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익산’ 호남 봉제 벨트 집중 취재 - “봉제는 살아 있다”
‘전주-익산’ 호남 봉제 벨트 집중 취재 - “봉제는 살아 있다”
  • 정기창 기자 / kcjung100@ktnews.com
  • 승인 2013.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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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속에서 다시금 꽃을 피워 재기에 성공
퇴직 걱정 없는 풀 뿌리형 평생 산업

나은의 한주형 대표는 1998년 당시 서울에서 ‘미찌코런던’ 브랜드에 의류를 납품하다 본사 부도로 돈을 못받고 폐업 후 전주로 내려왔다. 일 때문에 서울을 오가는 생활을 하다 2005년 300만 원을 들고 미싱 1대를 구입해 아내와 함께 봉제 공장을 시작했다. 한 번 망했던 경험이 있어 대출 없이 해보자고 마음먹었고 기계 1대 값을 벌면 1대를 늘리는 식으로 공장을 키워 나갔다.

매년 규모가 2배씩 커지다 보니 2년에 한번은 공장을 이사했고 2011년 지금의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에 정착했다. “망하고 전주로 내려오니 서울서 퇴직했거나 사업에 실패해 내려온 사람들이 많아 이들을 뽑아 썼습니다. 서울에서 본봉했던 기술자가 여기서는 라벨을 달고 있더라구요. 공장인근에서도 사람들을 뽑아 가르쳤습니다. 아내가 기술이 있어 계속해서 직원들을 훈련시켜 나갔어요.”

처음에는 혼자 하다 보니 큰 오더가 필요없어 서울에서 소량 제품만 하청받아 생산했지만 단순 내의 봉제가 아닌 고난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서울에 본사를 둔 브랜드 업체들까지 이곳으로 내려와 하청을 주고 있다. 엘르, 베네통 등이 주요 고객이다.
지금 나은은 전주 일대에서 고난이도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유명하다. 생산 인력만 30명에 재단, 봉제, 완성까지 모두 해내고 있다.

토요일은 격주 휴무지만 야근이 없고 어쩌다 시간외 근무를 해야할 일이 생기면 철저하게 초과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봉제는 한번 사업에 실패해도 또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착한 산업이다. 나은 한주형 대표 뿐만이 아니다. 1편 ‘제2의 도약을 꿈꾸는 전주·익산’의 나진 김상기 대표, 2편 ‘세계시장 문을 두드리는 특종기업’에 소개된 금경 김판기 대표 모두 절망 속에서 다시금 꽃을 피워 재기에 성공한 케이스다.

나진 김상기 대표는 2006년 8월 납품업체 부도로 5억 원을 날리고 회사 문을 닫을 지경까지 놓였지만 절치부심 끝에 회생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금경 김판기 대표는 생산 인력을 150명이나 두고 내수 업체에 의류를 납품했었다. 그러나 어음을 받고 물건을 내주다 보니 자금이 묶였고 납품하던 곳이 망하면서 결국 부도를 맞고 말았다. 2008년 아가방을 통해 미국 바이어인 코스트코 오더를 받은게 재기의 발판이 됐다.

이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원인이 뭘까. 뼈를 깎는 의지로 재기한 본인의 노력은 차치하고라도 기술을 갖고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언제든 기회가 오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합치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

금경 김판기 대표는 “2008년 회사를 다시 차려 시작하니 예전 직원들이 같이 일하고 싶다고 찾아왔다”며 “기존 멤버들이라 손발이 잘 맞다 보니 생산 효율이 크게 올라갔다”고 회고했다. 타 업종과 달리 퇴직을 걱정하는 나이의 한계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런 예는 얼마든지 있다.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에서 재단 전문 공장을 운영하는 SJ패션 조현호 대표는 BYC에서 21년간 재단사로 일하다 얼마전 퇴직했다.

기술을 살려 곧바로 530㎡(약 160평)의 공장을 임대해 4개 재단 라인을 갖췄다. 재단판 길이가 24m로 전주 시내에서는 가장 길다. 재단판이 길면 원단 로스가 없어 더욱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 현재 3명이 일하고 있지만 6월 성수기가 되면 인원이 더 늘어나며 사장, 직원 가릴 것 없이 모두 생산 라인에 매달린다.

조 대표는 “남자 성인복 상하의를 한번에 720장을 놓고 재단할 수 있는 곳은 우리밖에 없다”고 말했다.

■ 한주형 나은 대표
“기술만 가지면 사업하고먹고 살 수 있는 직업”

- 봉제는 어떤 산업인가. 공장을 운영하며 어려운 점은 없는지.
▶기술만 가지면 사업하고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이다. 빚 없이 하니 2005년 창업 후 큰 고비 없지 지금까지 잘해 올 수 있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어려운 제품을 하려니까 단순 품목만 하던 사람들이 기술을 이해를 못하더라. 나이든 사람은 기술 습득 능력이 떨어지니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가고 지금은 30~40대 중반 인력이 대부분이다.

단순 기술자는 많지만 옷에 대해 전반적으로 아는 관리자가 별로 없다는 점이 아쉽다. 우리는 실력있는 기술자가 많아 월급이 다른곳 보다 10% 이상 많다. 공임도 서울과 똑 같은 수준을 받고 있다. 매출 대비 많은 사람이 일할 수 있는 곳이 봉제공장이다. 이 산업을 키워야 한다.

- 전주 생산의 이점은 무엇인가.
▶서울에서는 이직이 잦고 인력관리가 힘들었다. 그러나 전주는 지역 사회이다 보니 자주 이직하면 소문이 나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자기 이미지 관리 때문에 가능하면 한곳에 있으려는 경향이 있다.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직원들이 보험(4대 보험)에 안 들려는 경우가 많다. 서울서 실패하고 내려온 신용불량자 등 처지가 어려운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가계가 어려워 당장 세금성 금전 지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직원 편의를 위해 편법이라도 써서 배려해 주면 나갈 때 신고하더라. 4대 보험에 대한 제도 정비가 있었으면 한다. 시설투자 지원도 중요하다. 우리는 건물주에게 세들어 공장을 운영하는데 계약이 끝나면 그대로 나가야하므로 환경 개선을 위한 자금 투자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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