려면 최소 500평 부지에 30~40명이 필요하다. 스크린 날염은 기계 한 대에 2~3억원이나 한다. 이런 값비싼 장비와 인력을 갖기 힘든 사람들이 일정 사용료만 내고 직접 기계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패션을 전공하고 나만의 디자인으로 제품을 만들고 싶은 사업자, 자기 개성을 살려 집에서 쓰는 커튼이나 식탁보를 만들고 싶은 사람 등 누구나 타산에 맞게 설비를 이용할 수 있다. 공유공장은 ‘목화밭’ 브랜드로 운영된다. 앞으로 프랜차이즈화 할 계획이다.”

-왜 공유공장인가. 
“한국섬유산업 규모는 세계 7위다. 원사에서 제직, 편직, 봉제, 디자인까지 전후방 산업이 고르게 발달했다. 역설적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한국의 스크린 프린팅 기술이 오히려 디지털화를 막고 있었다.

이탈리아를 보자. 2004~6년 당시 DTP는 하루 100야드 찍어 내기도 버거웠다. 샘플만 만드는 수준으로 알았는데 넥타이, 스카프 업체들이 반색을 하더라. 넥타이의 경우 야드당 4장이 나오는데 구찌 같은 명품 기업은 한 디자인으로 50~100개만 만든다. 하루 100야드면 하고 싶은 거 다 찍는다. 1년만에 200대를 팔았다.

한국은 인건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 현재 상태로는 오래 못 버틴다. 날염공장은 제조원가 중 인건비 비중이 가장 높다. 이탈리아 인건비는 고용유지비용까지 감안하면 월평균 6000유로, 약 800만원쯤 들어간다.

이 높은 인건비에 고급잉크를 쓰고 온갖 환경규제를 다 받으면서도 오히려 생산원가는 한국보다 낮다. 우리나라 전사 용역 평균 단가가 2500~3000원이라면 이탈리아는 1300원에 불과하다.

초기 큰 자본이 들어가고 임금 단가는 높지만 야드당 생산 비용은 오히려 한국보다 싸게 먹힌다. 적어도 날염은 이탈리아처럼 가족 형태 운영방식으로 전환될 것으로 본다. 자본과 노동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공유공장의 시대가 열린다. 멀지 않았다.”

-낙관적인 것 같다. 한국은 DTP 인식과 장비 보급이 상대적으로 뒤쳐졌다.
“자동차는 19세기 초반에 나왔다. 그렇다면 브레이크나 서스펜션은 언제 나왔을까? 영화 벤허에 나오는 전차에는 제동장치가 달려 있다. 신데렐라의 호박마차는 위아래로 꿀렁거린다. 서스펜션이 달린 거다.

마차 축에 끈을 매달고 마차를 중간에 붕 띄운 방식이다. 수천년을 거슬러 올라간 셈이다. 간단히 말해 여기에 엔진만 달면 자동차가 되는 거다. DTP 시장도 마찬가지다. 이미 존재하는 시스템에 엔진만 다는 일종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접근하면 쉽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비투비디지털의 공유공장 모습. 이 곳에는 고객들이 디지털 프린팅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장비가 준비돼 있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비투비디지털의 공유공장 모습. 이 곳에는 고객들이 디지털 프린팅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장비가 준비돼 있다.

고구려 무용총 벽화를 보면 땡땡이 무늬 옷을 입은 사람들이 그려져 있다. 바로 수(手)날염이다. 여기서 산업화시대를 거쳐 스크린 방식으로 발전했다. 날염은 이제 디지털로 갈 수밖에 없다. 물 안 쓰는 워터리스(waterless) 방식의 DTP가 아니고는 높은 인건비와 환경규제의 장벽을 넘을 수 없다.

유럽에서는 전시장 인테리어 소재로 섬유를 쓰도록 규제하고 있다. 인도어(indoor)에서는 비닐을 쓸 수 없다. 유독성 가스를 내뿜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도 커튼 소재로 진짜 패브릭만 쓰게 한다. 의류에서 나아가 커튼, 벽지, 소파 커버 등 DTP 시장 확장성은 무한하다.”

비투비디지털의 공유공장 목화솜은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의 에이스 테크노 타워에 있다. DTP 장비기업 디젠이 부평공장 시대를 열기 직전인 1998~2007년 약 10년간 태일시스템 이름으로 존재했던 빌딩이다. 이 곳에서 그는 많은 신화를 써 나갔다.

소프트 사이니지 시장을 개척했고 대당 2000만원짜리 실사 현수막 출력기를 1년에 1400여대씩 팔며 국내 시장의 90%를 점유했다. 또 유럽 DTP 시장의 문을 열어 젖히며 수출 1000만불탑을 받았던 곳이다. 이 대표는 희수를 바라보는 나이에 다시 그곳에 둥지를 틀고 인생 2막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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