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 이동한 에이비산업(주) 사장 - “빈티지 한국산 원단…유럽 명품 브랜드가 찾아와요”
[Power Interview] ■ 이동한 에이비산업(주) 사장 - “빈티지 한국산 원단…유럽 명품 브랜드가 찾아와요”
  • 전상열 기자 / syjeon@ktnews.com
  • 승인 2013.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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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맞추며 함께 가자…올 가을 PV 무대 빛낸다
이노베이션·융합 후가공…우리가 유럽을 입힌다

“내년 시즌을 겨냥한 원단 트렌드가 궁금합니다.”(이탈리아 某 의류브랜드 바이어)
“이 원단이 당신네 고객들을 만족시킬 것 같은 데 잘 살펴보시죠.”(이동한 에이비산업 사장) 지난 14일 기자가 찾은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 위치한 에이비산업(주) 개발 샘플 보관실. 20여 평 남짓한 공간에 마련된 100여개의 격자형 상자에는 내년 가을·겨울 시즌에 맞춰 개발한 다양한 차별화 원단이 롤에 감긴 채 바이어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 이곳은 매일같이 빈티지 펑션 워싱 등 정교한 후가공을 거친 개발 샘플 원단이 출고와 입하를 반복하는 장이기도 하다. 그 인기를 반영한 것일까. 100여개 상자 가운데 절반은 거의 비어있다시피 했다. 나머지 상자들 역시 빈 공간이 더 크게 보였다. 한마디로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현장이었다. 이 회사가 봄·여름, 가을·겨울 시즌용으로 개발하는 샘플원단은 매 시즌 각각 2000여점을 상회한다.

代를 이어 입는다. 이는 유럽 의류시장 전반에 만연한 내츄럴 트렌드의 대명사로 통한다. 가히 유럽 패션의 전부라 해도 모자라지가 않는다. 바로 빈티지 효과다. 그 효과는 빼어난 후가공 기술에서 나온다. 이탈리아가 섬유강국으로 뽐내는 근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 그 자리를 한국산 원단이 넘본다.

최근 피렌체 산맥에 자리한 수많은 명품·준명품 브랜드하우스가 그 원단을 찾아 서울행까지 마다 않는다. 또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세계최고 섬유산지 프라토 지역 업체들은 산지가 붕괴되고 있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안됐던 사태가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이다.

한국의 다양한 후가공 기술이 본격적으로 새로운 시험대 위에 오른다. 세계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원단업체가 그 노하우를 뽐내는 프리미엄 원단 전시회 프레미에르 비죵(이하 PV)이 그 무대다. 이 무대에서 한국의 후가공 기술을 자랑할 원단업체가 바로 이동한 사장이 이끄는 에이비산업이다.

에이비산업이 이노베이션과 융합으로 무장한 한국의 원단 후가공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트렌드 세터 역할에 시동을 걸었다. 그 신호탄은 이미 16년 전에 쏘아 올렸다. 그리고 올가을 PV 무대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트렌드 세터로서 그 역량을 검증받으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는 도전의 장으로 삼는다. 그가 내린 제3의 결단이다. 에이비산업은 올해 첫 PV PT에 참가해 단번에 통과했다.

이동한 사장은 제일합섬 출신이다. 1987년 입사당시 제일합섬은 매뉴팩처 기능과 상사 기능이 병행하던 때였다. 원사부터 직물 염색에 이르는 버티컬 체제는 생산현장의 구조적인 기능을, 또 상사기능의 무역은 해외시장으로 시야를 넓히는 기회가 됐다. 무엇보다 생산 무역에 걸쳐 능력이 출중한 선배들이 많았다.

그들 밑에서 원단 생산실무와 무역을 배우고 익혔다. 마이크로 원사가 나오기 전 교직물 비즈니스는 해외영업과 컨버터 기능의 중요성을 동시에 일깨우게 했다. 여기에 전문기술을 지닌 공장을 관리하는 외주관리 능력함양은 그에게 원단 수출역군으로 날개를 달아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사장은 1993년 말 그의 섬유인생을 바꾸는 첫 결단을 내린다. 첫 직장 제일합섬 퇴사였다. 그리고 당시 마이크로 교직물 수출에 앞장 서오던 윤정규 영텍스타일 사장과 호흡을 같이하는 데 합류한다. 윤정규 사장은 지금이나 예나 열정이 넘치는 섬유수출 전문가로 명성이 자자하다. 1994년 당시 영텍스타일은 해태염직 인수와 함께 자체 염색기반 구축에 나서던 때였다. 그가 본격적으로 후가공에 눈을 뜨는 기회가 된 것이다.

당장 이탈리아로 날아가 후가공업체와 죠인트벤쳐 설립을 통한 기술과 설비도입에 나섰다. 그런데 파트너로 선택한 이탈리아 업체가 선뜻 협력에 나서지 않았다. 이유를 물어보니 “지금 한국의 카피기술이 이탈리아 기술의 90% 수준에 이르렀는데 나머지 10%마저 가져가겠다는 것인가”라며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설득에 들어갔다.

“세계적 브랜드가 당신네 제품과 동일하게 만들어 달라고 한다. 우리는 당신네 기술을 도적질 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A+를 만드는 게 목적이다. 소비자의 응용차원으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6개월 뒤 정중하게 거절해 왔다.

