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태평양 떠도는 해양 쓰레기섬 개발할 수 있을까?
[한섬칼럼] 태평양 떠도는 해양 쓰레기섬 개발할 수 있을까?
  • 정기창 기자 / kcjung100@ktnews.com
  • 승인 2021.05.07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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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하는 리사이클 원사시장
효성TNC, TK케미칼이 주도
오염된 PET는 순도 낮아 無쓸모
재생화섬 사용 의무화 가능성 있어
태평양 떠도는 GPGP 개발할 수도

노스페이스는 올해 초 효성티앤씨의 ‘리젠제주’ 원사 100t을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블랙야크는 티케이케미칼을 통해 500ml 생수병 기준, 약 1500만개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500ml 생수병 한 개 중량은 16g(스파클)~20g(삼다수)이다. 블랙야크는 당초 발표했던 것보다 사용량을 50%가량 늘리기로 했다.

양사 모두 수입산 플레이크가 아닌 국내에서 버려지는 PET병, 즉 국내산을 재활용한다. 친환경 리사이클 원사 시장이 작년에 꽃을 피운데 이어 올해 만개하는 느낌이다. 그동안 수입에 의존했던 플레이크 원료를 자급자족하고 소각 또는 매립하던 폐자원을 다시 사용한다는 점에 큰 의미가 부여된다.

국내산 리사이클 원사 시장은 효성티앤씨와 티케이케미칼이 양분하고 있다. 부동의 1위 효성 뒤를 티케이케미칼이 쫓는 형국이다. 자원 생산 및 소비와는 별개로 국내산 리사이클 원사 시장 확대에는 아직 몇 가지 걸림돌이 남아 있다. 분리배출 및 수거와 플레이크 칩을 만드는 가공상의 문제다.

shutterstock

현장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아직도 우리 가정의 PET병 분리 배출은 일본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깨끗하게 씻어 내놓는 집이 있는가 하면 잔여물이 있거나 온갖 오물이 뭍은 PET병을 그대로 배출하는 집도 상당수라고 한다.

플레이크 공장은 돈이 안되니까 잡다하게 섞여 들어오는 PET병을 따로 분리하지 않고 한꺼번에 가공처리해 순도가 낮아지는 단점을 안고 있다. 국내에는 22곳 정도의 플레이크 공장이 있는데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공장이 비용문제로 불순물이 섞인 PET병을 제대로 선별하지 않고 가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PET병의 순도(깨끗함)은 매우 중요하다. 순도가 떨어지면 생산수율이 50% 이하로 떨어진다. 즉 절반 이상은 재활용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더 중요한 건 결과물이다. 불순물이 많은 플레이크 칩을 쓰면 투박하고 굵은 실 밖에 못 얻는다.

반면 순도가 높은 플레이크 칩은 가늘고 긴 고급 원사뿐만 아니라 기능성 원사로도 뽑아낼 수 있다. 당연히 후자가 부가가치가 높고 활용도 역시 월등하다. 깨끗한 PET병을 수거해 고순도 플레이크 칩을 생산할 수 있다면 리사이클 원사의 사용 범위가 넓어져 관련 시장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시장의 확대는 곧 생산 가격의 하락을 의미한다.

업계에 따르면 리사이클 원사 가격은 대략 일반 화섬사의 2배 남짓 수준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시장 저변이 확대되고 생산량이 뒷받침된다면 이 가격은 약 1.3배 정도까지 줄어들 여지가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가격이 이 정도까지 내려오면 규모의 경제를 이루며 시장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안동진 건국대 겸임 교수는 재생화섬 소재를 의무적으로 써야 할 때가 올 것이며, 그렇게 되면 주 원료가 되는 PET병 품귀 현상이 올 가능성을 제기한다.

미래 사회는 플라스틱과 PET병 생산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텐데 과연 그 때에도 폐PET병 확보가 용이하겠느냐는 것이다. 관심 가는 부분은 그 다음이다. 안 교수는 대안으로 태평양을 떠도는 해양 쓰레기 섬 GPGP(Great Pacific Garbage Patch)를 지목한다.

비영리 연구단체 오션클린업파운데이션이 2018년 발표한 바에 따르면 GPGP는 넓이 160만㎢에 8만t의 쓰레기가 1조8000억 조각으로 떠 있는 섬을 이루고 있다. 태반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추정된다. 안 교수는 정확한 비용을 따지기는 어렵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봤다.

10일자 한국섬유신문 13면 ‘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에 언급된 내용이다. 환경에, 지속가능 이슈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 보시기를 권한다. 코로나 이전, 2019년만 해도 이런 다각적인 환경 해석과 발상이 나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친환경 지속가능발전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국내 섬유패션업계의 노력이 가능하게 한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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