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 재 인도네시아 한국봉제협의회 배도운 회장 -“급격한 임금 상승, 기업 운영 최대 복병 떠올라”
[Power Interview] ■ 재 인도네시아 한국봉제협의회 배도운 회장 -“급격한 임금 상승, 기업 운영 최대 복병 떠올라”
  • 정기창 기자 / kcjung100@ktnews.com
  • 승인 2014.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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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는 노동자 프렌들리 국가, 부당 노동은 말도 안돼
바이어가 벤더 착취하는 왜곡된 시장 구조 개선돼야

2013년 기준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의 섬유류 교역규모는 20억6600만 달러(수출 13.3억, 수입 7.4억)로 중국과 베트남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현지에 진출한 우리 봉제기업들은 인도네시아 의류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현지 경제 발전 및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여도가 높다.

이곳에 진출한 한국 봉제 기업은 자카르타 인근 400여개, 전역으로 확대하면 약 500여개에 이른다. 이중 300여개 업체가 재 인도네시아 한국봉제협의회(KOGA)에 가입해 있다. KOGA 배도운 회장은 “우리 봉제 기업들의 고용 인원만 약 50만여명에 달한다”며 “최근 우리 기업들은 급격한 임금 인상으로 심각한 경영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 봉제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지역별로 50~70%의 임금 인상이 이뤄져 잔업(Over Time) 시간을 줄이거나 현장 근로자 숫자를 감축하는 등 거친 임금상승 파고를 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병행하고 있는 중이다.

-이곳에 와 보니 대부분 업체들이 급격한 임금상승을 가장 큰 애로점으로 꼽고 있다.
▲최근의 급격한 임금인상이 시장 매커니즘을 깨뜨렸다. 인도네시아 인플레율이 최근 수년간 6% 정도 수준이었는데 임금은 수십 %씩 올랐다. 직접 FOB 수출하는 1차 벤더는 전체 제조원가 비중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나마 낮지만 단순 임가공 업체는 근로자 인건비 비중이 60~70%까지 올라간다. 이 비용이 두배로 올랐다면 기업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이런 급격한 임금인상이 가능한 이유는.
▲작년에는 1년 내내 정부에 이런 어려움을 호소했다. 임금 가이드라인을 과격하게 올리지 말고 생활비에 준해 올려 달라고 요청했다. 중앙 정부는 알았다고는 했지만 이게 법적 구속력이 없다.

힘들게 우리 의견을 반영해 관계 장관들 서명이 포함된 프레지던트 레커멘데이션(President Recommendation, 대통령 권고사항)이 각 주지사들에게 보내졌지만 이걸 안지킨다고 제재할 수단이 없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권한이 각 지자체에 있다 보니 중앙 정부가 컨트롤할 수가 없다. 지자체장은 투표에 의해 선출되므로 자연히 노조의 입김이 강하다.

결국 각 지방정부를 상대로 노사정 위원회를 통해 할 수 밖에 없다. 작년 노사정 합의를 통해 올해는 10~12% 선으로 합의가 됐는데 지켜지지 않았다. 노조들이 자기들 세를 보여주기 위해 데모를 조직하고…작년에도 많은 시위가 있었다.

-과격한 시위에 대한 우려가 많다.
▲스위핑(sweeping, 휩쓸고 지나간다는 의미)이 문제다. 노동 단체의 시위 주동자들이 공장앞에 와서 근로자들 오토바이에 물건을 던지고 공포분위기를 조성한다. 모두 다 나와서 합세하라는 식으로 선동한다. 근로자들이 공장에 가만히 앉아서 일할 수 있겠나. 금방 5000명, 1만명이 된다. 이런식으로 데모대 만들어 지방정부 앞에 가서 우리 요구 사항에 서명할 때까지 물러나지 않겠다며 물리적으로 압박한다. 여기는 떠들고 나면 (정부가 요구 사항을) 바로 들어준다. 이제는 우리가 데모를 해야할 판이다.

