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terview] 창간 33주년 기획 ‘살아 남아야 강하다’ 대담 - 한국 섬유·패션 리더로부터 듣는다②-이만중 보끄레머천다이징 회장
[Special Interview] 창간 33주년 기획 ‘살아 남아야 강하다’ 대담 - 한국 섬유·패션 리더로부터 듣는다②-이만중 보끄레머천다이징 회장
  • 이영희 기자 / yhlee@ktnews.com
  • 승인 2014.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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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최우선! 갑·을 관계, 서열타파로 新기업문화 창출해야”

기업몸체 가볍게 비효율 지양 ‘기동성·전문성’ 강화
브랜드 아이덴티티 중시…독창적 그룹과 콜라보 등 시도해야

글로벌 역량강화는 인재육성에서부터!
우리브랜드가 아시아의 중심이 되는 날 기대

2014년 상반기에도 패션업계의 냉각된 기류는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거나 “답은 알지만 실천할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 패션기업인들의 입장이다. 속이 타들어간다. 시장상황은 급변했고 소비자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어서 전망과 대응책 마련이라는 것이 과연 필요할 가? 라는 의문이 생길 지경이다. 자고 일어나면 급변하는 모바일 환경, 다양한 유통채널의 확대와 세분화는 그렇다치고 장기불황과 사회적 불안요소의 가중은 소비심리마저 냉각시키고 있다. “살아 남는 자가 강한자”란 대명제가 설득력을 더하는 요즘, 어떻게 대비해야 살아 남는가의 해답을 찾고자 했다. 현실은 불안해도 미래는 대비해야 하는 것! 알찬 글로벌 기업의 모델을 완성 해 놓은 보끄레머천다이징의 이만중 회장을 만났다.

-현재 마켓의 상황은 어떻게 보십니까?
우리나라가 일본 패션시장의 발전유형을 답습해 왔다고 하잖아요? 20년 전에만 해도 시장조사를 가면 정말 보고 듣고 배우는 것이 많았어요. 지금은 일본에 과연 패션이라는 것이 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마치 도시 전체가 대형 창고화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장기적인 불황으로 성장도 둔화되고 있는데다 SPA형 브랜드들에 잠식당하고 이제는 마케팅기법 보다는 ‘가격경쟁’이 시장을 움직이는 큰 축이 됐습니다. SNS, 모바일이 마케팅수단으로 급성장하고 소비자들은 굳이 백화점을 가지 않더라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대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지금의 전통적인 시스템, 아날로그 방식으로 디지털시대의 신속한 변화를 따라 잡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저 뿐만 아니라 패션기업인들의 큰 고민이겠지요.

-살아남기 위한 차별전략은 무엇입니까?
지금처럼 기업이 모든 시스템을 갖추고 컨트롤하던 시대는 지난 것 같습니다. 기업의 몸체를 가볍게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개의 브랜드에 디자인실장이 있고 분야별 담당 디자이너들이 있다 보면 10명 상당 인원이 구성 됩니다. 인력이 많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새롭게 차별화된 창의적인 제품들이 나오지 않는 것이 큰 문제이죠.

디렉터가 확고한 철학이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제품차별화나 확고한 브랜드 색깔내기가 힘들어집니다. 잘 팔리는 아이템에 집착하다보면 백화점매장에 있는 모든 옷들이 라벨만 제거하면 어느회사 제품인지 전혀 모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겁니다. 또한 각자 담당자는 담당자대로 팀장은 팀장대로 디자이너들의 제안을 걸러내고 다듬습니다.

결국은 두루뭉실한 제품들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디렉터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큰 그림을 기획했으면 각각의 퍼즐들로 원래 기획된 이미지가 나오도록 완성해야 합니다. 그런데 남산을 그렸는데 종국에는 뒷산수준이 되어선 안된다는 거죠. 이러한 시행착오를 밟지 않으려면 차별화된 장르별 업무를 세분화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독창적 감각을 가진 디자이너와 콜라보레이션을 한다든지, 디자인 그룹과 조인해 브랜드만의 확고한 색깔, 즉 아이덴티를 창출하는 겁니다.

-기업의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이렇게 되려면 제일 먼저 갑, 을 관계의 서열을 타파함으로써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동등한 자세와 관계만이 원활한 콜라보레이션을 가능하게 하고 기능성도 배가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기업은 대신 독특한 마케팅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래서 독특한 상품과 마케팅이 어우러지고 아이덴티티가 형성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이덴티티가 확고한 제품, 차별화된 마케팅실현, 기업의 기동성과 효율을 강화함으로써 몸을 가볍게 하면 가격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습니까?

-차별화된 아이덴티티는 어떻게 창출해야 하나?
자기의 얼굴(아이덴티티)은 뿌리(전통문화)속에서 찾아야 합니다. 어차피 양복은 서양의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서양의 것을 차별화해서 표현한다고 해도 그들보다 완벽할 수는 없다고 봐요. 서양문화의 답습이나 차별화가 아닌 확고한 한국적인 패션모티브를 접목해 현대화해야 합니다.

