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나]신라대학교 전통염색연구소 조경래 소장
[책과 나]신라대학교 전통염색연구소 조경래 소장
  • 한국섬유신문 / ktnews@ktnews.com
  • 승인 2009.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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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읽고 삶의 지표 세워

어느 여름날 화단에 핀 꽃을 보던 조경래 소장에게 ‘이 따가운 햇볕 아래서도 왜 꽃의 색은 바래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이 인다. 그러던 80년대 초 학부 학생으로부터 염료식물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서 천연염료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다. 그때만 해도 부산 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이 분야에 관심두는 교수는 없었다.
‘자연에 대한 회귀본능이 아니더라도 환경에 대한 피해를 줄여 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염색 전공자로서 가져야 할 기본자세’ 라는 생각과 전통문화에 대한 나름의 애착을 가지고 있던 그에게 천연염색 분야는 자신의 생각을 담아낼 수 있는 대상이라고 믿었다. 이후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사이 일반인들 사이에 천연염색 붐이 일어났다. 당시 조경래소장은 인터넷 검색 중 카페와 블로그에 올려진 천연염색에 관한 잘못된 내용을 찾아 그것을 지적해 주곤 했다. 이를 계기로 통도사 서운암, 부산전통문화원, 민족미학연구소등에서 강의도 하고 광주, 강릉, 나주, 제주도등 이곳저곳에 불려 다니며 보다 체계적인 활동을 통해 올바른 천연염색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대학에 연구소 설립 신청을 했다. 2005년 신라대학교 전통염색연구소는 그렇게 탄생됐다.
현재 신라대 전통염색연구소는 부산을 비롯 인근 천연염색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필수 코스로 알려져 있다. ‘천연염색에 관한 정통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0일~24일 치루어진 천연염색 캠프기간에는 부산경남을 비롯한 대구경북지역 사람들이 연구소로 몰려와 특강을 들었다. 또 경북 영천시에 설치된 천연염색 관련 연구소에 강사 파견 및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모 가먼트 수출업체와 산학협력 아래 미국 시장에 수출할 제품의 컬러 파레트 제작중에 있는 연구소는 연말쯤 바이어와 상담이 타결될 전망이다. 업체의 미국 진출을 돕는데 힘을 쏟고있는 조경래 소장을 연구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몇 년 전에 쓴 천연염색 관련 책을 이제 읽어보니 마음에 들지 않아서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는 그의 연구실에는 고서적들이 방대했다.

-책에 대한 단상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책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물어 볼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늘 함께하는 친구이자 스승이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연인같은 존재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요즈음에 와서는 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 읽을 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되었다. 특히 나의 주된 관심 분야인 천연염색 관련 책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비전문가가 쓴 천연염색 관련 책들 중에는 너무 심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오류가 ‘책’이라는 이름 속에 파묻혀 있기 때문이다. 전문적 식견이 없는 일반인들은 그것이 오류인지 아닌지 판별할 능력이 없는 탓에 ‘책’에 있는 내용이므로 무조건 믿어버린다. 이런 책들은 오히려 다중에게 오류를 전파하여 해악을 끼치게 된다.
-나를 만든 책
경전 <대학>을 꼽고싶다. 대학은 논어, 맹자, 중용과 더불어 사서에 속하지만 다른 세권에 담겨진 정신이랄까, 마치 여러 불경을 섭렵하더라도 결국 반야심경 하나로 모아지는 것과 같을 것이다. 특히 대학의 삼강령 중 그 첫 번째인 ‘대학의 도는 명덕을 밝히고, 백성을 새롭게 하고, 최고의 선에 머무는 것’이라는 구절은 현재의 나의 삶에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어린시절 논어, 대학을 배우면서 이것을 왜 배워야 하는지를 몰랐는데, 지금 천연염색을 연구하면서 관련 고문헌을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아울러 ‘백성을 새롭게 하고’라는 구절은 현재 일반인들에게 올바른 염색법을 보급하는 일과도 무관하지 않으니 경전 <대학>은 내 삶의 목표 설정은 말할 것도 없고, 가끔 내가 추구하는 일에 회의를 느낄 때마다 채찍질 해주는 스승의 말씀과 같다.
-나만의 독서법
젊은 시절에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새로운 책을 찾기 보다는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어 차근차근 읽게 된다. 같은 내용의 책이라 하더라도 스무살에 읽는 책은 스무살의 생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쉰 살에 읽는 책은 쉰 살의 생각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젊은 날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이 전혀 다른 형태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요즈음도 매일 저녁 단 몇 쪽을 읽더라도 예전에 읽었던 것을 다시 꼼꼼하게 읽어본다.
-추천하고픈 책
서른이 다 된 내 아들에게 심복의 <부생육기>를 추천하고 싶다. 부제로 ‘흐르는 인생의 찬가’라고 되어 있는 이 책을 스무살 무렵에 처음 읽었는데 당시는 수필류의 중국문학이라 좀 지루하긴 했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여러 번 이 책을 읽었는데, 점차 내용에 빠져들게 되었다. 때론 아름답기도 하고 때론 안타깝기도 한 저자 심복과 그의 아내 운의 잔잔한 사랑이 활자 아래에 깔려있는데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감상하는 느낌이었다. 지금보다는 더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야 할 아들의 마음 한 켠에 수묵화 같은 서정이 담겨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천연염색 관련 분야에 대해서
염색하는 이들은 기본부터 제대로 공부를 하고, 옷을 만드는 이는 옷 만드는 일에만 충실했으면 좋겠다. 일종의 역할 분담이라고나 할까. 염색물을 구입한 소비자가 ‘얼룩이 있다’고 항의하면 ‘얼룩이 아니라 무늬다’라고 억지를 부리거나 ‘천연염색은 본래 물이 잘 빠진다’는 식으로 자신의 실수를 호도하는 이들은 대부분 염색을 제대로 아해하지 못하면서 덤벼드는 사람들이다. 그 중에 한복을 하는 분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잘못된 제품 때문에 소비자들이 천연염색에 대해 회의감을 갖게 된다면 천연염색의 활성화는 커녕 오히려 이 계통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이 공멸하게 된다. 디자인 개발이나 염재의 분말화, 전통색의 표준화 작업 등은 어쩌면 그 다음 순서일지 모른다.
-추구하는 일에 대해.
천연염료의 분말화는 외국의 경우 상당히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나라는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외국産 염료가 주종을 이룬다. 그것으로 염색 해보았자 우리 고유의 상품이 되지 못한다. 또 미주지역에서는 친환경 제품에 대한 인식이 높아서 천연염색물의 다소 낮은 견뢰도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관건은 업계의 관심이다. 천연염색을 지나간 시대의 유물처럼 받아들이지 말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라는 인식을 가져주면 좋겠다. 그래야 투자도 되고 부흥도 하게 되니까. 정부 관료들도 천연염색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염색공방에 지원금이나 듬뿍 주면 만사형통이라는 생각에서 빨리 벗어나서 어떻게 해야 이 전통문화와 염색공학이 어우러진 천연염색을 민간의 부를 창출하는 분야로 육성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윤정아 기자 yja@ktnews.com

-조경래 교수 저서-
<피복위생학>1989년, <염색이론과 실험>1991년, <섬유과학실험법>1996년, <천연염료와 염색>2000년,
<전통염색의 이해> 2000년, <천연염료, 염색사전> 2001년, <천연염색의 이론과 실제(기초편)> 2006년, <규합총서에 나타난 전통염색법 해설>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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