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본지 연중 시사 시리즈] 한국패션산업 글로벌 경쟁력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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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재진 기자 / flykjj@ktnews.com
  • 승인 2012.02.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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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가 진정한 답인가? 너도나도 SPA
글로벌 브랜드 품질 신뢰 저하…한국 토종브랜드 강점 유지해야

9 VS 39. 백화점 및 대형 유통에 입점 된 패션 브랜드의 평균 최저 수수료와 최대 수수료의 차이를 나타내는 수치.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중기중앙회의 지원을 받아 판매수수료 현황에 대해 조사,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조사결과 평균 판매 수수료 범위가 피혁·잡화 22.5~39.0%, 남성정장 27.0~ 38.0%, 여성정장 19.0~37.5%, 아웃도어 29.0~36.0%, 스포츠·골프 9.0~35.5% 등으로 나타면서 지난 20년 간 관행적으로 쉬쉬 해 오던 ‘갑’과 ‘을’과의 관계가 수면위로 부상했다.

이어 공정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관계를 강조하며 공룡 대형유통사에 강력한 시정조치를 요구했고 국회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대규모 유통업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지난해 5월 국회 정무위 소속 이성헌 의원이 ‘백화점 판매수수료율 적정화 방안 토론회’를 열고 국내 패션 브랜드 수수료는 35~40%대인데 반해 해외 명품 패션의류는 8~15%, 해외 SPA 브랜드는 10~20%, 해외명품 잡화 1~5%로 발표하며 대국민 여론을 형성했다.

국내 토종 패션브랜드는 이런 수수료 차별 외에도 백화점 행사시 할인 특판을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백화점 할인 행사시 입점 업체별 할인폭을 다르게 적용받고 있으며 이런 할인율도 입점업체의 매출액, 브랜드 등에 따라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토종 브랜드는 해외 명품 브랜드나 SPA가 입점되면 점포 위치를 변경하고 ‘방’을 빼줘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은 암묵적인 분위기로 고착된지 오래다.

지난해 오픈한 신도림 디큐브몰에는 ‘자라, 유니클로, H&M’이 차지하는 총면적이 7200㎡(구 2200평)이다. 일반 백화점 3개층에 해당하는 것이며 이어 오픈한 김포 롯데몰에도 총 7272㎡를 글로벌 SPA브랜드가 차지하며 내셔널 브랜드들이 홀대와 불이익을 받은 바 있다.

이런 차별을 받으면서도 토종 브랜드들은 백화점 인테리어 비용을 전담하고 자사의 경영정보를 유통사에 제공하고 있는 등 ‘을’의 관계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편 글로벌 SPA는 타 유통에도 서슴치 않고 들어간다. 예를 들어 롯데쇼핑이 지분의 49%를 갖고 있는 ‘유니클로’는 현대백화점에도 입점해 있다. 신규 런칭 후 들어갈 ‘빈방’을 찾는 국내 브랜드는 타 유통 입점금지로 인한 눈치보기인 상황과 천지차이다.

이런 상황은 대형할인마트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일산에 있는 ‘G’유통은 행사 시즌 마다 판매사원들에게 판촉비를 부담하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번 지적을 받고 신고를 당해도 벌금을 물고 말겠다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어 문제다.

한 토종 아동복 업체는 국내 전개가 어려워 중국으로 눈을 돌려 영업을 펼치고 있다. 국내 아동복 경기가 어렵긴 하지만 근본 원인은 중저가 브랜드로 대형 마트 전개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내셔널 브랜드로 국내에 인지도가 약하긴 하지만 마트 등에 들어가도 유통 마진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어 입점 안하는 것만 못해 중국 쪽으로 집중하고 있다. 백화점도 아닌 대형 마트 효율도 나지 않는 이상한 유통 구조로 경영상황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지난 1월1일부로 공정위는 한차례 ‘더’ 대규모 유통업법 시행을 공표한다고 밝힌바 있다. 업계분위기는 당시 수수료율 인하가 결정됐지만 대부분의 패션업체는 매출 등의 조건이 포함되지 않아 해당사항 ‘無’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회적 법과 제도가 마련됐다지만 아직도 유통의 횡포에 몸을 떨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다 패션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국내 브랜드는 SPA 브랜드와의 차별로 답답한 가슴만 치고 있다.

업계 내 관계자는 “우리나라 유통 구조는 전반적으로 비정상적이다. 외국의 경우 생산업체가 물건을 만들면 백화점이 사입해 물건을 판다. 우리나라는 80년대 초 생산업체가 발전하기 전에 유통업체가 먼저 커져버린 기형적 산업구조로 유통파워가 너무 커져 버린 것이 문제다. 생산업체가 제품을 만들고 가격도 유통구조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는 것이 맞다”며 현상에 대해 진단했다.

옥수동에 살고 있는 최모씨. 평소 글로벌 SPA 브랜드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다. 예전에는 해외 대행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브랜드를 어디에서든 구매가 가능해 즐거움이 크다. 그런 최씨가 최근 세일 소식에 매장에 갔다가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시즌 초반에 거금을 들여 구매한 제품가격이 1/5 수준으로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변 친구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가격대가 수시로 바뀌어 쇼핑 만족감이 줄고 있으며 패스트 패션인 만큼 세탁을 몇 번 하면 금방 못 입고 버리는 경우가 허다한 것. 실제로 SPA 매장을 가보면 신상품 매장보다 세일 매대 코너에 고객이 많이 몰리고 있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형 평수로 운영하는 SPA가 얼마나 효율을 낼 수 있는 지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더군다나 이대로 가다가는 지구 전체가 버려지는 옷으로 가득찰지도 모른다는 분위기도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최근 글로벌 SPA가 대세를 이루며 패션업계도 글로벌 SPA 브랜드 붐이다. 너도나도 SPA를 하겠다고 선포하고 있는 것. 반면 위 사례와 같이 해외 SPA 브랜드는 가격정책이 수시로 변하면서 소비자 신뢰를 얻지 못하고 품질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아 장기적으로 해답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탄탄한 경쟁력을 갖춘 토종 SPA 브랜드 탄생과 기형적 유통구조 개선을 간절히 기대해 보는 것은 너무 큰 바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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