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본지 연중 시사 시리즈] 한국패션산업 글로벌 경쟁력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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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유미 / yumi@ktnews.com
  • 승인 2012.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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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 ‘차별성’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
트렌디 상품·저렴한 가격…젊은층 유입효과 크나, 효율은?

인천에 위치한 한 유명 백화점. 지하 1층 ‘유니클로’, 지상 1층 ‘갭’, 지상 1~3층 ‘H&M’이 널찍하게 자리 잡고 있다. 특히 ‘H&M’은 이곳에 입점하며 콧대 높은 곳으로 유명한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과 같은 9%대의 수수료율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져 특혜시비를 가열시켰다.

국내 브랜드들의 평균 수수료율이 30% 이상인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파격적이다. 신도림에 위치한 디큐브시티는 SPA 브랜드들을 대거 입점시키고, 국내 브랜드보다 유리한 곳에 이들 매장을 배치했다. 따라서 국내 브랜드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매장 구석으로 몰릴 수 밖에 없었다. 이곳 역시 해외 SPA 브랜드들의 수수료율은 7~9%대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유통사들은 명품 및 직수입 브랜드 유치전도 모자라 해외 SPA 브랜드 모셔오기에 혈안돼 있다. MD 개편 시 이들의 면적을 더 확대할 조짐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몇 년간 이런 현상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기 불황까지 겹친 국내 브랜드들의 한숨은 더 깊어가고 있다.

■ 유통사 … SPA 수요 높아져
유통사들은 해외 SPA 브랜드 입점으로 인해 자사의 경쟁력과 집객력,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도 이들을 선호하고 있고 이들을 통해 입객수가 증가, 주변 브랜드들의 매출 상승효과도 가져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A 백화점 바이어는 “이들은 해외 패션 트렌드를 저렴한 단가와 빠른 신상품 입고로 고객들의 패션 충족도를 만족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MD 개편 시 이들 입점을 선호하게 된다”고 전했다.

B 백화점 바이어는 “SPA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 국내 소비자들도 점차 해외로 많이 나가게 되면서 여러 브랜드에 대한 경험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들의 안목이 높아짐에 따라 소비자들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SPA 브랜드 입점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백화점들은 SPA 브랜드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들의 입점을 통해 젊은 고객들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형마트 역시 MD 차별성을 꾀하기 위해 이들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 패션업계…효율에 의구심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들의 효율성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과연 국내 브랜드 10~20개 매장을 퇴점 시키고 이들이 입점한 후 매출이 전보다 더 늘었는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품었다.

C 마트 관계자는 “글로벌 SPA 브랜드들은 대형면적을 차지하는 것에 비해 저마진 구조로 이뤄져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된다”며 “패션 매장을 위주로 MD 구성을 할 수 없는 마트 특성상 이들을 운영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평당 효율을 굳이 비교하자면 국내 브랜드 10평에 월 2500만 원, 해외 SPA 브랜드는 200평에 월 1억 원으로 생각해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평당 효율이 국내 브랜드는 250만 원, 해외 SPA 브랜드는 50만 원 꼴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D 마트 관계자는 “수익과 매출은 국내 브랜드와 효율이 비슷하다”며 “입점 시켜 보니 추가 집객과 젊은 소비자 유입은 확실히 증가하는 것 같다. 이로 인해 다른 상품군으로 소비 전환이 용이하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슬로우 패션을 지향하는 백화점과 패스트 패션으로 불리는 해외 SPA 브랜드의 성격이 배치되지 않느냐는 지적도 일었다. 명품 및 고급제품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성향과는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특히 백화점 1층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객단가 높은 미끼 상품들을 판매해야 하는데 명품 매장이 있어야 할 곳마저 이들이 선점하고 있어 이해할 수 없다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1층에 화장품과 명품을 구입하는 고객이 윗층으로 올라가 의류를 함께 구매하는 확률이 상당히 높다. 객단가가 높아 효율적인 측면에서 백화점도 오히려 이들을 유치하는 것이 더 유리할 텐데 해외 SPA 브랜드에게 많은 면적을 할당하고 있다”며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또 “젊은층 집객 효과를 더 누릴지는 모르나 백화점도 명품 매장 자리에 객단가 낮은 이들을 입점 시키는 것이 득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매출로 보면 어쩌지 못하는 계륵과 같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C 마트 관계자 역시 “해외 SPA 브랜드들은 비효율 공간이 있을 때 입점 시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 그래도 비중 늘린다
각 백화점들은 향후 해외 SPA 브랜드 운영계획에 대해 대체적으로 입장 표명하기를 꺼려했다. 그러나 MD가 획일하게 흘러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SPA 브랜드를 점차 확대, 특화시켜 차별성을 키워가겠다는 복안이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운영 계획에 대해 할 말 없다”며 “영업 정책상 밝힐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함구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유니클로’ 등의 매장을 좀 더 확대 편성할 것”이라며 “해외 뿐 아니라 ‘르샵’, ‘코데즈컴바인’ 등 국내 SPA 브랜드 매장도 점차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유통사들은 국내와 국외 브랜드를 구분해 입점 차등을 두지는 않을 방침이다. 다만 비슷한 브랜드끼리 편성돼 매출을 서로 깎아 먹지 않도록 국내외 특색 있는 브랜드를 적절히 혼합해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백화점 바이어는 “각 개별 브랜드의 효율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입점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며 “해외나 SPA 브랜드보다 국내 브랜드들의 효율이 더 높다면 입점을 우선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마트는 SPA 브랜드 입점 확대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이마트 바이어는 “점진적으로 SPA 브랜드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나 지역 및 상권별 현황을 면밀히 분석한 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홈플러스 바이어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입점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서 “향후 대형몰 형태로 홈플러스가 건립되거나 패션 매장을 단독으로 운영하게 되면 해외 SPA 브랜드 입점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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