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본지 연중 시사 시리즈] 한국패션산업 글로벌 경쟁력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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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희 기자 / yhlee@ktnews.com
  • 승인 2012.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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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직진출’하고 ‘현지화’ 하라!”
합작 실패사례 많고 수업료 혹독히 치러


중국을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거점화 및 교두보로 만들기 위한 우리 패션업계의 행보는 올해 마침내 그 정점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진출해 토대를 마련한 기업들은 “중국시장을 만만히 보다가는 큰 코 다친다”고 조언한다.

이미 ‘생산기지’에서 ‘최대 소비국’으로 부상한 중국<본지 16일자 7면 참조>은 막연히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반드시 공략해야 할 내수시장개념으로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펼쳐야 할 곳”이라고 선진출 기업들은 확언하고 있다.

현재 중국 유명백화점에서 ‘샤넬’등 명품여성복과 나란히 경쟁하고 있는 한국의 J디자이너는 “중국정부가 벌써 10여년 전부터 패션을 전공한 학생들을 유럽, 미국등지로 유학을 보내고 있는데 향후 5년내 이들이 선진시스템 습득 및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귀국해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 전에 한국의 디자이너 및 럭셔리 브랜드들이 진출해 토대를 닦아 놓지 않으면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란 전망을 했다. 벌써부터 중국은 해외명품을 선호하는 한편 ‘명품’을 표방한 신규 브랜드를 런칭해 대대적 홍보를 하고 있어 그 조짐이 보이고 있다.

중국 ‘명품 공정(工程)’나서
최근 중국의 국영기업 차이나 가먼츠(China Garments)는 남성명품 브랜드를 표방한 ‘서지-솔제리(Sorgere)’를 런칭해 베이징 호텔에서 처음으로 패션쇼를 열었다. 이 회사는 마오쩌퉁의 유니폼과 군복을 만들어 유명한 국영기업이다. 급팽창하는 명품 시장을 잡기 위해 디자인은 중국에서 하고 생산은 ‘이탈리아’에서 진행 ‘메이드 인 이탈리아’로 들여온다.

중국이 세계 명품시장에서 장악력을 키우겠다는 선전포고를 하는 듯 이처럼 신규를 런칭하기도 하고 유럽의 명품업체를 인수하는등 ‘명품 공정’이라 부를 정도로 공격적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속에서 ‘솔제리’를 거대 소비시장을 내포한 중국이 밀어준다면 장악력은 막강해 질 것이란 분석이 뒤따른다.

즉 자체 명품도 런칭하고 해외 브랜드도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중국기업의 명품과 준 명품업체의 인수도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투자그룹인 펑 브랜드가 최근 프랑스 ‘소니아 리키엘’의 지분을 80% 인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푸싱그룹은 ‘프라다’ 인수에 적극 나서기도 했지만 대주주가 되는 것은 실패했다.

명품공정의 일환으로 중국정부는 해외명품브랜드를 사기위해 가까운 홍콩에서부터 파리 등 유럽으로 여행가는 중산층 이상 상류층 소비자들을 잡아두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현재 30%에 달하는 특별소비세를 인하해 중국시장을 지키겠다는 의도다. 이는 비단 홍콩, 유럽뿐만이 아니라 일본과 한국까지도 긴장시킬 만하다.

‘쇼핑관광’이 줄어들고 관광객들의 ‘씀씀이’도 줄어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별소비세를 낮추면 반사이익은 고스란히 중국현지에 진출해 있는 명품업체들에게 떨어질 것이다. 지난해 중국마켓에서 명품소비는 470억 달러 상당으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270억 달러가 해외시장에서 소요된 것이었다.

전철 밟지 말아야

여성복기업으로서 현지화에 성공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보끄레머천다이징은 1999년 일찌감치 진출했지만 현지 파트너와의 합작실패로 수업료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이후 2005년 보끄레 상해 상무유한공사 독자법인화를 통한 직진출로 다시금 공략해 오늘에 이르렀다. 처음 유통확대보다는 타겟층을 정확히 분석하고 생존할 수 있는 현지화에 주력했다.

