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전주-익산’ 호남 봉제 벨트 집중 취재 - “봉제는 살아 있다”
[스페셜] ■‘전주-익산’ 호남 봉제 벨트 집중 취재 - “봉제는 살아 있다”
  • 정기창 기자 / kcjung100@ktnews.com
  • 승인 2013.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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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2의 도약을 꿈꾸는 전주·익산
2. 세계시장 문을 두드리는 특종기업
3. 재기의 기회를 주는 착한 산업

우리나라의 연간 섬유류 수출은 약 160억 달러 안팎의 수준에 도달해 있다. 해외에서 생산·수출하는 물량(2010년 기준)까지 합치면 총 300억 달러로 중국 및 EU에 이어 세계 3위다. 해외 부문 140억 달러 중 대부분은 봉제 제품이며 세아상역, 한세실업, 한솔섬유, 영원무역 등 상위 4개 업체의 의류 수출액만 약 30억 달러에 이른다.

이들 기업은 저임금 노동력을 찾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마얀마, 방글라데시 등 남들이 가지 않는 곳까지 진출하며 한국을 세계적인 봉제 의류 수출 국가로 떠밀어 올린 일등공신이다. 그러나 이는 국내 봉제 산업 공동화라는 심각한 산업 불균형의 어두운 이면도 함께 가져왔다. 모두들 한국에는 봉제 산업에 희망이 없다고 해외로 나갈 때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아직도 국내 섬유 산업의 제일 밑바닥을 떠받치고 있는 우리 봉제업체들을 조명해 본다.

첫번째로 호남 지역 봉제 벨트를 집중 취재, ‘제2의 도약을 꿈꾸는 전주익산’, ‘세계시장 문을 두드리는 특종 기업’, ‘재기의 기회를 주는 착한 산업’ 등 3가지 주제로 나눠 글을 연재한다. 현지 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호남 일대에는 전성기 시절 2000개가 넘는 봉제 공장이 있었으나 지금은 전주 200개, 익산 60개 등 총 260개 안팎의 봉제 공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난도
·고부가 제품 개발에 나서는 봉제 기업들
“설비 투자·기술 인력 적극 양성, 희망을 쏘아 올린다”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에 있는 나진 공장을 처음본 사람들은 건물 외형만 보고 전기·전자 업종 회사로 곧잘 착각한다. 그러나 이곳은 다름아닌 봉제공장으로 생산직 38명을 포함, 4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하는 삶의 보금자리다. <나진 김상기 사장<사진 왼쪽>은 근무환경 개선과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지난 2년간 스스로 5억 원을 투자, 지금은 고부가 봉제의류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호남’하면 내복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 곳은 유아복 및 외의류, 성인복(리바이스), MLB 야구 점퍼 등 고난도·고부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 김상기 사장은 지난 2년간 기계설비에 2억 원을 투자하고 고부가 제품을 생산하는 고기술 봉제 인력 양성을 위해 3억 원을 투자했다. 그는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전에 있던 건물을 담보로 잡고 5억 원을 대출받았다.

올 1월에는 대지 2150㎡(650평), 건평 730㎡(220평) 규모의 신공장을 짓고 입주해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재단에서 봉제·완성·외주관리까지 모두 가능한, 말하자면 봉제 일관 설비를 갖춘 셈이다.

연 매출이 수십억 원에 불과한 봉제공장이 기계설비와 인력 양성에 이만한 돈을 쓴 이유는 뭘까?

김상기 사장은 “지저분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는 좋은 제품이 안나온다. 근무 조건이라도 좋게 하기 위해 창 많고 먼지가 잘빠지도록 설계하다보니 (공장 건물이) 이런 모양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의 브랜드사들에게 경쟁력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내의뿐만 아니라 공임이 높은 겉옷(외의류)도 생산하기 위해 급여를 높여 서울에서 기술자를 데려왔다. 또 효율이 안나와도 2년간 꾸준히 근로자들을 가르친 결과, 이제는 대부분 고난이도 의류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나진에서 차로 약 40분 정도 떨어진 덕진구 송천동의 또다른 봉제공장 타임캐슬. 이 곳을 처음 찾아간 사람은 공장을 바로 앞에 두고 타임캐슬이 어디있냐고 물을 정도로 깨끗하고 쾌적한 외형과 환경을 갖추고 있다.

