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수정의 밀라노 스토리 (21)] 편집샵 열풍 몰고온 ‘10 코르소 코모’의 빛과 그림자
[차수정의 밀라노 스토리 (21)] 편집샵 열풍 몰고온 ‘10 코르소 코모’의 빛과 그림자
  • 편집부 / ktnews@ktnews.com
  • 승인 2020.09.2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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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체납과 각종 부채 등 재정난에 시달리다
‘아브라함 인더스트리’가 3000만 유로에 인수

며칠 전 밀라노의 대표적인 컨셉 스토어인 ‘디에치 코르소 코모 밀라노(10 Corso Como Milano, 이하 코르소 코모)’ 인근을 지나치다 잠깐 들어가게 됐다. 이 근처를 지날 때면 항상 들리게 되는데 그 동안 많이 변한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샵을 가득 채우던 의류와 액세서리 브랜드는 온데간데없고 기존에 있던 페르가모 빈티지 슈즈 같은 코로소 코모의 퍼머넌트 컬렉션 피스들만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는 밀라노 패션위크 직전이었기 때문에 그 모습은 더욱 놀랍고 씁쓸한 기분마저 들게 했다.

그리고 밀라노 패션위크가 시작된 이번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해외 바이어들은 참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지난 2019년까지 볼 수 있었던 낯익은 패션위크 광경을 올해는 볼 수 없게 됐다. 그래서인지 이 샵도 사회 전반에 드리워진 그늘을 피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특히 코르소 코모가 이토록 한산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단지 코로나19로 인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길었던 그들의 재정난이 결말을 맞고 있는 것 아닌가 하고 짐작할 수 있었다. 2010년대 들어 수면으로 떠오른 467만 유로의 미체납 세금에 관한 사실이나 이후의 각종 부채와 임대료 지불 지연 등으로 인한 법정 문제로 밀라노를 대표하던 컨셉 스토어에 무언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그 날 한눈에 보였던 것이다.

최근에는 코르소 코모가 오랫동안 이어져 오던 재정난으로 인한 문제들이 일단락을 지었다는 뉴스들을 접할 수 있었다. 이탈리안 브랜드 트윈세트(Twin Ste)의 창립자 및 전 소유주로 잘 알려진 기업가 티찌아노 스가르비(Tiziano Sgarbi)와 디자이너 시모나 바르비에리(Simona Barbieri)가 코르소 코모의 미니 호텔, 갤러리아 소짜니를 포함한 10번지에 속한 건물과 정원 등 총 3000㎡ 공간을 3000만 유로에 인수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지난 5월경 소유권 변경 소식이 있었지만 새 소유주는 공개되지 않다가 9월 20일경 이 소식이 전해졌다. 이들은 갤러리아 소짜니와 컨셉 스토어를 카를라 소짜니와의 파트너십으로 함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가 티찌아노 스가르비는 에리카 카발리니, 리비아나 콘티, 치르쿠스 호텔, 세미 쿠튜르를 포함하고 있는 아브라함 인더스트리의 대표로 성공한 의류 생산 기업인이다.

9월초에는 티찌아나 파우스티(Tiziana Fausti)와 협업으로 코르소 코모의 세계쩍 글로벌 디지털 샵인 조인트 벤츠 프로젝트를 런칭한다는 소식도 전해진 바 있다. 티찌아나 파우스티는 밀라노 인근 베르가모의 대표적인 동명 컨셉 스토어의 창업자로 이탈리아 패션계의 유명 인물 중 하나다. 이들은 이번 협업을 통해 코르소 코모의 감각적 경험을 디지털로 증폭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필자가 코르소 코모를 처음 방문했을 때 받았던 느낌은 오랜 시간 동안 기억에 남아 있다. 당시에는 밀라노에 있는 패션스쿨에서 막 공부를 시작하던 시기였는데 디자인 수업 시간 중 교수님과 학생들이 코르소 코모에 단체로 가게 됐던 것이다.

마치 밀라노 패션의 메카를 방문하는 마음으로 그 곳으로 향했던 것 같다. 당시 한국에서는 편집샵 형태가 흔치 않았고 백화점 쇼핑에 익숙하던 때였다. 그날 보았던 옷들보다 샵 내부의 온통 하얀색 인테리어와 각종 브랜드들의 신선한 디스플레이 스타일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렇게 가끔 방문하던 코르소 코모는 항상 이탈리아 내국인보다 외국인 쇼핑객이나 샵을 보러 온 패션분야 종사자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지금과 마찬가지로 모든 브랜드들은 코르소 코모 입점을 꿈꿨고 당연히 입점 브랜드는 그 다음 시즌부터 자연스럽게 세계 곳곳에 있는 유명 편집샵의 러브콜을 받게 됐다.

당시 밀라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꼼데가르송, 알라이야, 준야 와타나베 같은 브랜드들을 코르소 코모에서는 흔히 볼 수 있어 패션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앞서가는 패션 세계를 접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공간이기도 했다.

코르소 코모는 밀라노 출신의 유명 아트 갤러리스트이자 패션에디터였던 카를라 소짜니에 의해 1991년 오픈했다. 그리고 특유의 유니크함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던 중 2000년대 들어 도쿄, 서울, 상하이, 베이징에도 진출했다. 그러나 2017년 베이징에 이어 2019년에는 상하이에 있던 만7000㎡ 규모의 대형 컨셉 스토어도 폐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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