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특집] 韓 벤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사회적 책임 다하고 있는가?
[창간 32주년 특집] 韓 벤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사회적 책임 다하고 있는가?
  • 정기창 기자 / kcjung100@ktnews.com
  • 승인 2013.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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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인권단체 ‘컴플라이언스 이슈’ 집중 제기
한국 기업들에 대한 감시활동 강화

한국의 벤더기업들이 세계적 규모로 성장함에 따라 이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글로벌 스탠다드 준수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아상역, 한세실업, 한솔섬유 및 영원무역 등 한국 의류 봉제 기업들은 이제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연간 1조원 이상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함에 따라 위상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 이행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해외 언론 및 인권 관련 NGO들은 지난 4월 1000여명 이상이 사망한 방글라데시의 의류공장 붕괴 사건을 계기로 한국 기업들의 해외 공장 인권문제를 제기하며 이를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아상역 니카라과 노동탄압 의혹 제기
지난 5월 한국의 인권·노동·환경·공익법 관련 NGO가 주축이 된 ‘해외한국기업감시’는 세아상역의 니카라과 공장 노동탄압 의혹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해명 및 시정을 촉구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3월4일 세아상역의 니카라과 자회사인 EINS S.A.와 SAE-A TECNOTE 법인은 양사 노조원들이 공단 밖에서 개최한 평화적인 시위대에 300여 명의 구사대를 동원,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한국기업감시는 질의서를 통해 “양사에는 FESTMIT-CST라는 이름의 노조가 설립됐고 이 노조는 기존에 설립된 노조보다 많은 노조원을 확보, 회사와 교섭할 수 있는 법적 정당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FESTMIT-CST는 노조가 설립되자 회사측이 노조 대표 및 지도부를 해고했고 이는 나카라과 노동부의 특별 허가를 획득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졌으므로 불법해고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세아상역은 “구사대를 동원한 집회 방해 및 폭행이 없었고 오히려 출근중인 근로자들에게 폭죽, 쇠파이프, 허리벨트 등으로 위협을 가해 시위대에 몇차례 대화로 해산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히려 다수의 회사 직원들이 상대측 폭행에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해외한국기업감시는 세아상역 답변을 받은 후 미국의 유력 인권 단체인 노동권 컨소시엄(WRC, Worker’ Rights Consortium)에 서신을 띄워 니카라과 현지 노조원 복직 및 해결 상황에 대한 회신을 기다리는 중이다.

해외한국기업감시 일원인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사무차장은 “미국 노동 총연맹 산업별 조합회의(AFL-CIO), WRC 등 신뢰할 수 있는 보고서에 의하면 그동안의 세아상역의 노조 탄압은 사실로 보인다”며 “(세아상역의 조치를) 계속해서 지켜보며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작년에는 뉴욕타임즈에서 세아상역의 과테말라 노동탄압 문제를 집중 보도했고 이에 대한 세아상역의 반론 보도문이 실리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는 세아상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011년 ‘혼란에 빠진 방글라데시의 의류산업’ 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임금체계로 인해 촉발된 영원무역의 노사갈등을 적시했다. 이에 따르면 영원무역의 방글라데시 14개 공장에서 일하는 수천명의 노동자들은 2010년 말 영원무역이 인건비 감축 조치로 점심값 지불을 중단하자 업무를 중단하고 시위를 시작했다.