-한국 봉제기업에 대한 인식은? 현지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 기여를 인정받지 못하는 건가.
▲중앙정부는 어느정도 인정하는 것 같다. 그러나 지자체장들은 성향에 따라 많이 다르다. 예를 들어, ‘임금을 50% 올리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한다고 하더니 지나고 나서 보면 아직도 괜찮지 않은가’하는 반응이다. 우리는 어떻게든 먹고 살아야 되니까 허리띠 졸라매고 공장 효율 올리는데 매달리며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의 급격한 임금 인상을 버틸 수 있었던 또다른 요인은 환율이었다. 9000루피아까지 갔던 달러당 환율이 작년 하반기에는 1만2000루피아를 넘어섰다. 작년 초 40% 임금 인상이 있었을 때 8월 르바란(Lebaran, 흔히 라마단이라고 불리는 이슬람 최대 명절) 전에 많은 공장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 부분을 환율이 커버해 준거다.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등 주변 경쟁국과 비교하면 어떤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많이 비교하는데 어떻게 보면 인건비는 베트남과 같은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여기는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주당 근로시간이 40시간인 반면 베트남은 48시간이다. 베트남은 60시간씩 가동하는 곳도 있는데 인도네시아는 그렇게 하면 잔업수당에 버틸수가 없다. 최저임금 200불인 공장이 60시간을 돌리면 실 지급액은 400불이 넘어간다. 하루 1시간 연장 근로하면 통상 임금의 1.5배 2시간째는 2배다. 이후에는 식사 제공, 교통비 제공 등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캄보디아는 인구 2000만이 안되는 국가다. (생산기지로서) 어떻게 중국을 대체하겠는가. 미얀마는 인구가 7~8000만 정도지만 양곤을 제외하면 인프라 때문에 들어가기 어렵고 나머지 지역은 인구가 밀집된 곳이 없다. 판을 크게 벌여볼 여지가 없다.

-수출 단가가 10년 넘게 제자리다. 임금 상승분을 바이어들이 인정하지 않는가?
▲제일 중요한 건 시장이 왜곡 됐다는 사실이다. 바이어들은 선한 양의 탈을 쓴 늑대와 같다. 철저히 마켓 논리로 착취한다. 최근 제일 잘 나간다는 A사(그는 글로벌 SPA브랜드 실명을 거론했으나 가명으로 대체)를 보자. 페이먼트 텀(payment term)이 선적 후 120일이다.

물건을 한달만에 가져가서 석달동안 팔고, 대금회수 다 끝난 후 이자까지 받으며 갖고 있다가 돌려주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는 갑을법이란게 생겨 그걸로 제재하지만 여기는 그런 방법도 없다. 이런 구조 개선이 안되면 다 죽고 남을 때까지 버틸수 밖에.

-우리 업체간 출혈경쟁도 여전하다는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벤더들(역시 특정 기업들을 언급했으나 가명으로 대체)은 여전히 매출 증대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니트에 한계가 오니까 우븐 아이템을 늘리고 있다. 듣기로는 가격 불문하고 오더를 받는다고 하더라. 생사를 건 싸움이 시작된 거다. 이건 치킨 게임이다. 이런식의 어프로치가 있는 한 바어이들에게 벤더는 만만해보일수 밖에 없다.바이어들에게는 이래 저래 비용을 절감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뿐이다.

-그래도 인도네시아는 당분간 봉제 생산기지로서 장점이 있지 않겠나.
▲인도네시아는 2억5000만명 인구에 피라미드 구조를 갖고 있다. 젊은 인력이 많아 고도 산업 경제로 발전하기까지는 이들을 먹여 살릴 산업이 필요하다. 특별히 산아제한 정책을 쓰지 않아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새롭게 사회 진출하는 젊은 사람들을 어드밴스드(advanced) 산업이 흡수할 때까지는 당분간 봉제 일자리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로 베트남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전세계 생산공장 역할을 한 중국의 물량을 베트남이 다 대체할 수는 없다. 실제 오더 흐름을 보면 베트남으로 크게 쏠리지 않는다. 거기에 봉제 물량을 다 풀면 대규모 넌 딜리버리 사태가 벌어질 거다. 오히려 인도네시아가 주목받을 수도 있다. 인도네시아는 자카르타를 제외하고도 공장들이 갈 곳이 많다. 까베엔(KBN) 공단에 몰려 있는 한국계 봉제 기업들도 점차적으로 지방으로 물량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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