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재단 최열 이사장 - “옷을 오래 입는 것부터 환경보호 실천하세요”
환경재단 최열 이사장 - “옷을 오래 입는 것부터 환경보호 실천하세요”
  • 정기창 기자 / kcjung100@ktnews.com
  • 승인 2020.12.3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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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탄소중립 시대 대비하지 
않으면 시대흐름 뒤쳐져
​​​​​​​물질적 소비를 문화적 욕구로 
바꾸는 선진시민의식 필요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70평생 운전면허증을 따지 않았다. 자연히 개인 자가용을 가진 적도 없다. 지금도 집에서 중구 을지로 사무실까지 버스로 출퇴근하고 업무 시간에만 회사 차량을 이용한다. 에어컨은 재작년 여름 더위에 혼나고 작년에서야 처음 달았다고 한다. 옷은 한번 사면 20년은 기본이다.

섬유패션기업들이 친환경의 기치를 내걸고 지속가능 경영에 속속 돌입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올해 더욱 가속을 붙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세대 환경운동가 최열 이사장을 만나 왜 친환경인지, 앞으로 섬유패션산업의 바람직한 자원순환 생태계는 어떤 모습일지 의견을 들어봤다.

-기업은 이윤 창출이 핵심 목표인데 왜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지, 환경운동 전문가로서 시각은?
“시멘트 1t을 생산하면 이산화탄소(CO2) 0.8t이 나온다. 소 한 마리를 키우는데 필요한 에너지와 물은 같은 양의 감자나 고구마, 쌀의 100배가 들어간다.

우리나라는 아파트가 30년만되도 부수고 다시 짓는다. 막대한 에너지가 낭비되는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먹는 식품에 몇 칼로리가 들어있는지, 자기가 쓰는 물건이 얼만큼의 CO2를 배출하는지 확인하고 소비한다. 같은 방식으로 옷 한 벌 만드는데 염색을 위해 얼마나 많은 물을 사용했으며 CO2 배출은 얼마인지 확인하고 사는 시대가 온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 탄소배출 제로 비전과 전략을 설정했다. 이에 맞춰 건축과 교통, 먹는 음식 등 우리 삶과 관련된 시스템과 제도가 모두 바뀌게 된다. 섬유산업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섬유는 전체 제조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데 아직은 많이 미흡하다.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옷도 폐기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때가 온다. 수출도 어려워진다. 유럽은 2023년, 미국은 2025년부터 탄소국경세를 매긴다. 앞으로 섬유패션기업은 큰 전략을 바탕으로 무엇을 선택하고 실행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아직 모르는 기업이 많다.
“첫째, 가능하면 재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생각하고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일단 만들면 오래 입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 사람은 옷을 많이 산다. 집집마다 옷장에 옷이 꽉 차 있다. 폐기했을 때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며 만들고 소비해야 한다.

외국가면 환경경영을 하는 기업을 많이 본다. 세계적 IT기업 구글은 1만 2000여명이 근무하는 본사 건물에 태양광 패널을 씌우고 조명과 냉난방 등을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스마트’라는 말 자체가 에너지 최적화를 의미한다. 에너지 사용과 폐기물 배출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소비자들도 바뀌어야 한다. 한국은 인구 5000만명 이상이면서 소득 3만불을 넘는 세계 7번째 국가다. 세계적 선진국이 됐는데 아직 환경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유럽을 가면 옷 한벌 사서 20~30년씩 입는 사람들이 많다. 겨울에는 집에서 스웨터를 껴 입는다. 우리는 집에 가면 한겨울에도 런닝이나 얇은 긴 팔 옷을 입고 산다. 

물질적 욕구를 줄이고 이를 문화적 욕구로 전환하도록 해야 한다. 끊임없이 생산하고 쓰고 버리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를 음악감상이나 공연 관람으로 바꾸면 어떨까, 생태관광이나 올레길을 즐겨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스마트는 에너지 최적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원전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갖고 있나.
“원전을 가동하면 사용후 핵원료와 중저준위 및 고준위 핵 폐기물이 나온다. 이중 고준위 핵폐기물에는 1g으로 100만명에게 폐암을 유발할 수 있는 치명적 독성물질인 플루토늄 239가 포함돼 있다. 반감기가 2만4000년으로 10만년 이상 지나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

현재 고준위 핵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그냥 쌓아 두는 거다. 원전 수명은 길어야 50년인데 그걸 쓰자고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물질을 10만년 동안 다음세대에게 넘기는 게 참 과학인가? 윤리의 문제다.

세계 최초로 원전제로를 선언한 곳은 독일이다. 독일은 총 22곳의 원전이 있었는데 이를 2022년까지 모두 폐쇄키로 했다. 일본은 원전 51곳 중 현재 가동 중인 곳은 6~7개에 불과하다. 원전 감소는 세계적 추세다. 1986년 430기였던 원전은 지금도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력수요를 따지면 최소 7~800기는 돼야 하는데 신규 원전을 안 짓는다. 중국과 러시아 등 사회 통제가 가능한 곳을 제외하고는 원전이 줄어드는 추세다.

원전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을 할 땅이 없는데 왜 대안없이 반대하느냐고 주장한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20만여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한국은 고리가 원전 밀집지역인데 사고가 터지면 어떻게 대처하나? 생명에 대한 존엄성이 부족하다.”

최열 이사장은 인터뷰 중 20년을 입은 옷이라며 사무실에 걸려 있던 양복 상의 한 벌을 가져왔다. 첫 눈에는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깃이 닳았고 등판 안감은 헤져 올이 풀어졌다. 20년을 입었다는 옷은 이것 말고도 2~3벌이 더 있었다. 짙은 양복 상의는 검정 매직 잉크로 색을 덧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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