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사후(死後)에도 뜨겁게 살아있는 故박동준
[한섬칼럼] 사후(死後)에도 뜨겁게 살아있는 故박동준
  • 이영희 기자 / yhlee@ktnews.com
  • 승인 2020.09.18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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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에게 남긴 ‘거룩한 유산’
20년간 지원 ‘박동준상’제정
“아름다운 세상을 디자인한 그대”
1세대 디자이너 역사 계승 ‘화두’
‘패션의 정신’ 확립은 ‘소통’부터

사후에도 뜨겁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오는 11월9일 추모 1주기를 맞는 故박동준 디자이너가 바로 ‘그 사람’이다. 사단법인 박동준 기념사업회는 마치 수년간 대비해 온 듯 조용히 추진력을 보여주고 있다. 기념사업회 홈페이지(www.pak dongjun.co.kr) 는 1주기를 앞두고 완성단계다.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그가 남긴 가치를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라는 글귀가 가슴에 와닿는다. 박동준 선생은 아름다운 세상을 디자인하기 위해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해 온 듯 하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이사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주변의 그 누구도 투병사실을 몰랐다. 항암제를 투여하면서도 늘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세한 대구 섬유패션 공장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해왔던 박동준 선생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걸 알고 수년치를 미리 준비했다고 한다. 패션계는 박동준 선생이 사후에도 패션, 예술인 후배들을 위해 20년간 지원할 수 있도록 사재를 기부한 훌륭한 뜻에 주목하고 있다.

‘박동준상’은 매년 1명씩의 디자이너, 예술가를 선정해 2000만원을 지원하는 기념사업 중 하나다. 패션과 예술부문에서 격년으로 대상자를 선정해 지원한다. 올해는 ‘갸즈드랑’의 장소영 디자이너가 첫회 지원대상자가 됐다.

고인의 뜻에 따라 박동준 선생이 남긴 유산 중 미술작품 105점은 대구미술관에, 패션작품과 관련 자료는 대구 섬유박물관에 기증됐으며 자산의 일부는 여러 단체에 현금으로 기부됐다.

박동준 디자이너를 생전보다 사후에 알게 됐다는 패션인들이 많은 걸 보면 그는 지금도 산자들과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박동준 선생은 1951년 태어나 1972년에 패션계 첫발을 디뎠다. 73년부터 개인 패션쇼로 의상을 선보이기 시작해 대구컬렉션, SFAA컬렉션을 비롯 해외 각국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패션쇼를 통해 컬렉션을 발표한 대구 1세대 디자이너이다.

세계패션그룹 한국회장과 한국패션산업연구소 이사장직을 수행했다. 패션은 물론 대구 유명작가와 협업, 순수미술과 패션디자인이 어우러져 더 높은 경지로의 완성을 추구했다. 박동준상은 본질에 충실하며 진정성을 가지고 브랜드를 영속적으로 전개할 패션인에게 희망을 주고 격려를 하기 위한 상이다.

박동준 기념사업회 윤순영 이사장(전 대구 중구청장)은 고인과 오랜 친구사이로 알려져있다. 그런 만큼 고인을 이해하고 뜻을 받들기 위해 본연의 추진력을 발휘해 온 듯하다. 향후 20년,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념사업회를 더욱 굳건히 이끌어 갈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1세대나 중견디자이너, 후배들간의 소통은 원활하지 않다. 또한 척박한 패션시장을 개척하고 가치를 높여온 디자이너 브랜드의 지속적인 전개와 정신의 계승도 불투명하다. 얼마전 4주기를 맞은 故박항치 디자이너의 경우, 패션인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옥동’은 박항치 선생의 사후, 발자취를 찾아볼 수 없다. 돌연히 세상과 작별하는 것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1세대 디자이너로서의 삶 자체가 우리 패션계의 역사나 마찬가지인데 ‘The End’로 막을 내렸으니 말이다. 박항치 선생의 사례를 통해 그 후 패션피플들은 생각이 많아졌다. 패션은 아름다운 세상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패션의 정신은 생전과 사후가 다를수 없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로서의 자세, 인기나 화려함에 편승하지 않고 본질에 충실하는 것, 이 시대 디자이너로서 살아가는 방법은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알려줘야 하는 것들이고 거룩한 유산의 계승은 이렇게 시작돼야 한다. 거룩한 유산이란 ‘뜻을 받들어 계승하는 것’이다. 박동준 선생은 거룩한 유산을 남겼고 지금도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귀를 기울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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