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잡화 - ‘토종 명품 핸드백’ 장인이 만든다
[신년특집] 잡화 - ‘토종 명품 핸드백’ 장인이 만든다
  • 김송이 / songe@ktnews.com
  • 승인 2013.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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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핸드백이 글로벌 브랜드 못지않은 감성과 품질을 인정받아 ‘명품’이라는 수식어를 달 수 있게 됐다. 한국 핸드백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각광받게 된 것은 유럽 오리진을 내세운 브랜딩과 화려한 마케팅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내고자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에 열과 성을 쏟아온 한국 핸드백 제조업체들이야말로 한국 명품 실현의 숨은 공로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핸드백 제조업 현황과 강소 기업의 기술력은 여전히 패션 산업의 화려함 뒤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한국 유수 브랜드의 핸드백 제품의 생산뿐만 아니라 개발까지 도맡고 있음에도, 이들은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기능인으로서 마땅한 존중과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혁신적 사고와 우수한 기술력으로 한국 핸드백 업계를 지탱해 나갈 새로운 판을 짜고 있는 핸드백 제조업체들을 만났다.


부산 수출기업 출신, 고급품 양산 기여
남대문, 동대문 시장 일대에서 유통되는 가방을 만드는 가내수공업 규모였던 서울의 핸드백 제조업이 지금의 전문화된 시스템을 갖춘 것은 불과 10년 안팎에 불과하다. 판도가 달라진 것은 70~90년대 부산에서 해외 유명 핸드백을 생산해 수출했던 ‘청산’ 이후 많은 제조 기술자들이 거점을 서울로 옮기면서였다.

해외 수출용 제품을 대량 생산했던 부산 기술자들은 20~30년간 가내 수공업 형태로 핸드백을 만들던 서울의 핸드백 업체들과 성격도 규모도 확연히 달랐다. 부산에서 상경한 이들은 내수시장을 타겟으로 한 고급 핸드백을 균일한 품질로 대량 생산하기 위해 설비부터 마련했다.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관리자들이 정확하고 정교하게 최신 기계 설비를 컨트롤 해 고급 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나갔다.

물론 새 터를 일구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10여 년 전 월드컬렉션 최정달 대표는 “정신이 나갔느냐”는 핀잔까지 들으면서도 1mm의 오차도 없는 정교한 핸드백을 만들기 위해 프레스 재단기 등 최신 기계를 들여왔다. 당시 서울 핸드백 업체들은 “사람이 직접 칼로 가죽을 자르면 로스도 적고 빨리 할 수 있다”며 굳이 철형을 맞춰 프레스 재단을 하는 것을 이해 못했다고.

최 대표는 5년 전 월드컬렉션 자체 공장뿐만 아니라 각 하청공장들에 800~2000만원 상당의 컴퓨터 미싱을 도입하도록 독려하고 지원해, 현재 절반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세팅해 땀수를 정확히 조절할 수 있는 기계를 들였다. “내가 나서서 투자를 하고 좋은 기계와 기술을 보여줘야 알아주고 따라주더라”며 하청업체에도 기술 보급과 지원을 해 업계 전체의 수준을 높이는 데에도 일조했다.

최근 한국 업체들이 해외 브랜드를 인수해 유럽 오리진과 메이드 인 코리아 품질력으로 글로벌 진출도 꾀하고 있어, 그간 역량을 쌓아온 한국 핸드백 제조업체들이 더욱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유럽산 명품과는 다른 감성과 디자인의 핸드백을 선보였던 것이, 이제 한류를 타고 한국을 넘어 중국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한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정밀함과 견고함은 이미 유럽에서도 흉내 내지 못할 한국 핸드백만의 스타일이자 강점이 됐다.

라피네컬렉션 박현주 대표는 “유럽인들이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것과 달리 한국 소비자들은 매끈하고 단단한 느낌을 좋아한다”며 그러한 취향에 맞춘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한국 핸드백 제조기업뿐이라고 자신한다.

“제아무리 이름난 유럽 기술자를 불러온다고 해도 국내 고급 브랜드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낼 수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 한국인의 체형과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사이즈, 우리 감성에 맞는 컬러와 터치감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유럽 어느 장인도 아닌 바로 한국 기술자라고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 기술자들은 계절마다 상태와 품질이 달라지는 가죽 등 소재를 분석하고 파악해 가공방법을 달리 조정하고 연간 생산 및 납품 스케줄까지 관리하고 있다.

핸드백 제작에도 상당한 기술력이 요구된다. 라피네 박 대표는 “가장 단순한 디자인의 클러치의 경우 30개 이상의 패턴 조각이 필요한데, 이에 따르는 공정은 30개 패턴의 약 7배수가 들어간다”며 패턴을 꺼내 보였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백도 무려 210개의 공정을 거치게 되며, 이렇게 완성된 핸드백 제품은 브랜드 측이 1인치당 땀의 수나 실의 폭까지 보는 철저한 검품을 행한다. 한국 소비자와 브랜드사가 요구하는 품질의 기준이 엄격하고 까다로워, 제조업체별로 수십가지 기본 수칙을 만들어 관리할 정도다.

