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품은 작은 거인 디자이너 이림(李林)
우주를 품은 작은 거인 디자이너 이림(李林)
  • 편집부 / ktnews@ktnews.com
  • 승인 2013.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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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오트쿠튀르 패션의 명품화 ‘40년 외길’ 고집

고객의 가장 행복한 순간 공유
입는 사람 아름답게 빛내줄 마력
“옷을 잘 만드는 사람” 인생 목표

26세에 처음으로 패션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1967년의 일이다.
이림은 ‘열망’보다는 ‘호기심’이 강한 청년이었다. 호기심에서 비롯, 일단 매료되면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면서 섭렵해 간다. 패션디자인계로의 입문 역시 이렇게 시작됐다.

당시 KBS 세트 미술부에서 일하던 청년 이림은 항상 미도파백화점 앞에서 버스를 타고 퇴근을 하곤 했다. 저녁 쇼윈도의 휘황찬란한 불빛에 매료됐다. 흥미진진한 시선으로 쇼윈도를 매번 기웃대기 시작하면서 패션 디자인을 배워야 겠다고 결심했다. 호기심이 평생의 업을 이어준 셈이다.

이림은 “당시에는 송옥, 엘리제, 키티 등 의상실들이 유명했었고 디자이너 앙드레김이 여원잡지 등에 소개되면서 ‘패션’이 세간의 관심을 조금씩 불러 일으킬 때였다”고 회고한다. 어릴적부터 미술과 영화, 음악에 관심이 많았고 집중력이 엄청나게 강했던 이림은 이 모든 것이 결국은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알게 된다.

“쇼윈도의 화려한 코트들을 보면서 ‘저런옷을 만들면 재밌겠구나!’하고 흥미진진해 했죠.”
67년에는 패션을 공부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 주변의 지인들에게 묻고 물어서 마침내 국제복장학원에 입문했다. 이림은 부모님은 물론 모든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사랑을 많이 받은 만큼 구김한점 없이 자유분방하고 따뜻하며 호기심 많은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천진난만한 소년의 미소뒤에는 가족들의 자애와 배려가 있었다.

“어려서부터 무엇을 하고 싶다, 갖고 싶다고 요청하기만 하면 가족들이 흔쾌히 들어줬습니다.” 6남매중 넷째인 이림은 사실상 ‘별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고등학생일때는 의자 하나를 사러 공주에서 대전까지 갈 정도였다고 한다. “의자를 사야하는데 이왕이면 근사해야 한다고 고집하면서 혼자 대전까지 갔었죠.” 이림은 이 대목에서 모든 표정을 다해 웃는다. 영화를 좋아해 거의 모든 외화는 다 섭렵하다시피 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벤허’를 보러 서울까지 몰래 올 정도였다. 지방보다 서울의 큰 극장이 입체음향시설이 잘 돼 있어 감명도 클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엄청난 영화광이기도 했던 소년 이림은 수업을 빼먹고 모든 영화장르를 섭렵할 정도였다. 이림의 행복과 청소년 성장기에는 선생님의 몫도 컸다. 영화관에서 혼자 영화를 보던 이림을 적발(?)했을 때에도 선생님은 아무 말 없이 키작은 제자를 위해 무릎을 내어 주셨다.

이림은 선생님의 무릎에 앉아서 당당(?)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영화와 함께 음악도 좋아했지만 미술에는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 미술을 좋아하고 공부를 한 이림은 청년시절 KBS 세트미술부에서 그림을 그렸다. 흑백 TV시대였던 60년대 후반, 배경은 대부분 미술효과로 대체됐다.

“아교에 먹물을 섞어 다섯단계로 명암이 나타나게 그림을 그리면 드라마에선 기가막히게 현실감이 나죠. 그것이 흑백시대 효과미술이라고 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유명 탤런트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라고 회고했다.

방송국 세트미술을 하던 일을 그만두고 2년 가까이 국제복장학원에서 공부를 했다. 드로잉과 패턴 공부는 너무 흥미롭고 재밌었다고 한다. 반면 바느질을 잘 못해 점수를 많이 받지 못했다고 이림은 기억해 낸다.

“처음부터 겉보기에 화려한 디자이너보다는 옷을 잘 만드는 사람이 되자”고 이림은 다짐했다. 당시에 패션쇼에서는 아방가르드한 실험적 의상이 무대를 장식했지만 유독 이림은 일반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스타일에 체형을 잘 보완하고 입어서 편안하고 아름다워보이는 옷을 제안했다. 끼를 부리기 보다 한땀 한땀 최고의 품질과 완성도를 가진 옷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고 처음부터 확실한 방향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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