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 특집] 특별대담 / 에스모드 서울 박윤정 이사장
[창간 30주년 특집] 특별대담 / 에스모드 서울 박윤정 이사장
  • 패션부 / ktnews@ktnews.com
  • 승인 2011.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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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코리아의 미래는 열정과 감각있는 인재들 역량에 달렸다”

대한민국, 패션의 변방에서 패션강국과 어깨 나란히
에스모드 170주년 기념, 파리市 공로훈장 은장 수여

23년간 1400여 인재육성 패션산업발전 앞당겨
‘프로’ 배출하는 세계적 수준 커리큘럼 자랑
“출신학교·학벌 편견없애고 실력, 감각이 중요시 돼야”

 

170년 역사의 세계 최초 패션디자인 스쿨 ‘에스모드 파리’의 기념식이 열린 프랑스 파리시청에서 박윤정 이사장(80)이 파리시가 선정한 공로훈장 은장을 수상했다.

 

불과 20여년전만 해도 ‘패션의 변방’으로 인식됐던 대한민국. 자부심강하기로 세계적인 파리시가 동양인 박윤정 이사장에게 공로훈장을 수여했다는 사실은 개인을 떠나 국가적 차원에서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박윤정 이사장은 지금으로부터 23년전인 1989년 ‘에스모드 서울’을 설립했고 선진 패션교육 시스템을 도입해 한국은 물론 세계적인 패션인재를 길러낸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처음에는 서양복식의 제대로 된 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우리 인재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한류’와 함께 한국의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청년에 버금가는 열정으로 최전선에 서 있다.

본지는 창간 30주년을 기념, 박윤정 이사장과의 특별 대담을 통해 “앞으로 30년 패션강국 코리아!”를 위해 인재양성에 대한 중요성과 과제를 조명했다.
이영희 기자 yhlee@ktnews.com
사진=김송이 기자songe@ktnews.com

지난 7월1일 파리시청에서 박윤정 이사장은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시장을 대신해 린 코엔-소랄 부시장이 수여하는 공로훈장 은장을 수상했다. 파리시가 최고의 자부심으로 손꼽는 170년 역사 ‘에스모드 파리’의 기념식이 열리는 기간이었다.

공로훈장을 수상한 하루전날인 6월30일에는 전세계 에스모드 인터내셔널의 분교 3학년 학생들이 기능성 신소재로 제작한 작품 170점을 소개하는 패션쇼가 열렸다. 여러 국가의 분교가 3학년의 작품을 내놓았지만 한국에서는 2학년 학생들이 참가해 기량을 겨뤘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박수와 찬사를 들었고 박 이사장의 자긍심은 더욱 고취됐다.

에스모드 서울은 전 세계 분교 중 두 번째다. 23년 세월동안 1400여명의 졸업생이 배출됐고 국내에서, 세계 여러나라에서 자신의 몫을 착실하게 해냄으로써 국가 패션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해내는 것이니 만큼 패션강국 코리아를 일궈내는데 에스모드 서울의 역할이 지대했음을 알 수 있다.

“25년전에 파리에 갔더니 한국과 일본의 패션은 똑같다는 겁니다. 심지어 대한민국은 언어도 일본어를 쓰는 줄 아는 겁니다.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고 자존심이 상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모멸감은 아이러니하게도 오트쿠튀르 디자이너였던 박윤정 이사장이 한국에도 서양복식을 정통으로 교육할 수 있고 패션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교육기관이 있어야겠다고 다짐한 계기가 됐다.

“저는 어려서부터 인형옷도 한복을 만들었어요. 속옷까지 차근차근 배워서 만들었지요. 외국사람들이 자신의 복식으로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과는 달리, 우리세대가 서양복식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체계적인 이해부터 필요했던 겁니다.”

박윤정 이사장은 적어도 당시 15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에스모드 파리를 통해 제대로 된 정통 프랑스 패션을 배워야겠다는 각오가 섰고 당시의 교장이 열정적인 의지에 반해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서울에 분교를 열게 됐다.

박윤정 이사장은 ‘패션의 기본’을 배우기에 앞서 프랑스인들이 자신들의 문화에 엄청난 자긍심을 갖고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에 감탄했다. “에스모드 파리에서는 분교를 내어 줄때 절대 돈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비즈니스 차원을 초월해 ‘얼마나 자신들의 패션과 문화를 잘 전파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는 겁니다. 현재 14개국에 분교가 있습니다. 이것은 14개국의 문화사절단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번 170주년 기념 패션쇼를 위해 에스모드 파리는 새롭게 개발된 신소재를 14개국에 보내 의상 작업을 하도록 했다. 신소재를 접하는 학생들의 기량 증진은 물론 홍보역할까지 산업발전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우리한테 제일 어려운 소재를 보냈어요<웃음>. 얇아서 봉제도, 다림질도 어려운 원단으로 말이죠. 사실 에스모드 서울 학생들의 실력을 알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타분교의 3학년들에 비교해 우리 2학년 학생들의 작품이 제일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라며 소녀같은 미소로 즐거워했다.

박윤정 이사장이 에스모드 서울을 개교한지 23년째, 현재 장혜림 교장이 4대째이다. 에스모드 서울의 졸업생들은 어딜가나 뛰어난 기량과 열정으로 환대를 받는다. 애정이 없으면 강행할 수 없는 하드트레이닝과 실력향상 위주의 수업을 하며 “입학은 쉬워도 졸업은 어려운 학교”로 알려져 있다.

