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1주년 잡화 특집] 환갑맞는 구두장인 10년뒤엔 누가잇나
[창간31주년 잡화 특집] 환갑맞는 구두장인 10년뒤엔 누가잇나
  • 김송이 / songe@ktnews.com
  • 승인 2012.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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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화 주문량 전년대비 40% 감소…공장 수십곳 “그만둘까”
성수동 구두장인 수천 명이 “곧 환갑”…5~10년내 은퇴 불가피

“80년대 한창 때는 크고작은 수제화 공장이 600군데가 넘었고, 기술자를 30명 넘게 채용하는 곳도 있었는데….” 국내외 경기침체로 수제화 주문량이 대폭 감소하면서 성수동 구두공장들이 규모를 축소하거나 문을 닫고 있다. 수제화 공정 중에서 가장 힘든 제갑(가죽원단 봉제)과 저부(창과 굽 끼우기)를 맡아 작업하는 구두장인의 숫자도 크게 줄었다. 국내 제조업 활력이 사라지고 고용 창출 능력도 약화되면서 성수동에도 그 여파가 미쳤다.

젊은 인력이 양성되지 않은 채 수십 년이 흘러 고령화와 함께 기술자의 인원 감소도 두드러지게 됐다. 현재 성수동에서 수제화 기술자는 약 4000명으로 80년대의 절반 수준인데, 이들의 평균연령마저 60세를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마지막 장인들이 5~10년 내 일제히 환갑에 접어들면 지금도 인력난에 허덕이는 공장들의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인력난에 불황까지 “엎친데 덮쳐”

“인솔(구두 안창) 제조업체의 전년대비 공급량을 추산한 결과, 상반기 국내 수제화 생산량이 40% 감소했다.” ‘리브가’ 고영운 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기성화 금강과 에스콰이아는 물론 탠디, 소다, 미소페와 같은 살롱화, 디자이너 슈즈까지 거의 모든 국내생산 수제화의 인솔이 경기도 일원과 파주, 광주, 성남의 4~5개 주요업체에서 생산되고 있단다.

“구두의 필수 부속품인 인솔의 공급량은 국내 수제화 생산량을 가장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수치라고 할 수 있는데, 상반기에만 절반을 간신히 웃도는 양을 생산했다”고 하니, 지난 반년 간 한국 수제화 생산이 얼마나 부진했는지 알 수 있다.

제조업 수출 경쟁력이 높은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기계생산라인이 이동하면서, 현재 메이드 인 코리아 구두는 디자인과 패턴은 물론 재단과 갑피, 저부를 손으로 하는 수제화가 대부분이다. 백화점 행사제품이나 아웃렛, 보세 시장에 유통되는 저가 구두는 기계로 양산 되는데, 이는 이미 상당부분 중국으로 건너가 있고, 구 에스콰이아 공장이 소재했던 성남 등지에 겨우 몇 곳이 남아있다. 한국의 구두공장은 디자인부터 창과 굽을 조립하는 저부까지 기술자의 손으로 완성되는 고급 수제화 중심으로 전개되며, 현재 성수동의 수제화 생산업체는 약 350개 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나 올 상반기까지 이어진 경기침체로 구두주문량이 급감했고, 건물 임대료를 포함한 공장 유지와 운영에 효율을 못 내게 된 수제화 업체들이 사업부 인원을 축소하거나 문을 닫고 있다고 한다. 최소 40평, 통상 70~80평 규모의 작업장에 10~15명의 직원과 기술자가 근무하는 공장이 효율을 낼 만큼도 주문량이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성수동 공장 곳곳에서 “이대로면 연내 문을 닫으려는 업체가 100곳에 이를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창 때 30명도 넘는 기술자를 채용했던 성수동 수제화 공장들이 문을 닫거나 규모를 축소함에도 불구하고 갈 곳 잃은 구두장인들의 실업난은 들리지 않는다. 경기침체로 인한 공장 폐쇄보다도 기술자의 고령화와 은퇴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성수동에서 근무하고 있는 기술자는 80년대의 절반 수준인 약 4천 여명인데, 이들의 평균연령이 60세를 웃돌고 있다. 제작 기술을 보유한 마지막 세대 장인들까지 5~10년 내 일제히 환갑에 접어들면, 지금도 인력난에 허덕이는 공장들의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서울시는 성수동을 비롯한 중소 토탈패션기업의 시스템과 인프라 구축을 돕고자 한국패션협회가 위탁운영하는 성동토탈패션지원센터(SSTF, 센터장 이부경)를 2009년 설립했고, 성동제화협회(SSST, 회장 이한영)와 같은 민간단체도 지난해 생겨나 각각 구두 제작에 대한 교육에 나섰다.

세라제화(대표 박세광)도 세라제화 아카데미(SFDA, 원장 조명숙)를 오픈해 인력양성에 나섰다. 그러나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고 수제화 작업 환경에 대한 대중들의 선입견 탓에 인력 보충이 원활하지 못한 편이다. 성수동에 산재한 업체들이 연대를 강화해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시와 구의 보다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교육기관의 프로그램 및 홍보 강화로 인력양성이 시급하다.

