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장에서는…] 일감難 염색공장…싸다고 오더 안준다
[지금 현장에서는…] 일감難 염색공장…싸다고 오더 안준다
  • 김동률 기자 / dtkim@ktnews.com
  • 승인 2015.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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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오전. 포천양문염색단지를 찾았다. 평소 같았으면 공장 굴뚝엔 연신 스팀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기계 돌아가는 소리로 시끄럽고 바빠야 할 시간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지만 길에서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한 근로자를 만나 이유를 물으니 “주5일제 근무를 하는 공장이 늘고 있는 이유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감이 없어 토요일은 반 강제로 쉬는 공장이 많다”고 말했다.

염색단지의 일감 부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염색산업은 예전부터 쉬는 날 없이 24시간 2교대 근무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오더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토요일 근무를 하지 않는 공장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단지 내 약40개 입주업체 중 토요일도 일을 하는 공장은 절반 수준”이라고 전했다.

경기불황은 자체생산 없이 순전히 오더에 의존하는 염색공장에겐 직격탄일 수 밖에 없다. 이에 영세업체들은 자생력을 잃고 문을 닫거나 경매에 넘어가 주인이 바뀌는 일이 늘고 있다. 여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염색업종도 작년 세월호 사건 직후 일감이 급격히 감소했다. 국민들의 여가활동 자제와 경기불황이 맞물려 의류제품 소비가 줄면서 염색 오더량도 반토막 났다. 이후 조금씩 나아지면서 현재는 약70% 수준까지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난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염색업체 임원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차라리 음식점 서빙이나 그릇 닦는 일을 하지 이런 공장에서 일을 하겠느냐”며 “우리도 내국인을 쓰고 싶지만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북부섬유산업연합회 정명효 회장은 “현재 염색업체는 부익부 빈익빈이 심각하다”며 “염색업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꾸준한R&D도 중요하지만 원단업체의 신제품 개발에 발 맞춰 염색기술도 그에 맞게 발전해 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단가가 싼 집이 일이 많은 게 아니라 오히려 단가를 고수하는 집에 일이 많다. 즉, 오더를 주는 업체는 단순히 싸다고 품질관리 안되는 집을 찾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염색업체가 스스로 품질관리에 신경을 쓰고 꾸준히 신뢰를 쌓아가는 게 힘든 현 상황을 돌파해 나갈 수 있는 해결책 이라는 해석이다. 우리나라 섬유산업은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내수시장 불황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내실을 다지고 정본청원(正本淸源) 의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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