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학 박사, 미싱사로 일하다] 1. 봉제산업의 꽃 ‘미싱사, 시다’
[의류학 박사, 미싱사로 일하다] 1. 봉제산업의 꽃 ‘미싱사, 시다’
  • 편집부 / ktnews@ktnews.com
  • 승인 2014.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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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의 메카라 불리는 종로구에는 2000여 개의 봉제공장이 밀집해 있다. 한 공장에 최소 1명에서 3명의 미싱사가 일하지만 특히 라인 작업까지 하는 공장은 미싱사가 10명에서 많게는 30명에 이른다.

미싱이란 섬유로 만든 직물과 천을 재봉하는 것으로서 옷을 만드는 필수 과정이다. 옷 제작의 첫 번째 단계는 원하는 디자인에 맞게 옷 패턴을 그린 다음 패턴을 옷감에 놓고 재단하는 것이다. 재단 후, 자른 천을 미싱으로 재봉하면 마침내 입을 수 있는 옷이 완성되는데 이때 재봉하는 사람을 미싱사라 한다.

옷은 사람의 아름다운 인체곡선에 어울리도록 신체를 자연스럽게 감싸준다. 이때 재단된 천을 곡선에 맞게 연결하는 봉제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미싱사가 재단된 천들을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옷의 완성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싱사들은 미싱을 하기 전, 천의 종류에 따라 어떤 실로 봉제 할지, 실의 번수에 따라 굵기는 무엇을 선택할지를 모두 판단한다. 실의 장력을 높이기 위해 용제에 담궈 실이 잘 끊어지지 않게 하는 기술까지 습득한 경우가 많다.

시다란 미싱사가 재봉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미싱사를 보조하는 역할로 ‘미싱 제자’라고도 불린다. 시다들은 옷 부속 다림질, 재봉이 끝난 옷을 고로시, 쪽가위로 다듬기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시다는 미싱사가 무엇부터 미싱하고 디자인에 따라 어떤 모양으로 형태를 잡아야하는지 등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잘 알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러한 기술과 경험을 가진 봉제미싱사들을 부러워하기까지 한다. 엄마가 미싱사이기 때문에 의류학 전공을 택한 학생들도 많다. 그들은 부모의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하며 이를 자랑스럽게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장에 몸담고 있는 50, 60대의 미싱사들은 자신의 험한 손, 더러운 봉제공장 환경, 하루 종일 허리를 굽혀 해야 하는 일이라는 점 때문에 스스로를 부끄러워 한다. 최근에는 봉제 공장 환경이 많이 개선됐으며 자동화 봉제 기기가 많아 업무가 한층 수월해졌다. 기술에 맞게 일감을 주기 때문에 인신공격을 하는 경우도 사라져가는 추세다.

젊은이들을 현장으로 오게 하려면 기술을 단계별로 고루 익히게 하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할 수 있는 관리자의 능력이 필요하다. 섬유패션산업은 고부가가치산업이다. 여기서 고부가가치란 옷에 하나의 디자인을 넣어도 새롭고 가치 있는 제품이 된다는 뜻이다.

대학에 의류학과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패션산업이 고부가가치산업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봉제현장에 앞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꾸준한 일자리다. 시다와 미싱사가 한 조를 이루어 하던 작업에서 시다 인력 부족으로 객공이 많아지고 있다.

이렇게 인력난에 허덕이는 봉제공장이지만 정작 비수기 때는 일이 없다고 근로자에게 쉬어라 한다. 평상시 조금씩이라도 일을 제공하며 안정된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직장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미싱사들은 말한다. 그동안 힘들게 일했지만 갈고닦아 쌓아온 기술이 있으니 노후는 걱정없다고. 기술은 하나의 사회보장보험이다. 관리가 잘되는 봉제공장엔 숙련된 기술자의 이직률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섬세한 기술을 가진 미싱사와 시다를 봉제산업의 꽃으로 칭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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