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여성복 업계 위기 탈출, 생존 해법은?
전문가 진단 여성복 업계 위기 탈출, 생존 해법은?
  • 나지현 기자 / jeny@ktnews.com
  • 승인 2012.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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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만 잘 만들면 된다” 자가당착 탈피 ‘혁신’ 절실!

패션계 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 전반의 침체와 점점 더 예측 불가능한 변덕스러운 날씨에 여성복 시장은 타격을 입고 있다. 지각변동이라고 할 만큼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와 유통 패러다임 속에서 방향성을 잃고 흔들리는 여성복 시장은 매출 둔화와 시장 포화 속에서 적자구조가 심화되면서 현재 생존을 위한 사투가 치열하다.

올해 전체 패션시장규모 전망은 37조6381억 원이며 잡화를 뺀 순수 의류시장 규모는 30조 3213억 원. 이중 여성복 시장 규모는 2조9718억 원으로 지난 2009년 3조 6554억 원이었던 것이 매년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상황이다.(표참조) 이는 유아동복 8013억 원, 내의류 1조3762억 원 다음으로 작은 시장규모다.

과거 ‘패션 산업의 꽃’으로 불리웠던 여성복 시장의 미래에 대해 현재는 암울한 말들만 쏟아지고 있다. 위기에 봉착한 여성복 시장의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과 소비 해동에 대한 대안은 없을까.

여성복 시장에서 다년간의 경험과 연륜을 갖춘 전문가들은 글로벌 SPA의 등장은 이미 필연적인 도입이 예고돼왔고 그 보다도 더 큰 문제점은 각 브랜드가 자생력을 갖기 위한 컨텐츠의 다양성이나 깊이가 부족, 심도 있는 비즈니스 툴을 갖추지 못한 것이 현재의 위기를 가져왔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아마도 여성복만이 가진 문제점은 아닐 듯 하다.

뜨고지는 트렌드나 변화하는 대세에 따라 기업의 미래를 거는 모험은 너무 위험하다는 것. 기업의 역량을 정확하고 철저히 분석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향후 1~2년간 여성복 시장은 30%이상의 브랜드가 정리되는 뼈 아픈 수순을 겪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여성복 시장의 위기 탈출을 위한 해법을 찾고 방향을 제시해본다.

▶롯데백화점 여성패션 부문장 황범석 이사

핵심 가치와 문화·아이덴티티 경쟁이 곧 생존

패션경기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여성복 시장의 파이는 점점 줄고 더 어려워지고 있다. 10년 전만해도 백화점 내 여성복 매출이 전체 외형의 3분의1 이상이었으나 현재는 4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고객들에게 항상 새로운 것을 보여주어야 하다는 입장에서 예전에는 입점하려는 새로운 벤더들이 많이 있었지만 현재는 능동적으로 직접 찾아야하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던 리딩 브랜드의 출현이 시장을 주도하며 백화점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플러스 알파로 작용했었으나 2005년부터 도입된 글로벌 SPA와 수입 컨템포러리의 확대 등이 내셔널 여성복 시장을 위축시키고 성장 둔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즌 주력상품의 부재와 브랜드들의 상품 동질화 현상 또한 이유다.

특히 논 컨셉, 논 에이지를 지향하는 글로벌 SPA는 국내에 시기적으로 다소 늦게 도입됐음에도 내셔널 브랜드 시장에 큰 파장과 균열을 가져오고 빠른 변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유통에서 트렌드와 컨셉, 가격의 파괴를 제시한 SPA를 적극 수용하면서 그 파급력이 더욱 거세졌고 고객들은 큰 혼란을 느끼고 있다. 여기에 작년 하반기부터 급격히 나빠진 패션 경기는 부진이 점점 더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여성복들은 잡화, 아웃도어 브랜드들에게까지 밀려나 힘을 잃고 파워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여성복 업계는 시장 논리에 의해 급격한 변혁이 요구되고 있다. 백화점도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다. 이에 CMD들도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가로수길, 홍대, 동대문, 온라인, 신진디자이너 물색 등 백화점 내 신선한 컨텐츠 도입을 위해 직접 발로 뛰고 있다. 가능성을 찾아 재능 있는 브랜드나 디자이너들에겐 적극적으로 문을 열어 기회를 주고 함께 협업을 통해 인큐베이팅 해나갈 방침이다. 하반기부터는 팝업존도 더욱 특화된다.

하반기 가장 큰 이슈는 젊은 고객의 집객력을 높이기 위해 영플라자의 대대적인 리뉴얼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실험을 할 방침이다. 최근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요소를 적극 도입해 새로운 유통 형태의 매장 구성을 선보일 것이다. 기존의 관념을 깬 신선한 시도가 성공적인 평가를 받으면 향후 백화점의 뉴 사업 모델안으로 확대 할 방침이다.

