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본지 연중 시사 시리즈] 한국패션산업 글로벌 경쟁력 점검
[창간 31주년 본지 연중 시사 시리즈] 한국패션산업 글로벌 경쟁력 점검
  • 김임순 기자 / sk@ktnews.com
  • 승인 2012.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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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기본에 충실 ‘중국인 마음 열어’
해외진출, 아이템 선정보다 ‘과감한 도전·현지화·개척정신’ 필수

이랜드는 올해 중국에서만 1300여개의 매장을 새로 오픈 하고 2조 1천 억의 매출을 목표로 책정했다. 국내 패션/유통 업체 중 최초로 2조 매출 돌파다. 새로운 신화를 계속 써내려가고 있는 이랜드 중국 사업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철저한 시장조사 통한 초기투자로 기회 선점
“방대한 내수시장 규모만 보고 무턱대고 덤볐다면 예상치 못한 고전으로 지금의 성공을 이루긴 어려웠을 겁니다. 중국은 지역마다 색깔이 확연히 다른 만큼 어느 곳보다 정확한 지식과 정보가 요구 되는 시장입니다.”

제조 법인에서 판매 법인으로 역할이 바뀐 이랜드 중국비즈니스의 초대 대표를 지낸바 있고 현재 중국 사업부 법인장인 최종양 대표의 예리한 분석 결과다. 부임 전 중국관련 서적 100권을 독파하고, 부임 후 기차로 6개월간 중국전역을 순회한 일화는 지금도 새로 부임하는 경영진에게 이어져, 문화로 계승되고 있다.

아주 작은 행정구역인 찐(한국의 읍)단위의 시장조사까지 함께 동행한 최종양 대표는 기차와 싸구려 버스는 물론, 한국의 여관이나 여인숙 정도의 숙박까지 가리지 않고 전국순회를 감행했다. 생산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였기에 각 지역에 있는 백화점은 물론 생산 공장까지 꼼꼼한 검증작업은 중국 사업부의 신속한 성장을 위해 필수기 때문이다.

개척되지 않은 광활한 기회의 땅 중국. 그러나 이는 반대로 무턱대고 발로 뛸 수만은 없는 막연한 중국 시장에 대한 부담이기도 했다. 도시간 이동 시간은 짧아야 5시간, 길게는 무려 30여 시간. 밤낮을 달리는 기차 안에서 입에도 맞지 않는 중국 음식과 고전하고 탈이 난 배를 움켜쥐며 사업장을 돌던 날들. 몸을 겨우 움직일 정도의 좁은 버스에서 12시간 이상을 시달리며 얻은 몸살은 차라리 편했다.

이러한 낯선 경험들을 바탕으로 사전 시장과 현장 조사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중국 법인 직원들은 중국 대도시 곳곳을 일일이 방문하며 백화점 목록을 작성하고 세밀한 조사를 이어갔다. 또한 백화점 전개에 필요한 도시 별 특징을 차차 습득해 가면서 중국에서의 이랜드의 가능성에 대해 확신하게 되었다.

둘째, 길게 내다보고 기본에 투자
이랜드 중국법인은 100% 직영체제다. 게다가 경쟁이 치열한 백화점 입점 원칙을 중국진출 이후 내내 고수해 오고 있다. 자금이 넉넉지 않은 초기에도 꾸준한 투자를 지속하며 2~3년 단위의 리뉴얼을 감행했고, 성급한 매장의 확산도 자제하며 장기적인 비전과 확대를 위한 인내의 시간을 보낸 이랜드의 선택은 기본에 대한 투자가 브랜드 가치와 백화점 유통망 확보라는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와 맞아 떨어졌다.

백화점은 철저한 강자생존의 장. 중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매출규모가 작았던 당시의 이랜드에 대한 중국 백화점 관계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는 중국 시장에 나선 모든 한국 기업들이 겪는 공통된 고충이었으며, 많은 회사들이 중국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른바 ‘관계(關係)’를 맺기 위한 부정한 접대를 거듭해온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관계’에 대한 이랜드의 생각은 달랐다. 부적절한 관시는 모래성이다. 기본을 중시하는 정신이 굳건한 관계의 토대라는 철학이다. 백화점 책임자들과의 정기적인 미팅을 통한 상호 발전적 대화는 물론 정부관계기관들의 초청 강의나 친필 편지를 통한 성의 표시 등은 이랜드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게 했다.