일반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패션학원에 와서 실기과정을 다시 배우거나 유학을 가는 경우가 많은 요즘, 기업들이 ‘에스모드’를 인정하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열정과 자긍심만으로 버티기 힘든 인고의 세월도 있었다.

“첫 졸업생을 내고 업체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상처도 심하게 받았습니다. 4년제 대학을 나온 학생들도 아닌데 무슨 실력이 있겠느냐며 학문위주의 교육만 받은 대학출신들과 우리학생들을 심하게 차별했습니다.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러한 푸대접과 편견속에서도 브랜드사에 입사한 인재들이 훌륭한 실적을 내거나 실력을 인정받을 때 한 없이 기뻤다는 박윤정 이사장. 이제는 대기업이든 유명브랜드회사든 에스모드 서울 출신에 대한 편견은 많이 사라졌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말 원대연 회장님, 신홍순 고문님께 감사드립니다. 원대연 회장이 제일모직 사장이셨던 시절, 신홍순 고문이 LG패션 사장이셨던 때에 과감하게 ‘학력파괴’를 선언했고 재능과 열정위주의 인재들을 적극 받아들이는 기업 인재 육성 풍토로 바꿔 주셨기 때문에 우리 학생들이 대기업에서 일 할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역할을 아주 훌륭하게 해내고 있고 계속해서 실력있는 에스모드 서울 출신들이 대기업으로 진출하는 물꼬를 터 주셨습니다.” 대기업이 학벌보다 실력과 감각위주의 인재들을 수용하자 이러한 채용문화가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얼마전 에스모드 베를린에서 희망의 메시지가 날아 들었어요. 독일에서는 3년제 에스모드 베를린을 졸업하고 1년을 더 수업을 받으면 4년제 대학과 마찬가지로 대학졸업장을 받고 학위를 받게 됐다는 것입니다.

한국도 그렇게 됐으면….<잠시 울컥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저희 에스모드 서울의 숙원이자 희망입니다.” 에스모드 서울을 패션업계에서는 인정하고 있지만 가장 큰 난관은 학부모들과 일부 패션업체들의 인식에 있다. 자녀들이 아무리 만족해도 대학졸업장을 받아야 한다는 부모로서의 애정과 일부업체들이 유학생이나 4년제 출신을 선호하면서 몇배의 수업을 받고 실력을 쌓아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에스모드 서울‘이 대학으로 승격하기 위해 세계최고의 커리큘럼을 포기하고 일반 대학의 커리큘럼으로 교체하라고들 하세요. 그렇다고 1학기에 옷 1벌 겨우 만드는 대학의 커리큘럼을 수용할 수 없잖아요.

저희 학생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방학에도 나와 수업을 받고 실습을 하고 혹독한 평가를 받습니다. 전문가를 배출하고 있는데 대학으로 승격하려면 아마추어 시스템으로 전환하라니, 이런 아이러니한 법을 어떻게 수용하겠습니까?”

170년 역사의 에스모드 커리큘럼과 그동안 박윤정 이사장이 쌓은 노하우를 더한 커리큘럼을 지키면서 학생들에게 대학졸업장을 줄 수 있다면 더 할 나위 없겠다는 소원을 밝혔다. “이번에 Seoul’s 10 Soul에 10명이 진출했지요. 그중에서 김선호디자이너가 에스모드 서울 출신입니다. 지난해 찬사를 받은 최지형도 마찬가지고요.”

박윤정 이사장은 차별화된 교육을 받고 감성과 열정,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개인의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받는 사회가 돼야 비단 패션뿐만 아니라 전 산업이,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에스모드는 각국이 분교간에 학생을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아시아권은 물론 독일에서 온 학생들이 에스모드 서울에서 수업을 한 후 본국에 가지 않고 서울에서 수업을 마쳤으면 좋겠다며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나 에스모드 서울은 4년제 대학과 달리 비자발급문제에 항상 부딪혀 적극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이 우리보다 선진국인데도 서울에서 수업을 받겠다는 겁니다. 또 중국학생들의 경우 에스모드 서울에서 졸업하고 싶어합니다. 비자문제가 해결되면 한국패션 문화의 우수성을 전파하는 계기가 되는 것입니다.” 박윤정 이사장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는 표정이었다.

올해 에스모드 서울은 개교 23년만에 졸업생이 91명으로 입학생 대비 50%를 넘게됐다. “에스모드서울을 졸업하면 유학갈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170년 역사의 에스모드파리에서도 인정하는, 아니 실력이 뛰어난 선생님들이 계시고 기량을 인정받은 학생들이 배출되는 곳이니까요.”

박 이사장은“정부에서 한국의 패션산업을 위해 많은 관심과 지원을 가져주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시와 문화관광부도 패션문화산업 부흥을 통한 글로벌경쟁력을 획득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정책을 수립하고 구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의 근간이 되는‘인재양성’에 있어 대학뿐만이 아니라 에스모드 서울과 같이 특출한 인재를 전문적으로 배출하는 곳에도 깊은 관심과 차별화된 지원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고 강조했다.

박윤정 이사장은 에스모드 파리 1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파리시청에서 열리고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도록 파리시가 지원하는 이 같은 풍토가 몹시도 부러웠다고 했다“.

학생들을 위해 선생님 한분 한분이 열과성을 다해 주시고 학생들 역시 무섭도록 배움에 매달리는 것을 보면서 가족처럼, 자식처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는 박윤정 이사장. 평생을‘패션과 교육’에 헌신한 독신의 삶에는 일말의 아쉬움도 없는 듯한 미소가 아름답다. 희망, 열정으로 오늘도 자식같은 학생들과 눈높이를 같이하고 대화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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