현재 ‘온앤온’ 84개, ‘더블유닷’ 91개, ‘라빠레뜨’ 5개, ‘코인코즈’ 7개로 총 18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약 13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에는 ‘온앤온’과 ‘더블유닷’ 각각 20여 개의 매장 오픈을 통해 약 2000억 원 규모를 기대한다.

보끄레머천다이징은 무엇보다 인재를 확보하고 문화차이를 극복하는데 전력해 왔다. 매출과 시장선점은 이것이 이뤄지면 당연히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총 1460명의 직원중 중국직원이 757명으로 한국인보다 많다.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체험교육과 서비스예절, 꾸준한 사회공헌을 하고 문화차이 극복차원서 중국대학생 초청 한국 유학지원 및 장학금지원 등을 꾸준히 해 왔다.

중소 여성복업체인 S사는 현지기업이 공동으로 대리상모집을 통한 중국전역에 유통망을 구축하자는 제안을 받았고 사업진행을 위해 상당한 투자를 했지만 실패했다. 현재는 북경에 직접 법인을 설립하고 점진적인 유통확보에 나서고 있다. 유명호텔에서의 패션쇼와 한류스타초청 등 비용을 모두 부담했지만 중국패션사를 홍보하는데 역이용됐고 제품도 카피당해 실질적 성과는 거머쥐지 못했다고 한다. 이러한 사례가 입증하듯 대부분의 성공기업들은 ‘직진출하라!’고 조언한다.

데코네티션의 ‘이엔씨’는 이랜드 중국법인을 통해 14개 지사에서 각 지역의 세분화된 영업력에 힘입어 진출 1년여만에 60여 개의 유통을 확보하는 쾌거를 이뤘다. 올해는 이를 기반으로 남방과 북방을 집중 공략하고 3~4개월 앞선 선기획을 통해 현지에 맞는 발빠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중국 디자인 전담팀을 꾸리고 한국과 동시 신상품 출고와 함께 최대한 스피디한 시스템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담당자는 “중국내 탄탄한 파트너사와 합작해도 서로의 이익과 입장을 내세우다 보면 예기치 못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직접 시장에서 유통을 컨트롤할 수 없다면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틈새 ‘준명품’ 선점하라
대부분의 패션기업들이 “이제 한국과 중국의 트렌드는 거의 함께 간다”고 입을 모은다. 한류드라마의 영향이기도 하겠지만 한국의 트렌디 제품이 중국에서도 먹힌다는 것이다. 이미 중국소비자도 ‘명품은 무조건 비싼 제품, 한국제품의 무조건적 선호’에서 탈피하고 있다. 그들만의 기준이 생기고 눈이 뜨인 것이다.

여성복의 경우 중국내 패션소비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20~30대 하이패션을 선호하는 고객층이 탄탄해 지고 있다는 것. ‘제시뉴욕’은 이러한 틈새를 적극 노려 상해에 법인을 설립했다. ‘제시뉴욕’만의 정체성을 고집, 그들의 성향을 맞추기 보다 소비자를 리드하는데 전력했다. 스페셜급 유통에 입점해 하이엔드 패션마켓을 공략함으로써 매년 20~30%씩의 성장을 해 오고 있다는 것.

아동복 ‘트윈키즈’도 브랜드의 색깔과 정체성을 고수하고 한국에서의 트렌디한 상품을 그대로 보여줘 호응을 얻고 있다. 명품시장보다는 준 명품의 중고가대를 공략해 성공한 사례이다. ‘트윈키즈’를 전개하는 문일우 대표는 “무조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조언을 한다. 직진출하고 플랜을 짜서 전력질주해 먼저 깃발을 꽂아야 살아남는다는 것이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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