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본지 연중 시사 시리즈] 한국패션산업 글로벌 경쟁력 점검
[창간 31주년 본지 연중 시사 시리즈] 한국패션산업 글로벌 경쟁력 점검
  • 나지현 기자 / jeny@ktnews.com
  • 승인 2012.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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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브랜드들의 반격 시작됐다!
가치소비 중심 국내 소비자 입맛 꼭 맞춰

탈 백화점화 가속 틈새 찾아야
지난해 약 30조 규모인 패션시장에서 SPA는 약 1조8000억 원 수준으로 전체 외형의 6% 비중을 차지했다. 최근 5년간 국내 패션시장이 평균 3.9%의 성장률로 정체돼 있는 동안 SPA는 자그마치 평균 56%를 신장해 잠재력을 확인했다.

한국 시장을 테스트 마켓 수준 정도로 여겼던 글로벌 브랜드들은 이처럼 폭발적 신장으로 이제는 핵심 거점 마켓 수준으로 플랜을 짜고 있다.

여기서 국내 백화점 외형 및 수익성 하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의류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기존 백화점 위주로 의류를 소비했던 고객들 중 특히 중산층 소비여력이 넌 에이지를 표방한 값싼 SPA로 옮겨갔다면 과언일까.

고객과의 소통 접점을 찾고 기존 소비층 유지와 신규 창출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숙제지만 안일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스마트하고 ‘빨리빨리’ 근성을 갖고 있는 국내 소비자들은 새로운 것을 흡수하는 속도만큼 식상함과 지루함도 빨리 느낀다. 이는 국내뿐만이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들에게도 일침을 가하는 조언이기도 하다.

‘자라’의 외형 매출액은 매년 상승하고 있지만 반대로 영업이익률은 감소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3년 주기로 트렌드 흐름이 바뀌는 국내 특성상 글로벌 SPA의 퀄리티나 사이즈, 획일화된 상품들에서 만족감이 떨어져 소비자들이 회귀하면서 재구매율이나 성장률도 다소 둔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학습’ 마친 내셔널, ‘오감만족’ 도전
글로벌 SPA의 맹공 속에서 내셔널 브랜드들의 만만찮은 반격도 시작됐다. 지난 몇 년간 글로벌 SPA의 추이과 성장 속도, 전개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른바 ‘학습’을 마친 내셔널 브랜드들은 그들의 강점은 받아들이고 허점을 토대로 한국식 입맛에 정확히 맞춘 브랜드들을 속속들이 출시하고 있다. ‘자라’,‘H&M’ 등이 아무리 거대 공룡이라도 점차 극단적으로 변해가는 예측 불가능한 국내 날씨와 소비 경기 흐름까지는 고려하기 힘들다.

제일모직은 3년여 간에 걸쳐 준비한 거대 글로벌 프로젝트 ‘에잇세컨즈’라는 토종 SPA를 선보여 반격에 나섰다. 역대 단일 브랜드로는 최대 금액인 300억 원을 출자해 선보인 ‘에잇세컨즈’의 위용은 실로 거대했다. 5년 내 ‘유니클로’ 매출을 따라잡고 2020년까지 1조 5000억 원 매출이 목표다.

‘에잇세컨즈’는 한 공간에서 무려 3000스타일 6000컬러에 달하는 상품을 쏟아냈다. 다채로운 상품뿐만 아니라 기존 ‘H&M’이나 ‘포에버21’과의 확실한 차별화는 이들 브랜드가 의류 창고를 방불케 할 만큼 빡빡하게 걸린 옷들로 쇼핑 후 피로감이 몰려왔다면 ‘에잇세컨즈’는 SPA와 컨셉 스토어를 접목해 고품격 편집 매장의 감성과 인테리어를 가미한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된 쇼핑 환경을 제공한다.

한 층은 아예 ‘아트 갤러리’로 할애해 쉼터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으며, 보기 힘든 수입 편집 브랜드와 핸드메이드 제품, 리빙군, 신진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 상품도 구비했다.