그는 당시 죠인트벤처 투자가 무산된 게 참 아쉬웠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도 이탈리아 우니까 전시전에 가면 70살을 넘긴 당시 사장을 만나 그 때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 그의 섬유 샐러리맨의 길은 이 같이 순수함과 열정으로 넘쳐났다.

이 사장은 1997년 제2의 결단을 내린다. 독자경영의 길이었다. 후가공 기술 확립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을 모토로 내세웠다. 그리고 홀로서기 16년차를 맞은 올해, 그는 또 스스로를 시험대 위에 올렸다. 1차 관문 PV 진출은 또 다른 도전의욕에 불을 댕겼다. 끝이 없는 엔드유저 만족을 최종 지향점으로 삼았다.

한마디로 기획과 마케팅을 겸비한 진정한 컨버터가 목표다. 늘 새로운 도전을 이끄는 그의 DNA는 몸에 밴 고부가가치 창출 신념과 열정적인 잡 정신의 결정판이다. 이동한 사장을 만나 신념과 열정의 DNA 경영을 들었다.

-원단은 종합예술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소량 다품종 시대잖아요. 같은 원단이지만 바이어마다 요구사항이 다릅니다. 한 제품 당 최소 7개 이상 협력업체의 손길이 거쳐져야 바이어가 만족하는 품질이 나와요. 고수익 창출의 길은 소량 다품종 시스템 확립과 맞물려 나갑니다. 한국에 작지만 기술이 강한 업체가 많아요. 문제는 이를 묶어나가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협력해 나갈 때 이게 가능합니다. 한마디로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죠. 원단을 종합예술로 불러야 당연한 것 아닙니까?”

-협력업체와 눈높이 맞추기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
“원칙을 앞세우다보니 처음에 너무 까탈스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판매의 열쇄는 바이어 만족에 있는 것 아닙니까? 지금 우리 내부에서의 소모적인 싸움은 의미가 없습니다. 바이어가 요구하는 것과 디자이너가 평가하는 것을 협력업체와 같이 듣고 해결에 나설 때 시장 선점과 확대가 맞물려 나갑니다. 전시전에 나갈 때마다 협력업체들을 동반하는 것은 이 때문이지요. 이제는 협력업체들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 같아 앞으로 고부가가치 원단수출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바이어 만족과 배려를 강조한다. 사례를 든다면….
“과거 사례보다 진행형 사례가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유럽 의류시장은 환경물질 PFOA, PFOS 규제가 초미의 관심사에요. 규제는 2015년부터 시행에 들어갑니다. 문제는 의류유통 특성상 2013년에 생산된 의류가 2015년에도 판매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만약 이 옷 판매시점에 규제물질이 검출되면 2015년 생산의류라 하더라도 전면 수입금지 조치를 당합니다. 아예 사업을 망치는 경우가 되잖아요.

우리 바이어 대부분이 유럽시장에서 명품 준명품 브랜드를 전개하는데 이 피해를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2012년 하반기부터 협력업체들에 이 물질이 포함된 염료와 화학물질 사용을 전면 중단해 달라 했어요. 협력업체들은 경기침체에 따라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데 무슨 소리냐는 반응들 이었죠. 그래서‘원가상승분은 커버해 주겠다.

대신 환경물질이 검출되면 모든 피해를 책임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협력업체들이 앞장서 설비를 바꾸고 사용 염료나 화학물질의 수입선 전환에 나서고 있어요. 협력업체들과 함께 현장에서 바이어들의 지적과 요구한 소리를 공유한 결과로 봅니다.”

-한국의 후가공 기술이 이탈리아에 뒤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한마디로 빨리빨리 대량생산의 후유증으로 봅니다. 동일한 제품의 경우 한국은 시간당 1000m를 생산하지만 이탈리아는 100m 생산이 다예요. 고부가가치 창출에 대한 개념부터 달랐습니다. 후가공 기술은 코팅 라미네이팅 포일 워싱 등의 단일기술을 조합해 차별화하는 겁니다.

생산방식은 물리적 반응과 화학적 반응이 있는데 우리는 화학적 반응을, 이탈리아는 물리적 반응을 택한 것이죠. 접근하는 수지가 달랐어요. 화학적 반응은 원가가 싸고 반응이 빨라 급속성장을 가져다 줬지만 환경오염과 인체유해를 불렀습니다. 더 큰 문제는 가교제였어요. 내구성이 떨어지는, 즉 눈속임이라 해야겠죠. 반면 이탈리아는 친수성 수지를 활용한 후가공 기술개발에 포커스를 맞췄어요.‘代를 이어 입는다’는 내츄럴 트렌드의 시작을 알린 겁니다.”

-올 가을 PV 무대에 선다. 기대하는 것은?
“바이어가 찾아오는 것은 새로운 제품, 즉 차별화 제품에 대한 기대라 봅니다. 7~8년 전부터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어요. 또 많은 유럽 바이어가 PV에서 상담을 갖기를 원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 브랜드가 우리 제품을 찾아 방문하는 것은 한국의 섬유산업을 주목한다는 의미인 동시에 이탈리아 섬유산업의 붕괴와 맞물려 나가는 것과 무관치가 않아요.

한국섬유산업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죠. 후가공 원단은 블루종 자켓용으로 쓰이는데 휴고보스·아르마니 등 엔드유저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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