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어드바이스] 백화점붕괴 시나리오
[패션어드바이스] 백화점붕괴 시나리오
  • 한국섬유신문 / news@ktnews.com
  • 승인 1998.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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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의 길을 모색하는 현실. 초성능 고속 엔진을 낡아빠진 자전거에 탑재하고 비포장도로 를 미친듯이 달리고 있는 듯한 모습. 이는 작년말부터 시작되는 실로 위험스러운 도박과 모험이 이어지는 아시아 경제권들의 참모습이다. 아무리 다부지게 각오한다 해도 길고 긴 불황의 터널은 날이 갈수록 우리에게 견디기 어려운 인내를 요구하고 있으며, 서 양의 경제모델과는 비슷하지도 않은 사회와 문화 그리고 경 제적 기반임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꼭같은 프로그램으로 짜맞 춰나가야 한다는 것에 민족적인 굴욕감까지 느껴지기도 한 다. 그러나 전세계 모든 경제블록이 한꺼번에 무너지고 있는 시 점에서 이시련은 우리에게 새로운 공생의 길에 대한 또다른 시대의 적응력을 키워가야 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인 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최근 우리네 패션업계의 현실은 참 담하기만 하다. 자고나면 부도로 넘어지고 엎어져서 꼴이 말이 아니여도, 사 치산업이라는 왜곡된 인식하에 제할말한마디 하지 못하고 속 수무책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거대임대업자의 수난 이와중에 또하나 수난을 당하는 것이 유통의 꽃 백화점. 요즘 고통을 받는 것이 비단 백화점뿐만은 아니겠지만, 한국 인 특유의 일류주의 소비패턴에 힘입어 그간 승승장구 우후 죽순으로 늘어갔던 거대임대업자의 운명이 하루가 다르게 위 축되고 있는 모습은 우리에게 또하나의 교훈을 준다. 지난 11월 환율이 급등하면서, 노른자위 매장을 차지하고 있 던 해외 수입브랜드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그나마 명맥 을 유지해 주었던 국내브랜드들의 부도뉴스가 줄줄이 이어지 면서, 때아닌 브랜드 유치경쟁에 진땀을 빼고 있는 백화점 업계. 「입점」이라는 고지를 달성하기 위해 매장 바이어에게 입에 단내가 나도록 아부를 하고 뒷돈으로 밀어 붙이던 시절, 가 진자의 논리로 통용되는 갖가지 횡포를 휘둘러 왔던 백화점 이 요즘에는 오히려 머리를 숙이고 「들어와 달라」는 애원 을 하다니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피할 수 없는 백화점 아울렛화 그러나, 비극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제 유수 브랜드 유치에 실패한 백화점들의 아울렛화는 피 하지 못할 현실로 다가와 있고, 여기에 경기침체의 파고를 타고 미국형 합리주의로 무장한 해외유통시스템들이 파워센 터, 아울렛, 혹은 홀세일 클럽이라는 신업태들의 새로운 진출 이 모색되고 있는 시점에서 과연 이런 시스템들이 우리나라 에서 어떤 형태로 자리잡게 될것인지에 관심과 주목이 모아 지고 있다. 부도와 브랜드유치 실패의 반복으로 이제 지칠대로 지친 백 화점은 외국의 신 유통군과의 또 한판 싸움을 목전에 두고 가까운 시일내에 「모두가 싹쓸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 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공공연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좀더 냉정히 생각해보면, 그간 백화점은 자기위주의 경영을 계속해 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물론, 경영적인 단어로서 손님은 존재했겠지만, 적어도 백화점 바이어의 머 리속에 입력된 브랜드와 거래처에 대한 상품조달의 지식의 풍부함에 비해 매장을 찾아주는 소비자들에 관한 자료나 정 보가 너무도 결여되어 있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공통된 지 적인 것이다. 이런 구태의연한 상품부 체질은 지금까지 백화점의 자생능력 을 약화시켜온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바이어가 독자적으로 입수하는 정보와 백화점 자체에 서 수집되는 정보를 MD지원정보를 통합, 종합기획적인 판단 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미비했었다는 점도 지적될 수 있다. 일등지향의 전문화로 거듭나야 따라서 앞으로 백화점은 고객층을 철저히 분석하여, 상품구 성에서부터 거래처에 이르기까지 리엔지니어링 할 수 있는 업무의 혁신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러나 이와같은 능력은 탁상공론적인 지식만으로는 절대 불 가능하다. 백화점 바이어가 소비자들의 만족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한 다면, 코앞의 매상이나, 재고, 점출차액만에 매달리는 것이아 니라, 우선 그 배후에 있는 조직과 상품 조달망에 관한 폭넓 은 시야로 기획하고 의사결정이 가능한 고유의 능력이 확보 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바이어에게 지금처럼 특정부문 품번에 한정된 시야가 좁은 바잉활동이 아니라, 양복, 잡화, 화장품 심지어는 가정 용품에 이르기까지 각종 생활관련성을 고려한 상품의 재설계 능력이 겸비되어 있다면, 보다 미래지향적일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경제한파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백화점은 화 려함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일류주의에서 벗어나 일등지 향의 전문화로 거듭나 붕괴의 시나리오의 반전을 꾀해야 할 것이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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