아시아의 시대는 반드시 올 것입니다. 그러나 그전에 너무 한국적이면 먹히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러니 한국적인 모티브를 모던하게 재해석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9세기 초에 일본이 유럽에 문화를 전달했고 지금 당시의 의상들이나 액세서리, 생활용품에서 그 이미지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 때 유럽인들에게 일본문화는 아주 흥미로웠을 겁니다.

현재 K-POP이나 한류문화를 외국인들이 볼 때 뭔가 색다르다고 느낄 것입니다. 이럴 때 너무 한국적인 것보다는 우리의 문화적모티브를 현대화해서 제안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상봉디자이너의 한글 패션이 처음에는 이색적이지만 롱 런 하려면 너무 한국적이어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요즘 이상봉디자이너의 무궁화모티브를 현대화한 것은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한 첫 단추는 어떻게 채워야 합니까

우리시장은 사실 너무 작습니다. 그런데 외국 브랜드들도 막 들어 오고 SPA도 시장규모에 비해선 많이 생겼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대부분 국내에서 잘 해야 한다, 국내에서 성공해야 해외에서도 성공한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저는 견해가 다릅니다. 국내도 중요하지만 글로벌역량은 그와 상관없이 꾸준히 축적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 첫 번째가 글로벌 인재 양성입니다. 언제든 해외시장에 진출한다고 하지만 준비가 없으면 어렵습니다. 인재양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상 글로벌인재양성은 국가적 차원의 몫이지만 실현이 안된다면 기업이라도 나서야죠. 경영자들은 ‘키워놓으면 다른 회사로 간다’고 하지만 그래도 인재는 키워야합니다.

그것이 기업가들의 자세이니까요. 어차피 한국패션에 기여할 인재들이 될 것입니다. 중국진출 다음으로 보끄레머천다이징은 러시아시장을 예의주시하고 러시아어를 전공한 출신들을 채용해 5~10년 가량 육성해 왔습니다. 대부분 기업에 채용된 신인들은 그 기업의 글로벌 비전을 보기 힘듭니다. 기업이 미래의 모습을 신인들이 볼 수 있도록 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이것은 기업의 책임입니다.

-글로벌 역량이란 무엇을 의미합니까?
해외에 나간 기업들 80%가 실패를 경험합니다.
몇 해전 일본의 유명기업의 임원이 저를 찾아 왔습니다. 보끄레머천다이징보다 10배의 외형규모를 가진 대기업이었습니다. 사업계획을 들어보니 우리회사와 함께 중국시장을 진출하겠다는 것인데 이미 성공한 보끄레머천다이징을 등에 업고 쉽게 가보겠다는 의도가 보였어요.

저는 그 기업이 해외에 나가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 판단했어요. 왜냐하면 일본은 ‘일등 병’에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와 해외에서의 역량은 다릅니다. 전 조직원이 ‘글로벌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부딪혀봐야 필요한 것을 아는데 쉽게 업혀 갈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겁니다. 사실 큰 기업들이 해외에서의 기복이 심해요.

요즘 한국에서 인기 있는 상품이 해외에서도 80%상당 적중하는 편입니다. 그러니 한국에서 잘 팔리는 인기 있는 상품을 현지에도 공급해 줘야 해요. 한국에서 잘 팔리니까 이 제품은 국내에서 팔고 인기 없는 것만 해외에 보내면 당장은 모르지만 나중에는 망하는 원인이 되는 겁니다.

‘발상의 전환’이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천수답’에 비유할 수 있어요. 논에 물을 채워야 하듯, 중국 현지에서는 본사만 바라보고 있으니 잘 팔리는 상품을 지역별 특성에 맞춰 적기적소에 공급해 줘야 합니다. 마인드의 현지화가 필요한 것이죠.

보끄레머천다이징의 경우는 무조건 해외가 우선입니다. 전 직원이 글로벌 마인드를 갖고 있어요. 또한 회사에서 전직원에게 무역업무를 교육시키고 있어요. 자신의 업무가 무역과 상관이 없더라도 협력파트로서 알고 있어야 공조가 빠르게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중국에서도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성공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같은 한국기업들이 전철을 밟지않도록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또한 그들에게 배울것이 있으면 기꺼이 배워보고 싶습니다. ‘온앤온’이 중국에서 성공했다고 하지만 이것은 남산의 소나무 한그루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온앤온’이란 소나무 한그루가 한류라는 큰 남산을 대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여러 가지 한국의 문화가 패키지로 나가야 온전한 한류의 비즈니스적 효과가 날 수 있어요.

2018년에 평창 올림픽이 있습니다. 이를 패션쪽에서 활용해야 합니다. 올림픽 기간동안 패션관을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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