제조업 유대감 바탕…10년내 인력난 우려
현재 핸드백 제조업체의 숫자는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많지만 실제로 종사하는 기능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월드컬렉션과 같은 국내 최대 규모 공장 몇 곳을 제외하고 영세 임가공 공장들이 대부분이 4~5명 한 조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크고 작은 핸드백 제조업체들은 수작업이 많기 때문에 당장에 오더가 없더라도 손에 익은 브랜드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데 자신감이 없거나, 브랜드별 납기 등 시스템이 달라 적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재무가 탄탄하고 물류창고가 확보된 대기업의 경우는 납기가 두 달인데 비해 중소 브랜드는 40일인데, 수량도 차이가 커 대형 브랜드는 500개 씩 중소 브랜드는 70개 씩 주문이 이뤄진다.

그러나 실제 핸드백 제조업은 산술적인 계산과 금전적 이해 관계만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오더 구조와 작업 구조, 인간 관계와 유대감으로 이뤄진 핸드백 제조업계는 서로 이해하고 맞춰가는 과정과 오랜 파트너십 없이는 효율이 나지 않는다. 각자의 개인 사업이지만 서로 동료 의식을 갖고 있으며, 공장의 경우에도 책임자가 바뀌면 생산과 라인의 구조가 대폭 변경된다. 이 같은 구조이기에 대량생산 공장에서도 소규모 가내수공업에서도 핸드백 기술자들의 역량과 마인드가 중요하다.

그러나 기술자 고령화와 인력 부족이라는 한국 제조업의 현실이 이곳에도 부닥쳐 있다. 30대 중반인 라피네 박 대표는 “내가 이 업계에서 ‘막둥이’로 핸드백 기능공의 마지막 세대”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이제 40대 기술자도 얼마 남지 않았으며, 현재 생산 현장을 이끌고 있는 기능공들은 평균 50대 정도라고 한다.

10년 뒤 이들이 은퇴하고 나면 해외 인력을 수입이 불가피한데 현재 그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사회적 처우가 좋지 않다보니 기술자들이 줄고 있고, 이를 충원할 제3국 노동자 유치도 정부 지침 때문에 쉽지 않다.

월드컬렉션은 대형 제조시설을 갖춘 뒤에 직원 교육도 계획하고 있다. 최 대표는 예전에는 야간 고등학생들, 그다음은 주부, 이 시기가 끝나면 외국인들을 교육해 채용해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주부 인력으로 인력이 충원되고 있지만 향후 분명 인력난이 닥쳐올 것으로 보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머무를 30명 인원의 기숙사를 세우기도 했다. 최 대표는 “중급 견습으로 있는 사람들을 한국으로 데려와 보다 수준 높은 ‘상’ 견습으로 육성해야 한며, 해외에서 우리 계통의 숙련공을 데려올 수 있도록 제도가 풀려야 한다”고 말한다.

인력공단에서 2~3년의 계약기간으로 배치하는 기간으로는 전문적 기술이 요구되는 핸드백 기술을 알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중론이다. 또한 조선족은 “국내 취업이 가능하나 한족은 허용되지 않고, 이외에도 비자 등 복잡한 절차 탓에 정식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 자체가 아주 어렵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브랜드·유통’도 선진 마인드로
핸드백 제조업체들의 또 하나의 고민은 생산 안정성이다. 브랜드 품질관리부에서 원하는 높은 퀄리티를 내기 위해서는 숙련된 기술자들이 연간 안정적으로 작업을 해야만 하는데, 시즌 신상품 출고를 앞둔 12월 한 달간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공장이 돌아가야만 한다. 반면 비성수기인 12월 중순부터 1월 중순, 여름 비성수기에는 손을 놀릴 수 밖에 없어 공장으로서도 효율이 나지 않으며 이는 고스란히 금전적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브랜드와 제조업의 상생을 위한 교류와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제조업체들은 브랜드측의 상품 기획 및 디자인, 아이덴티티 구축에 대한 노력도 당부하고 있다. 한 핸드백 제조업체 관계자는 “디자이너들이 제품 의뢰서로 구태의연한 설명을 하면 그가 한 것처럼 설명하느라 애쓰지 말고 스케치 말고 원본 사진을 달라고 요청한다”며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카피와 재조합 수준에 머무르는 국내 핸드백 디자인을 비판했다.

또한 글로벌 트렌드를 따르기 보다는 주도하기 위해 소재 개발에도 힘쓸 것을 당부했다. 각 브랜드의 주력 라인을 통해 차별화 할 수 있는 소재를 도입해 독자적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달라는 것이다. “현재 이탈리아, 프랑스, 홍콩 등의 가죽 트레이드 쇼에서 바잉한 소재를 토대로 디자인 되고 있다.

브랜드가 쇼에서 바잉한 가죽을 에이전트나 공장에 가서 비슷하게 만들어 달라며 소위 개발 의뢰를 한다. 디자인에 맞춘 소재 개발이 아니라, 유행에 맞춘 소재 개발을 거꾸로 진행하니 글로벌 트렌드에 뒤쳐질 수 밖에 없다.”고 꼬집는다. 가죽 제품을 만드는 기술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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