그러자 영원무역은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11개 공장 문을 닫았다. 현지 경찰은 같은해 12월12일 550개의 고무탄과 95개의 최루탄을 발사했고 이로 인해 4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보고서는 “자연히 노동자들은 이 사건 이후 폭력적이 됐고 해당 지역 약 20개 공장에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해외 언론·NGO, 유독 韓 벤더 감시에 집중
이 같은 일련의 사건속에 국내 벤더 관계자들은 한국 기업들 덩치가 커지면서 우리 업체들이 세계 노동 단체 및 미국 NGO들의 집중적인 타겟이 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중남미와 동남에 생산공장이 있는 A사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유독 한국 기업들에 대한 압박이 심하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어느나라를 가도 한국 기업들처럼 공장 환경과 근무 여건이 나은 곳이 없다. 요즘에는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규정이 강해 노조 탄압 행위는 이뤄질 수 없다. 미국 바이어들이 이런 이슈에 민감해 문제가 생기면 바로 거래가 단절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역시 해외에 다수의 봉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B사 관계자는 “특히 세아의 경우 해외에 공장을 지을 때 컴플라이언스 규정에 맞는 표준 설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노조 탄압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한국 벤더보다는 오히려 현지 토착 기업 또는 화교권 기업들의 근무 환경이 더욱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이들보다는 한국 기업들이 감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80년대 초기 섬유 1세대 시절에는 노동자 탄압이라고 볼 수 있는 일이 일부 있었다. 당시에는 기업인들의 인식이 그만큼 낙후돼 있었기 때문이지만 최근 해외 언론 또는 NGO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지금의 공장 상황과 맞지 않는다. (마찰 과정에서) 우발적 현장 사고는 있을 수 있지만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탄압은 일어날 수 없는 일로 본다.” 중남미에 진출한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업계에 따르면 특히 동남아 지역의 경우 한국보다는 화교권 기업들에서 더 많이, 더 자주 노동을 착취하는 현상이 있다고 한다. 현지 공장을 감시하는 오디터(auditor) 중에 화교 국적이 많다보니 자연히 공장과 오디터간 유착관계가 형성된다는 설명이다. 여러 관계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화교출신 공장들은 현금으로 돈을 주는 행위도 있다.

이들 공장은 한국기업들보다 급여도 적고 근무 환경도 열악한데 어떻게 컴플라이언스 규정이 강한 미주 지역 바이어들 오더를 수행할 수 있겠는가. 오디터들이 봐주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증거는 없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해 100% 확신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이 같은 정황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지난 4월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붕괴 사고 이후 월마트를 비롯한 대형 미국 바이어들은 봉제 오더를 다른 곳으로 돌렸지만 불과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이 오더들은 다시 방글라데시로 돌아가는 추세로 알려졌다.

모 업체 관계자는 “리테일 가격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바이어들의 선택의 폭은 매우 제한적이다. 당시 여론에 밀려 방글라데시를 떠났던 바이어들은 결국 가격을 맞추지 못하자 다시 이곳으로 오더를 내고 있고 화교권 기업들이 상당부분을 흡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끊임없는 노조탄압 이슈 발생, 왜?
그러나 이 같은 정황에도 불구하고 연간 10억 달러가 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한국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이 경감되는 것은 아니다. 노조탄압과 같은 쟁점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가 뭘까?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차장은 “한국적 사고로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이 문제다.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노사가 함께 이해하는 문화를 만들려면 사측에서는 노조를 대화 상대방으로 인정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한국 기업들은 많이 미흡하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이와 연계된 NGO 활동을 외부의 압력으로만 느낀다. 이해관계자와의 대화를 협의가 아닌 압박으로 느끼니 ‘얘기를 들어만 준다’는 태도로 나온다. 현재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대화 테이블이 마련될 것이다.”

노조에 대한 국내외 한국 기업들의 낙후된 인식이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중남미에 생산공장을 가진 모 업체 관계자는 “가능하면 회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노조를 더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다”고 밝혔다. ‘어용’이라고 까지는 할 수 없지만 일정 부분 회사가 노조 활동에 관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다.

나현필 사무차장은 “2001년에 멕시코에서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다. 당시 기업측은 국제민주연대와 인권변호사, 노조를 만나 대화를 통해 원만한 해결에 도달한 적이 있었다. 의류 봉제 기업들은 저임금을 노리고 미개발국으로 간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데 무조건 기업을 ‘악마’화 시키려는 건 아니다. 한국적 사고로 노조를 바라보지 말고 이들의 권리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지나친 강성 노조로 인해 문제가 촉발된다는 의견도 많다.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모 기업은 2008년경 야심차게 캄보디아에 진출했으나 현지 강성 노조와 마찰로 인해 얼마 못가 문을 닫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회사 관계자는 “일감이 몰려 가장 바쁠 때 일을 중단하고 파업을 벌인다. 도저히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할 수 없어 수백만 달러를 날리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 개입은 마찰 소지, 민간이 해결해야
어쨌든 근로환경 및 노조 관계 개선은 기업과 노조, 양 당사자가 아니면 풀 수 없는 문제다. 우리 기업들의 해외 공장 운영 및 인권실태 조사에 대한 질문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안병화 과장은 “해외에 생산공장을 가진 기업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문제에 개입할 경우 현지국은 주권개입 또는 외교권 침해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민감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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