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어드바이스] 그래도 시계는 돈다……유수연
[패션어드바이스] 그래도 시계는 돈다……유수연
  • 한국섬유신문 / news@ktnews.com
  • 승인 1998.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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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과 숙명의 차이 학교때 잘 가던 카페에는 이런 낙서가 있었다. 「지구여 멈춰라...내리고 싶다.」 주어진 운명을 무슨 고장난 시내버스정도로 취급했던 어떤 이의 발상의 기막힘을 요즘 새삼스레 되씹어 보곤 하는것은, 뭔가 과장된 듯한 그리고 사실이 아닌 듯한 현실에의 강한 반발심 때문일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뛰어 내려 궤도수정을 해 버리고 싶다는 이런 심정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삶은 진지한 것. 운명과 숙명의 차이는 그것에 도전하고 개척할 수 있는가 없 는가에 달려있음을 함께 생각하곤 한다. 살아남은 자의 비극 올 하반기 경제전망을 보면 우리나라 총 국민소득은 1만불에 서 6천6백불로 떨어질 것이며, 평균환율은 1천4백원대로 조 정될 것이라고 한다. 어렵고 복잡한 말 다 빼도, 우리에게는 시장의 전면개방을 위한 모든 시나리오 그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때까지 제 손발을 잘라내 가며 남이 먼저 죽어가기를 사람 들은 계속 기다릴 것이다. 어차피 주위에는 속인 사람은 없고 속은 사람들 뿐이지만, 이제는 속은 사람에게도 판단미숙의 죄가 있었음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새로운 환경에의 적응력을 키워야 한다. 설혹 살아남는다고 해도 온실속의 보호막이 모조리 걷혀버린 북풍한설 찬바람속에 적자생존의 이름으로 내동댕이쳐 질 것 이기 분명하기 때문이다. 성장보다 강조되는 축소 이쯤에서 우리는 진정 서구 자본국가들의 원격조정 식민국이 되지 않기 위한 새로운 각오가 필요하다. 집중력을 높이고 성장보다 축소를 더 강조해야 하며, 자원을 방출하고 다른 회사들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자 신의 기업을 파괴해야 하는 용단도요구되어지고 있다. 한때 서양에서도 위험을 줄이고 수익선을 다변화 하기 위한, 기업의 다양화를 미덕으로 삼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잘 모르는 미래의 산업보다, 그들이 이 미 경영방법을 알고 있는 산업에 더 큰 중요성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크게 되는 것보다는 훌륭하게 되는 것이 한결 낫다 」는 전혀 새로운 경영철학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 분야에 몰두하라 그렇다고 과거의 기업관이나 경영관은 모두 거품이었다는 것 은 아니다. 단지, 사업이란 각기 전문성을 갖아야 한다는 원칙지켜나가 지 않으면, 진정한 성장을 논할 수가 없는 시대에 접어들었 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경영상의 기법도 운동기술만큼이나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사 실을 우리는 이제서야 발견하게 됐다. 자동차나 반도체 산업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 기업이라 고 해도 패션산업에는 재능이 없을 수도, 심지어는 역기능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고급 프랑스식당의 요리법이 페스트 푸드점을 경영법 과는 전혀 다르다는 말과도 비슷한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스포츠에서 기초 체력이 중요한 것처럼, 모든 사업에도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기법이나 기술이 있을 것이 다. 물론, 이것만이 결정적인 요소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제 다 른 회사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핵심기술은 특정사 업에 국한되는 특수한 경영상의 지식과 노하우가 사활을 좌 우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저기 벌려놓은 것은 많아도 잘하는 것이 하나 도 없는 우리네 대기업의 오류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다. 다양화를 위한 다양화는 없다 그렇다고 모든 회사들이 한가지 사업에만 몰두해야한다는 의 미는 아니다. 복합기업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며, 법인의 중심이 특정한 사 업집단에 매우 유익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야기는 훨 씬 달라진다. 훌륭하게 다양화된 회사들이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또는, 야심만만한 기업가들의 자만심을 채워주기 위해 존재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세계의 경제 백서를 보면 이처럼 집중화된 다기업회사들이 미래의 거대기업이 될 것이라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어쨋거나 이제 다양화를 위한 다양화 시대는 죽었다. 닥치는 대로 이리저리 뛰어들었던 대기업들도 만만하게 봤던 패션산 업을 하나하나 내놓기 시작하고 있다. 시장에는 지금 갈곳 없는 브랜드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지만, 방만했던 패션산업의 거품제거되고 에센스가 남기위 한 진통으로 생각하면 그나마 작은 위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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