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 봉제가 살아야 섬유·패션이 산다] 우리가 强小봉제의 주역 김진출 진진물산 사장
[시리즈 | 봉제가 살아야 섬유·패션이 산다] 우리가 强小봉제의 주역 김진출 진진물산 사장
  • 전상열 기자 / syjeon@ktnews.com
  • 승인 2013.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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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간 강단의 엔지니어 정신으로 달려 왔죠”

밑바닥부터 시작한 봉제의 삶 직원 배려가 우선
한 지붕 밑에서 뒹구는 융화가 경쟁력의 원천
“걸으면 뛰고, 뛰면 날자”…늘 자신에 채찍질

김진출 진진물산 사장(61)은 대구광역시 서구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초선의원이 의장을 맡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 기자가 만나자마자 ‘봉제인 출신 정치인’이라고 말을 던지자 그는 단호하게 잘랐다. “기초의원은 결코 정치인이 아니다.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라면서 되레 정부의 정책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공공근로자 확대시행을 놓고서는 “복지확대가 그나마 연명하는 산업까지 죽였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현 정부의 대기업 위주 일자리 창출은 소기업 차원에서 보면 쓸 만한 인력까지 빼앗기는 경우라며 우려를 높였다. 그의 뜻은 소기업이 살아나야 국가 경제가 건실해진다는 데 초점이 모아졌다. 진진물산이 강소 봉제업체로 자리매김한 것은 바로 그의 강단이었다. 직원 26명에 매출은 연 13억 원이다.

“봉제는 자기사업의 꿈을 손쉽게 합니다. 그렇지만 전제가 있어요. 아무리 쉬워도 혼을 담아내지 않으면 그림의 떡에 불과합니다. 엔지니어가 살길이라는 장인정신을 지켜나갈 때 꿈은 현실로 다가 올 겁니다.”

31년 봉제인생을 걸으면서 늘 엔지니어의 정신을 잃지 않았다. 밑바닥부터 시작한 봉제의 삶은 직원들을 우선하는 배려의 마음으로 이어졌다. 봉제에 담은 그의 삶은 한 지붕 밑에서 뒹구는 융화, 그 자체였다. 그러나 자신에게는 엄격한 기준을 들이댔다. 다른 사람이 걸으면 뛰었고, 뛰면 날아야 한다며 채찍질을 가했다. 강한 봉제사업장의 탄생은 부단한 노력과 자기희생에서 자라났다. 메리야스 봉제 김진출 진진물산 사장 이야기다.

대구는 한국최대 섬유산지다. 한곳에 원사 직편물 염가공 봉제에 이르기까지 섬유산업의 다양한 인프라를 갖춘 곳은 흔치가 않다. 그러나 산지의 경쟁력은 뒷걸음질만 친다. 인력난에 값싼 중국산 공세가 맞물려 나간 결과다. 대구 섬유산지가 기능상실의 늪에 빠지는 상황에 처했다. 봉제는 더 심각하다. 봉제기반 자체가 씨까지 말리는 위기를 맞았다.

“국내최대 메리야스 생산기지가 어딘지 아십니까? 바로 대구예요. 지금도 국내 메리야스 생산 물량 70∼80%는 대구에서 생산합니다. 한때 저희 같은 규모의 봉제회사가 250여 곳이 넘었지만 이제 기껏해야 열 손가락을 꼽을 정도예요. 거의 96%가 도태됐습니다. 문제는 이도 진행형 이라는 것이죠.”

김 사장은 현실도 안타깝지만 미래는 더 암울하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능공들 찾는 것도 힘들지만 시다(보조)할 인력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 했다. 신규 인력 유입이 없다보니 봉제현장의 기능공들의 평균 연령대가 거의 50대 후반에 이른다. 그리고 기능인력 고령화는 더 이상 봉제사업장 경영에 회의를 던진다고까지 했다.

“누구 탓이라 할 수 없는 힘든 일을 기피하는 사회적 현상도 문제지만 그보다 동종업체간 판매경쟁이 봉제사업장을 더 어렵게 하는 것 같아요. 또 대구 메리야스 봉제업체들이 전주지역의 백양 쌍방울 태창처럼 대규모 사업장으로 키우는 투자를 등한시한 것도 큰 이유라 생각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잘못된 원인을 바로 잡아나가야 그나마 남아있는 메리야스 봉제의 불씨를 살려 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는 국내 메리야스 봉제기반 상실은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 소멸로 이어진다고 했다. 지금 마트나 쇼핑몰엔 중국산 메리야스만 판친다. 이 모두 브랜드나 유통 도매업자가 박리다매 형태로 경쟁한 결과다. 극단적으로 국내봉제 메리야스 판매가가 2만 원 대지만 브랜드나 유통업자가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의 판매가는 1만 원 대다. 거의 반값에 불과하다.

국내봉제 메리야스 봉제업체의 경쟁력을 송두리째 앗아 내면서 아예 생존할 수 없는 구조로 몰아간다. 핍박한 경영상황에서 임금인상은 꿈에 불과하다. 겨우 최저임금을 갓 벗어난 수준에 맞출 수밖에 없다. 메리야스 봉제기반이 빈곤의 악순환 고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근본 이유다.

“노동부 지원으로 기능공양성교육은 이뤄지고 있지만 모두 ‘내 직업이다’라는 의식은 부족한 것 같아요. 인력을 받아 일을 시키면 3개월도 채 안돼 모두 나갑니다. 눈높이가 맞지 않아서라며 자위합니다만 씁쓰레한 마음은 가시지가 않아요. 이게 메리야스 봉제에 국한된 것은 아니잖습니까? 봉제산업 전반에 기능공 상전시대가 열렸습니다.”

김 사장은 그래도 메리야스 봉제의 끈은 놓지 않을 것이라 했다. 아들 둘 모두 봉제의 길로 이끌었다. 기능공들을 독립시켜 소사장제로 생산을 맡기고 본사가 판매를 책임지는 윈윈체제 정착에 나섰다. 더 이상 인건비 따먹기가 아닌 디자인 개발과 품질혁신을 통해 이뤄내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당장 실천에 옮겼다.

메리야스 브랜드 MISOBEL(MSB) 런칭과 함께 열내의 기모내의 아동내의 등 특수사 소재의 기능성 내의 개발과 생산을 알렸다. 제품 모두가 소재부터 봉제에 이르기까지 국내생산이다. 그리고 품목 다양화에 나섰다. 그 뜻은 장남이 이어 받았다. T셔츠 전문 이도어패럴 경영이다. 이도어패럴은 TT BANK, ANY T 브랜드를 전개한다. 차남은 진진물산에서 일본 무역과 개발을 맡는 등 경영수업중이다.

“정부가 주 52시간 노동법을 시행하겠다 하고 일자리 창출을 외치지만 중소기업이나 소기업 입장에서 봤을 때 이는 현실을 모르는 것과 같아요. 모두 대기업을 겨냥한 것인데 그 유탄에 소기업만 죽어납니다. 노인 일자리 창출은 임금피크제 연장선상에서 봐야 합니다. 그 대상 역시 대기업 아닙니까? 주 52시간 노동법도 마찬가지예요. 주 52시간 노동법이 시행에 들어가면 대부분 소기업은 생존의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을 겁니다. 근로자가 일 할 곳이 없는 데 삶의 질을 높일 수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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