제갑·저부 도맡는 구두장인 부족

수제화 공정은 디자인, 패턴, 재단, 제갑(봉제), 저부의 다섯 단계로 이뤄진다. 수제화 공장들은 브랜드 하청과 동시에 자체 디자인 브랜드나 ODM을 하고 있고, 슈즈 디자이너 양성은 각 교육단체에서 활성화 된 편이다. 기본적인 구두 패턴은 보유한 공장이 많으며 오너 본인이 직접 작업하거나 패턴사를 기용해 트렌드에 맞춰 일부 수정하는데 실력과 그에 따른 급여가 천차만별이다.

SSST 부회장이기도 한 이안슈 윤명언 대표는 “재단은 수개월 정도만 근무해도 충분히 손에 익게 돼 큰 힘이 들지 않으므로, 대부분의 수제화 공장이 디자인과 패턴, 재단까지 직원제로 해낸다”며 “이후에 두꺼운 가죽을 봉제하고 창과 굽을 끼우는 작업인 제갑와 저부는 상당한 완력이 필요하며 체력이 소모되는 작업으로, ‘구두장인’이라 불리는 기술자들이 도맡는다”고 설명한다.

이론과 기본 작업을 배우는 데만 최소 5~6개월 학습이 필요하며, 기능공으로 한 사람의 몫을 해내기 위해서는 최소 1년, 통상 2~3년간 공장에서 근무해야 제 몫을 하게 된다. 수제화 장인은 여성구두의 사계절 스타일을 소화해야 하는데, 봄의 토오픈부터 여름 샌들, 추동 부티나 부츠까지 모든 스타일을 최소한 한 번 이상 다뤄봐야 하기 때문이다.

장인들의 업무량은 다소 차이가 있으나 성수기에는 10시간 근무 기준 약 10~20족을 소화하고 있다. 대부분 프리랜서로 근무하며 비·성수기 공장의 주문량에 따라 수개월 단위로 직장을 옮기며 작업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켤레당 공임은 편차가 있으나 통상 6500~7000원 가량으로 조사됐다.

성수동 수제화 구두장인의 명맥을 이어나가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SSST 이한영 회장은 “제조업이 경제의 근간이며, 제조업이 살아야 내수가 살고, 내수가 살아야 기업이 산다”고 강조한다.

성수동의 수제화 기술자가 대한민국 제조업 종사자 중 90%를 차지하고 있기에 이곳에 집적된 제화업을 기반으로 창업 및 취업의 기회를 열겠다는 의지다. 도의적으로는 최고 기술력을 자부하는 성수동 구두장인의 자존심과 정통성을 지켜나가기 위해서일 것이다.


구두장인들 어디로, 왜 사라졌나

성수동 공장장들은 “외부에서는 공장 환경이 열악하다고 하나,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예전 지하 작업장은 거의 사라지고 건물 지상으로 재구축 됐으며, 지금도 계속해서 여러 공장들이 시설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한때 닭장을 방불케 했다는 빽빽한 작업장도 확장돼 구두장인 1인당 작업영역도 1평 가까이 넓어졌다. 지하에 있던 공장들이 지상에 올라오면서 환풍 시스템도 잘 갖춰지게 됐으니, 구두장인의 부족현상은 비단 노동의 강도나 작업 환경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선 수제화 기술 전문 교육기관이 부족해 젊은 층이 취업이 연결되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중론이다. 일부 교육기관이 있었으나 디자인과 패턴 교육에 치중됐고 실무나 현장에 가까운 교육을 행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산업 부흥기에 인력 양성 기반을 닦는데 투자가 되지 않았다.

공장에 하청을 주고 있는 대형 브랜드의 횡포도 수제화 생산공장의 근본적인 인프라 및 시스템 구축을 저해했다. 공장에 생산원가와 공장마진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던 대기업의 횡포도 한몫 했다.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기성화나 살롱화 브랜드 중 전량을 소화할 자체 공장을 보유한 기업이 전무하며 일부 기술개발 및 샘플을 제외하고는 전면적으로 성수동에 하청을 맡기고 있는 상태다.

성수동의 한 공장주는 “브랜드는 물가와 백화점 수수료가 상승하자 품질이나 디자인 개발, 유통 다각화를 위해 노력하기보다 하청업체의 허리끈을 먼저 조였다”며 “브랜드 업체가 ‘깔아놓은’ 금액 때문에 거래를 끊지도 못한 하청기업들이 줄줄이 망해 생산 기반산업이 초토화 됐다”고 밝혔다.

공장들은 부흥기 동안 시스템과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한 채 지금까지 운영을 이어왔다. 직원들의 복리후생이나 정기적 일감, 급여를 지원하기 힘들게 되자 대부분의 장인들이 프리랜서로 전환했다. 또한 직원으로 채용되기 보다는 일당제로 현금 지급을 받고, 일부 기술자들은 실업급여를 챙기기 급급하고 있다.

그러나 공장장들은 성수기 주문량이 밀려들어오면 인력 부족으로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다. 반면 비수기에 일감이 크게 줄거나 최근 같은 경기 침체에는 공인들이 오후 3시면 퇴근하거나 손을 놀리게 된다. 시스템 안정화가 안 돼 월별 수입 편차가 극심해지며 악순환이 계속된다. 공장장과 공인들의 생활을 몰아세우는 운영 및 결재 시스템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수제화, 그럼에도 전망은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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