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품은 작은 거인 디자이너 이림(李林)
우주를 품은 작은 거인 디자이너 이림(李林)
  • 편집부 / ktnews@ktnews.com
  • 승인 2013.05.3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동시절부터 ‘아트하우스’가 꿈
지인의 조언따라 강남진출 시도
청담성당과 언덕, 주변경관에 매료
84년부터 4년여 이림스타일 완공

이림은 자신이 속한 지구의 한 모퉁이를 아름답게 조성하는 것도 디자이너의 역량이라고 말한다. 현재 이림스타일의 청담동 사옥은 청담동 성당과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도록 설계부터 공을 들였다. 고즈넉하고 포근한 청담동 성당의 경관을 보호하면서 유럽풍의 세련된 외관으로 사뭇 다르지만 공감대를 주는 ‘이림스타일’ 건물은 이미 명소가 됐다.

이림은 명동에서 의상실을 운영하면서 ‘공간사랑’을 열심히 가곤했다. 젊어서부터 ‘아트하우스’를 짓고 싶다는 꿈을 키워왔고 자신의 건물을 아름답게 짓는 것도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예술행위라는 신념을 갖게 됐다.

명동 유네스코 뒤편에 의상실을 하기위해 건물을 사려다가 고객의 부군되는 이(당시 방송국PD)가 “강남으로 오세요. 이제는 강남시대입니다”라는 조언을 듣고 사옥을 지을 땅을 물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정동교회에서 일요일 예배를 드리고 현재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인근을 비롯 강남, 학동인근의 땅을 알아보고 다녔다. 수 없이 발품을 팔았지만 마음에 드는 곳을 찾기가 힘들었다.

이림의 기도를 들어주셨는지 어느날 지금의 사옥을 지을 땅을 찾아냈다. “예전에는 성당이 작았어요. 성당주변으로 작은 언덕과 아파트, 공원이 있었는데 아기자기하고 마치 유럽의 작은 동네 같았어요. 이 분위기에 이끌려 여기에 터전을 잡아야겠다고 확신을 하게 됐어요” 이림은 마치 인생에 있어 보물을 찾아낸 것처럼 마음이 좋았다고 당시를 표현했다.

이림은 1984년 마침내 사옥의 땅을 매입했고 4년에 걸쳐 설계와 공사를 마치고 87년에 준공을 했다. 오래 고민한 만큼 아름다운 건물이 완성됐지만 그 과정에 있어 우여곡절도 많았다. 전문가들의 설계를 받아봤지만 지극히 획일적이었고 심지어는 모텔 느낌이 나기도 했다. 이림은 지극히 상업적으로만 접근한 외관설계에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성당의 빨간 벽돌과 차별화되면서도 이색적인 느낌이 나지 않고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아트하우스를 지을수 없을까?” 땅을 매입한 순간부터 한 시도 머리를 떠나지 않는 고민이었다. 이림은 “고민하다보면 길이 보인다”고 말한다. 어느날 이림의 머릿속을 들여다 본듯 모 유명 건축가가 단층의 평면도를 그려왔다. 단층이면서 사방이 서로 연결된 듯 건물의 네 면이 각자의 표정을 갖게끔 설계했고 유럽의 이미지를 풍겼다. 이림은 만족해 했다.

이제는 건물외관이 문제였다. “일본식 건축법인 ‘아라다시’라는 기법이 있어요. 벽 시멘트에 돌과 자갈을 섞어 바르고 또 건물 위에서부터 밧줄을 타고 바르면서 분무기로 뿌리고 벗겨내는 겁니다. 사실 인건비가 몇배나 드는 공법이었지만 제 마음에 딱 들었어요.”

이렇게 몇차례 시행착오와 엄청난(?) 인건비를 들여 마침내 자연스런 베이지색의 건물 외벽이 완성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도 이림은 유명하다는 건물들을 찾아다니면서 바닥과 입구의 돔, 창틀, 손잡이 하나까지를 살피고 도움을 얻고자 했다.

“고민하니 길이 보인다”는 이림의 믿음은 더욱 실현돼 입구의 돔과 지붕, 손잡이 창틀 등에 대한 문제는 그때 그때 전문가가 나타나 해결이 됐다. 이림이 ‘엄청난 인건비’라고 표현한 것은 공사과정에서 시행착오로 시간과 자재비 등의 낭비도 있었지만 중간에 감독을 하는 이가 인건비를 착복하고 사라지는 바람에 대신 갚아줄 수 밖에 없는 기막힌 상황때문이었다. 공사는 진척이 없고 인부들은 술을 먹고 대리석에 드러누웠다. 이림은 명동의 꽃집 옆에 마련해 뒀던 작은 땅을 팔아 밀린 인건비를 다 갚아줬다.

지금 청담동의 이림 사옥의 완공이전 애로점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많았다고 한다. “조각도 발품을 팔아 건물과 어울리는 것으로 구입했어요. 유명작가가 아니어도 창의성과 건물의 컨셉에 어울리는 것을 찾기 위해서 많이 다녔지요” 이림은 패션에 있어 창의성이 중요하듯 집을 짓는 것도 일맥상통하다는 것을 체험했다.

이림은 말한다.
건물이든 패션이든 전체적인 것이 어우러져야 ‘완성’이라 할 수 있다고. 건물의 외관과 주변경관이 어우러져야 하고 소재의 물성이 빚어내는 표면감과 분위기가 중요하듯 패션디자인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대학에서 패션디자인 이전에 소재에 대해 철저하게 교육해야 합니다. 이 소재를 가장 잘 표현하려면 어떻게 디자인해야 하나, 혹은 디자인에 부합되는 소재는 어떻게 선택해야 하나,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살피는 과정이죠.” 이림은 마침내 자신이 꿈에 그리던 아트하우스를 완성했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컨셉에 맞는 입주자들을 찾기 위해 또 다시 발품을 팔기에 이르렀다.
<다음편에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명 : ㈜한국섬유신문
  • 창간 : 1981-7-22 (주간)
  • 제호 : 한국섬유신문 /한국섬유신문i
  • 등록번호 : 서울 아03997
  • 등록일 : 2015-11-20
  • 발행일 : 2015-11-20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다산로 234 (밀스튜디오빌딩 4층)
  • 대표전화 : 02-326-3600
  • 팩스 : 02-326-2270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종석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 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김선희 02-0326-3600 ktnews@ktnews.com
  • 한국섬유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한국섬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ktnews@kt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