지난 2012년 10월 신축 공장에 입주한 타임캐슬은 시설 투자에 무려 25억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들였다. 건물 20억 원에 1억5000만 원짜리 캠 장비는 물론, 미싱(재봉기)·특종 장비에도 3억5000만 원을 투자했다. 두번의 공정을 한번에 하거나 오바, 본봉을 같이 처리할 수 있게 대부분 장비를 생산 라인에 맞게 수정·보완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회사가 도입한 인력 관리 체계다. 타임캐슬은 올해부터 공채 개념을 도입해 올 초 10명의 2013년 공채 1기를 뽑았다. 연봉과 호봉제를 도입해 우수인력을 확보하고 체계적인 인력양성을 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 김종후 이사는 “봉제는 노동집약적 산업이라고 말하지만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기계 욕심을 냈다. 그래야 봉제 산업에도 좋은 인력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봉제공장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의아해 했다. 그러나 시설투자, 인력자원 충원을 제대로 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타임캐슬은 올해 매출 60억 원을 달성하고 3년안에 100억 원을 올린다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남들이 기피하고 편한 곳으로 눈을 돌릴 때 적극적으로 시설에 투자하고 스스로 인력 양성에 나섰다는 점이다. 남들은 땅 사고 좋은 차 살 때, 돈을 모아 외부에서 능력있는 기술자를 영입하고 이들이 의지를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시설에 투자했다는 얘기다.

■ 김종후 타임캐슬 이사
“현세대와 후세대를 잇는 ‘봉제 발전소’ 만들고 싶어”

그는 대학 졸업 후 섬유산업 활황이 끝나가던 시기에 봉제 업계에 들어와 박봉에 힘들게 일을 배웠다고 했다. 그렇게 해보니 다음 사람들에게는 힘든 일을 시키지 않고 더 많은 희망을 주고 싶어 새로운 개념의 봉제 기업을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전에는 많은 공장들이 지하에 있고 급여도 제때 주지 못했습니다. 열악한 시설은 좋은 인력이 다른 곳으로 돌아서게 만들어 침체를 겪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제대로 된 급여와 복지, 생산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이사는 봉제를 활성화 하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봉제를 즐기고 싶었다”는 그는 “회사에서 현세대 임무가 끝나더라도 그 다음 세대가 뒤를 이어 꾸준히 발전하는 발전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기존의 어패럴, 상사 같은 구식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영감을 심어주기 위해 회사명을 ‘타임캐슬’로 지었다.

“이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산업이나 회사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가게 됩니다. 미래 투자를 할 수 없어요. 지속적인 고용창출로 우리 봉제 산업에 티끌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런 의지도 현실 앞에서는 때때로 좌절을 느끼게 한다. “정부가 섬유산업을 지원해도 봉제는 늘 제외돼 왔어요. 봉제 공장이 제일 밑이더군요. 또 대기업 유통 마진이 과도하다 보니 모두들 가격만 논하게 되고 결국 우리가 제대로 된 공임을 받기가 힘들어집니다. 백화점 마진만 40% 아닙니까. 그러면 결국 모두 해외로 나가게 됩니다. 말로만 잘하자고 하면 안되고 서로 자기 살을 떼내 남과 나누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타임캐슬이 연간 수익의 일정 부분을 직원들에게 환원하는 보수 체계를 만든 이유다. “올해 매출 목표가 60억 원 입니다. 단순히 계산해 10%를 남긴다고 보면 6억 원인데 이 중 1억 원 만이라도 직원들에게 환원하려고 해요. 생산 효율의 극대화로 군더더기를 빼면 원가를 세이브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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