대신 협력업체들은 아이덴티티가 뚜렷한 스토리가 있는 브랜드들을 육성해 주길 요구한다. 상품과 트렌드에 대한 기본기를 잘 갖추고 있는 내셔널 브랜드들은 저력이 있기 때문에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만의 색깔과 스토리, 문화를 담아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 가치와 아이덴티티에 포커스를 맞춰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요소를 찾는다면 그것이 곧 차별화가 될 것이다.

롯데 백화점은 ‘젊고 패션이 강한 백화점’이라는 혁신이 현 과제를 푸는 솔루션이자 화두다. 다소 올드해진 이미지를 쇄신하고 향후 고객이 될 잠재된 새로운 고객 유치를 위해 의도적으로 좀 더 젊어지고 패셔너블해질 것이다. 최근 진행한 잠실점, 본점 등의 여성복 PC 면적 확대와 쾌적하고 업그레이드 된 매장 환경 등을 통해 리뉴얼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어 이 또한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홈플러스 테넌트팀 총괄 박창국 부장

패션 ‘무형의 생명체’ 진화 요구

올 상반기 패션브랜드들의 판매 소진율은 전년에 비해 마이너스 7~8%의 실적을 기록했다. 상반기 중반부터 시행된 대형마트의 규제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반기는 규제가 100% 적용돼 리스크가 더 커질 것이다.

홈플러스는 전체 130개 점포 중 50여개가 패션몰로 특화돼있다. 할인점이라는 인식보다 백화점 못지않은 패션몰로 인식되면서 객단가도 백화점의 65% 수준에 이른다. 이중 여성복 매출 비중은 50%를 넘는다. 그동안 패션 테넌트팀의 최대 화두는 마트의 고급화를 통한 ‘트레이딩-업(Trading Up)’이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트렌드-업(Trend Up)’을 추가했다. 이에 각 카테고리 별 최근 패션계의 이슈를 적극 수용한 ‘패스트 패션화’와 ‘셀렉트샵’에 대한 보강 및 컨텐츠 강화가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데스크가 아닌 필드MD를 하는 홈플러스 테넌트팀은 이러한 변화에 발 빠르게 움직여 올해 MD의 큰 축을 ‘more casual, more fashionable, more youthful’로 잡았다. 이를 중심으로 2015년까지 좀 더 영하고 트렌디한 MD가 구축될 예정이다.

과거 6~7년 전만해도 할인 유통점은 가격이 최대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패션을 구매하는 채널이 너무 다양해지고 소비자들이 셀프 코디네이션 수준까지 올라오면서 할인점에서도 최신유행을 제안해주는 리즈너블한 가격대의 감도 높은 브랜드를 소구한다. 이러한 변화의 불씨에 불은 붙인 것은 글로벌 SPA의 진입이다. 이는 고객들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지만 생산·기획 패러다임의 변화를 더 크게 가져왔다.

국내 섬유산업은 세계 6위 수준이지만 패션 브랜드 비즈니스로는 세계 100위 안에 드는 업체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는 크리에이티브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브랜드를 인큐베이팅하는 유통의 역할과 책임도 크다고 생각한다. 유통의 독과점 또는 성장을 막는 갑을의 논리는 지양해야 한다. 능력이 출중한 내셔널브랜드들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유통이 사명감을 가지고 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

홈플러스는 ‘패션의 플랫폼’과 같은 역할로 협력업체가 성장 기반을 만들수 있도록 진정한 윈윈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시작은 작은 브랜드였지만 열정과 철학, 비전을 가지고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간 브랜드들을 보면 뿌듯하다. 그것이 홈플러스의 존재이유며 근간이라고 생각한다.

하반기에도 대형 마트 규제 외에도 예측할 수 없는 리스크가 산재하지만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한 집객 강화, 하이퍼와 패션몰과의 시너지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올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트렌드존’을 신설해 편집샵,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면적 확대를 통해 쇼핑에 펀(fun)적인 요소를 가미, 마트도 패션이 강한, 트렌드지향형 패션몰로써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방침이다.

경기 상황이 안 좋지만 ‘소규모 패션업체 매출 100억 원 돌파 육성’, ‘매장 당 10% 이상의 효율업’, ‘테넌트팀 전반의 트렌드 업’이 큰 사업안의 골자다. 패션은 ‘무형의 생명체’와 같아서 지속적으로 진화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업체들은 유통 채널의 다양화를 모두 담을 수 있는 브랜딩과 기획·영업을 융합한 MD적 마인드 강화로 현장의 소리를 발 빠르게 상품화시켜야 한다. 상품 기획의 전환과 물량 운용에 대한 변화도 필수다.

속도와 감도, 가격에 대한 신뢰, 소비자의 니즈를 빠르게 수용 가능한 브랜드가 향후 패션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브랜드가 될 것이다. 과거의 데이터에 의존하지 말고 자가당착에 빠져있는 패러다임을 깨야한다. 이밖에 정부차원의 지원과 유통과 브랜드의 단합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어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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