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본지 연중 시사 시리즈] 한국패션산업 글로벌 경쟁력 점검 - 무한경쟁시대, 영원한 브랜드 충성도는 없다
[창간 31주년 본지 연중 시사 시리즈] 한국패션산업 글로벌 경쟁력 점검 - 무한경쟁시대, 영원한 브랜드 충성도는 없다
  • 나지현 기자 / jeny@ktnews.com
  • 승인 2012.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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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경쟁시대, 영원한 브랜드 충성도는 없다
생존 넘나드는 ‘사투’ 나만의 차별화 무기 장착해야

글로벌 SPA 브랜드의 공세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내셔널 브랜드들의 위기의식도 날로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주요 해외 SPA 5개 브랜드가 거둬들인 매출만 대략 7000억 원 규모가 넘는다. 비슷한 형태의 크고 작은 브랜드들까지 합치면 1조원을 코앞에 두고 있다.

이 시장은 2~3년 내 3조원이 넘는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이나 미주 등 이미 대형 국가에서는 이들 SPA 브랜드가 차지하는 매출 규모가 전체 패션시장의 30%를 육박한다. 이에 따른 각국 내셔널 브랜드들의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 역시 위기에 직면한 만큼 경쟁력 강화에 촉각을 곤두 세워야 할 것이다. 이렇게 이들 브랜드가 최근 2~3년 내 국내에서 폭발적 신장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00년, 앞서 진출한 ‘망고’는 현지보다 높은 가격 정책과 한국 소비자에 적합하지 않은 사이즈 체계, 히트 상품의 원활치 못한 물량공급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해외여행 때마다 필수코스가 될 정도로 이미 이들 브랜드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잠재된 수요를 기대 했지만 백화점 유통의 제한된 공간에서 SPA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서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2005년 롯데쇼핑과 합자형태로 진출한 ‘유니클로’가 해외 SPA의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너도나도 앞 다투어 직진출했고 대기업과 거대유통을 파트너로 삼아 차례로 국내 진입했다. 이들 브랜드들은 진출 후 매년 40%, 심지어 230%의 경이적 수준의 외형과 영업이익, 신장률을 보이며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국내에도 선진국형 유통 패러다임으로 우후죽순 대형 쇼핑몰이 등장하고 백화점이 수수료를 인하하면서까지 대규모 면적 할애로 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글로벌 SPA는 그야말로 춘추전국 시대를 맞았다. 요즘 대형 쇼핑몰들은 오픈 전 이들 브랜드에 우선 개점 의사를 타진해 자리부터 빼놓고 MD를 구성할 정도다.

지난해 오픈한 신도림 디큐브몰에는 ‘자라·유니클로·H&M’이 차지하는 총면적이 7200㎡(구 2200여평)에 달했다. 이는 일반 백화점 3개 층에 해당하는 규모다. 김포 롯데몰에도 이들 브랜드는 총 7272㎡로 전체 패션 매장의 15%를 차지했다. 그만큼 내셔널 브랜드가 받는 홀대나 불이익도 커지고 있다.

저렴한 가격대를 제안하며 압도하는 매장규모에 유명 런웨이에서 볼 수 있던 최신의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상품 구색, 일 단위 신상품 출고, 막강한 물량 공세를 펼치며 에이지를 타파한 이들 브랜드들의 파급효과는 과히 위협적이었다. 쇼핑의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소비자들은 그야말로 열광했고 국내 패션 브랜드들의 위상은 저하됐다. 보세시장의 원조라 할 수 있던 동대문 시장까지 휘청하며 현재는 패션시장 흐름까지 바꿔놓고 있다. 1500㎡~3000㎡ 규모의 대형 매장에서 이들 연간 점당 매출은 최소20억에서 많게는 100억 원에 달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연령층을 흡수하고 있는 ‘유니클로’는 지난 1년 매출(2010년 9월~2011년 8월)이 3600억 원, 영업이익은 520억 원을 기록했다. 2014년까지 매출 1조원을 목표로 올해는 그동안 진출하지 않았던 수도권 및 지방 출점, 로드사이드 매장에까지 진입한다. 또한 SPA의 장점을 최대한 어필 할 수 있는 1652㎡(구 500평)규모 이상의 메가스토어도 광역 도시에 지속적으로 추가 오픈할 계획이다. 이들 연간 매출은 한 매장에서 300~500억 원으로 중소기업 연간 매출을 맘 먹는다.

글로벌 SPA의 이러한 전방위적 영향력 확대와 유통망 공략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한 백화점 바이어는 “면적당 매출 효율이 국내 브랜드들보다 높은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 집객력과 브랜드 및 바잉파워를 무시할 수 없다”며 “앞으로도 주요 점포 리뉴얼 또는 확대 시 MD 구성에 계속 추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대형 브랜드들의 성공을 토대로 해외 SPA의 진출도 가속화 되고 있다. ‘자라’를 전개 중인 인디텍스 그룹의 ‘마시모두띠’ 추가 런칭에 이어 지난해 ‘스트라디바리우스·풀앤베어·버쉬카’도 국내 상륙했다. 삼성 홈플러스를 통해 런칭한 미국 랩소디사의 ‘러브씬’도 대형마트라는 차별화된 개설 전략으로 진출, 올해 유통을 최대 30개까지 확대한다.

이어 프랑스 보마누이그룹의 ‘캐시캐시’가 최근 캐시캐시코리아를 설립, 런칭 준비에 들어갔다. 몇 년 전부터 국내 진출을 타진해온 영국 대표 SPA ‘탑샵’도 올 하반기 국내 도입이 가시화 될 방침이다. 이밖에 스페인 패션의류 회사로 알려진 코르테피엘의 남녀 캐주얼 ‘코르테피엘’과 잘 알려진 미국 ‘아베크롬비&피치’의 세컨 브랜드 ‘홀리스터’, 덴마크 브랜드 ‘스카치앤소다’ 등이 줄줄이 국내 상륙을 도모한다. 이들은 아직 국내에는 생소할 수 있으나 이미 해외에서 브랜드 파워를 인정받은 빅 브랜드들이라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이 ‘마켓 트렌드’로 대세라 할지라도 국내 브랜드들에게 당당한 ‘갑’의 입장을 행사하며 부를 축적한 유통사들이 글로벌 SPA 앞에서 ‘을’을 자처하며 우선권을 갖다 바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또한 면적, 수수료, 각종 파격적 제안을 하면서 내셔널 브랜드들의 입지를 제안하는 것 또한 도저히 개념 정립이 안된다. 일부 글로벌 SPA의 효율이 내셔널보다 못하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상품의 가치와 격식을 갖춘 고급의류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을 반영해 볼 때 한 철 입고 버린다는 개념의 패스트패션의 허점은 분명히 있다.

이에 우리 브랜드도 약자 입장만을 내세우기보다 차별화된 무기를 강조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전력해야 할 것이다. 무한경쟁 시대에 접어들면서 브랜드 충성도는 이제 옛말이며, 이들 거대 공룡에 맞설 생산 소싱처 마련과 적시 공급 시스템의 부재도 여전히 숙제다.

대형 글로벌 SPA의 열풍이 식기도 전에 참신하고 신선한 뉴 페이스들의 가세로 국내 패션 브랜드들은 이제 생존을 넘은 사투로 긴장의 끈을 놓치 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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