또한 성실한 영업과 투명한 경영을 통해 정직한 매출을 일으키고 합당한 세금을 냄으로써 중국 정부의 인정을 받았고, 다양한 지역 사회 후원 활동 등은 공고한 관계 유지에 큰 힘이 되었다. 길게 보고 기본에 투자하는 이러한 이랜드의 경영철학은 인재육성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각종 인센티브는 물론 한국에서 다양한 교육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셋째, 중국인의 마음을 움직이다
해외진출의 필수요소는 아이템에 대한 선정에 앞서 과감한 도전정신과 현지화를 위한 개척정신에 있다. 위험 부담을 안고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고서는 타국의 벽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랜드는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성향을 완벽히 파악하고 분석함으로 써 우리나라와 동일한 디자인 대신 현지 적응화 전략을 택했다. 빨강색을 선호하는 중국 문화의 특성을 활용, 매장의 로고 색상을 빨강 색으로 선택했고, 중국 고객들의 친밀도를 감안해 衣戀(이리엔)이라는 발음하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중국형 새로운 명칭으로 대중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모든 직원들이 현지인들과 똑같이 먹고 자고 생활했다. 심지어는 자녀들도 모두 인민학교에 보냈다. 처음에는 안 믿었으나 군림하지 않는 모습에 그들도 차츰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청소에서 식사까지 직급에 상관없이 함께하는 이랜드만의 문화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거리감을 두었던 중국 현지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심이 담긴 사회공헌활동도 현지인들의 감동을 샀다. 가기 꺼려하는 나환자 병원을 방문해 임직원들이 직접 청소와 문화 활동을 하고, 고아원에 생필품을 정기적으로 제공했다. 기업이익의 10% 사회환원 경영철학에 따라 소수민족지역 2곳에 학교를 건립해 무상 기증키도 했다.

넷째, ‘프리미엄 브랜드’ 위상 확보
국내 중저가 시장에서 성공경험을 갖고 있던 이랜드가 전혀 다른 제품군을 가지고 전혀 다른 불모지의 시장에서 포지셔닝 한다는 전략은 무모하게 여겨질 만큼 위험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포화상태인 내수시장의 한계를 인식하고 반대로 해외 고급 의류 시장을 겨냥하겠다는 이랜드의 전략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또한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인해 가격적인 측면만을 중시하던 과거와는 달리, 취향과 실용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하는 현재 중국 의류 소비 경향은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으로 시장성을 발굴하던 이랜드의 방침과 일치했다.

공항 카트를 활용한 광고는 구매력이 높은 공항 이용객에게 브랜드를 노출하는 기회로 활용됐고, 국내 대중적이고 단순한 스타일에서 벗어나 미국 명문 대학 아이비 리그 테마를 사용한 브랜드 이미지와 인테리어는 중국 업체들의 치열한 경합에서 경쟁력을 갖게 했다. 특히 캐주얼이 정장보다 경쟁우위가 있는 이랜드의 사업구조에서 캐주얼 중심의 고급브랜드 라는 이랜드의 이미지는 성공을 거두기에 충분했다.

고급 이미지 ‘이랜드 장기집권’ 기대
현재 중국에서 이랜드는 상당히 고급스런 이미지로 소비자들에게 포지셔닝돼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스코필드’, ‘이랜드’ 등 여성 캐주얼 브랜드를 시작으로 현재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 고급 백화점에 수백 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중국 중상류층에 확고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으며, 중국시장 내 인기 한국 의류 브랜드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1세기 새로운 성장영역에 대한 기회 선점부터 이어지고 있는 중국 대륙에서의 ‘이랜드 신화’. 지식경영회사 이랜드 경쟁력, 그 장기집권을 예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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