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학 박사, 미싱사로 일하다] 4. 봉제업체의 근본문제 ‘인력난’
[의류학 박사, 미싱사로 일하다] 4. 봉제업체의 근본문제 ‘인력난’
  • 편집부 / ktnews@ktnews.com
  • 승인 2014.03.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봉제업체의 문제점 ‘인력난’

첫째, 일하는 사람들은 항상 일하고자 한다. 기본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에, 일하면서 행복해지기를 원한다. 그러나 봉제일은 힘들고, 기술은 어렵고, 임금은 낮다. 한 아주머니가 봉제일을 너무하고 싶어 시다로 들어왔는데 한 달도 못채우고 아파서 그만두었다. 병원 다니다가 요즘은 집앞 마트에서 계산하는 일을 하는데 그때보다 일이 쉽고 돈도 좀 더 번다고, 시다는 참 힘든 일이라며 씁쓸해 하셨다.

우리도 일을 잘하고 싶다. 우리는 능력과 기술이 지금 이것 밖에 안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조금 벌더라도 꾸준히 일하면서 행복해지기를 원한다. 그러나 구인자들은 “일 할 사람이 없고, 배우려는 사람이 없고, 일 잘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잘맞는 사람들끼리 일하기 어려운 곳이 봉제공장이라고들 한다.
둘째, 생활의 안정을 원한다. 정해진 날짜에 월급을 받고 사회보장보험이 되는 곳에서는 그만두지 않으려고 한다. 요즘은 동대문 창신동의 소규모 봉제공장에서도 사회보험을 많이 한다고 한다. 국민연금, 두루누리 사회보험지원확대사업으로 모든 사람들이 혜택을 조금씩이라도 누리기를 바라는 것이 공장주들의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어떤 공장은 사람들이 그만 둘까봐 월급을 며칠씩 미뤄서 주기도 하고, 또 어디는 사람을 몇 개월만 쓰고 내보낸다는 소문이 있다.

셋째, 봉제를 하는 사람들은 꿈이 많고 배우려고 한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직기가 있으면 배워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 그러려면 봉제기술에 대한 미래의 희망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대접 받지 못하는 기술자, 낮은 임금, 불안정한 고용은 되풀이 되고 있는 악순환이다. 몇 번이나 언급했듯 투명하게 들어내 보여야 한다. 제조공정단계, 제조단가는 기본으로 제시돼야 한다.

넷째, 봉제를 하지 않으려는 또 다른 이유는 하루에 50~100장씩 똑같은 단순반복에서 오는 무료함도 있다. 그래서 관리자들은 한번씩 지루하지 않게 아이템을 바꿔 넣어주기도 한다. 일하는 사람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는 시간 없이 기계처럼 일한다고 한다. 특히 원단에서 생기는 먼지가 많을 경우는 하루에 몇분씩 쉬는 시간을 정해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육체노동을 풀어주는 시간을 의무적으로 정해놓아야 한다.

봉제공장의 문제점 중에 또 하나는 자유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자유시간이 없어 은행 보는 일, 개인적인 일을 미룬채 한달을 보낸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봉제업 인력난의 문제점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의식이다. 3D라는 직종과 못 배운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공장에서 일했던 공돌이, 공순이라는 인식이다. 대학 나와서 미싱하면 좋다. 머리로 이론을 이해했으니 손으로 하는 기술만 익히면 된다. 학교에서 풀리지 않던 것이 현장에서는 쉽게 해결되는 기술이 많다.

매일매일 새롭게 미싱이 드르륵 드르륵 돌아가고, 새로운 기계가 들어와 신기해하며 작업하다 나오시되어 혼나고, 밤새도록 배우고 불량이 없도록 하는 것이 현장이다. 나는 가끔씩 내가 진짜 의류학 박사인가 하는 정체성에 빠질때도 있지만 긴박하게 돌아가고 제품이 완성될 때는 참으로 좋다. 그리고 나로 인해 봉제기술자의 인식을 바꿀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조금 소망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명 : ㈜한국섬유신문
  • 창간 : 1981-7-22 (주간)
  • 제호 : 한국섬유신문 /한국섬유신문i
  • 등록번호 : 서울 아03997
  • 등록일 : 2015-11-20
  • 발행일 : 2015-11-20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다산로 234 (밀스튜디오빌딩 4층)
  • 대표전화 : 02-326-3600
  • 팩스 : 02-326-2270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종석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 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김선희 02-0326-3600 ktnews@ktnews.com
  • 한국섬유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한국섬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ktnews@kt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