‘에잇세컨즈’ 관계자는 “유럽 감성이 아닌, 더 젊고 섬세한 한국 소비자의 감성에서 출발해 기존 글로벌 SPA로 충족되지 않는 것이 무엇일까에 주목했다”며 “더 좋은 원단과 봉제, 디테일, 무엇보다 디자이너의 손맛이 살아있는 상품에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 국내 체형과 선호도에 적합하게 재해석 했다”고 밝혔다.

제일모직은 중국, 인도네시아, 미얀마, 베트남 등 70여개에 달하는 우수 글로벌 소싱망을 활용하고 기획팀에만 50여명의 디자이너를 배치했다. 탄탄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글로벌 SPA가 내세우는 파격적이고 스피디한 상품 기획 리드타임을 구축했다. ‘대량 생산의 미학 속에 창의적인 것이 숨 쉬는 브랜드’로 대중이 쉽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개개인의 개성과 크리에이티브한 감성을 충족시킨다는 것이 모토다.

관계자는 “‘에잇세컨즈’를 단순히 패스트패션으로 분류하고 싶지 않다, 스토리텔링이 있고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살아 숨 쉬는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가격대는 ‘유니클로’보다는 높고 ‘자라’보다는 낮은 ‘똑똑한’ 가격대를 표방한다.

이밖에도 ‘자라’의 60% 수준 가격과 일반 여성복 대비 압도적인 디자인 수로 국내 패션흐름을 주도하겠다는 이랜드의 ‘미쏘’는 여성 SPA로 특화해 한해 무려 1만여 스타일을 선보인다. 가격대는 ‘자라’의 60%, ‘H&M’에 비해서 20% 저렴한 경쟁력을 내세웠다.

‘스파오’는 SM엔터테인먼트와 조인트 벤처를 설립해 소녀시대, 슈퍼주니어를 모델로 발탁, 체계적인 브랜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케이팝을 중심으로 최근 한류가 큰 인기를 끌면서 한국 패션과 문화 등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확대되면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DNA·오리지널리티 내세워
‘제대로 된’ 한국형 SPA가 거대 인프라와 시스템을 구축한 대기업이나 실현 가능한 얘기라고 낙심한다면 오산이다. 누구보다 섬세한 디테일과 페미닌한 감성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와 강력한 무기인 손맛을 가장 맛있게 표현할 수 있는 재주를 가진 한국 브랜드의 강점을 부각시킨 다면 대안이 될 수 있다.

대현이 올 봄 새롭게 선보인 ‘듀엘’은 또 다른 측면으로 내셔널 브랜드의 잠재된 경쟁력을 과시했다. 백화점이라는 ‘프리미엄’ 유통을 활용한 내셔널 명품을 지향한 ‘듀엘’은 완성도 높고 신선한 웰 메이드(WELL-MADE) 브랜드를 내놨다.

대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요소를 결합하고자 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시장을 리드하기 위해선 브랜드가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현실적이면서도 시대를 넘어선 매력으로 어필해야 한다”며 “트렌드에 따라 뜨고 지는 것이 아니라 명품이 되기 위해 소비자들과 공감하고 브랜드 로고만으로도 매장을 찾아올 수 있도록 여성 패션을 대표하는 대명사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시시각각 너무나 빠르게 진화하는 패션은 의류에만 국한되지 않고 생활 문화 전반에 걸쳐 감성에 소구하는 문화산업이다. 그럴듯한 마케팅 기법으로 포장한 것이 아닌, 소비자들에게 진정으로 다가가 좀 더 솔직하고 혼을 담은 제품으로 신뢰를 주어야 한다.

과거 디자이너들의 카피 문화 성행으로 ‘그 옷이 그 옷’이라는 오명을 벗고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 소득 3만불 시대를 바라보는 현 시점에서 소비자들의 니즈와 욕구는 더욱 다양해 질 것이고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브랜드들은 확연한 차별화와 강력한 DNA, 오리지널리티로 브랜드 파워를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

최근의 트렌드와 외부 변화, 날씨 환경 등을 고려하고, 모방이 아닌 새롭게 재해석한 기획과 적중률 높은 상품을 위해 역량과 실력을 집중해야 한다. 각 브랜드들의 이러한 고민과 노력으로 감행한 모험과 도전에 대한 가장 큰 수혜자는 결국 소비자다. 결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는 브랜드들의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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