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 김인숙 두드림패션지원센터 이사장 - 지금이 봉제산업 자생 마지막 기회…“현실을 직시하고 힘을 합쳐야”
[Power Interview] ■ 김인숙 두드림패션지원센터 이사장 - 지금이 봉제산업 자생 마지막 기회…“현실을 직시하고 힘을 합쳐야”
  • 김동률 기자 / dtkim@ktnews.com
  • 승인 2015.04.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품질 고수 등 기본에 충실해야 할 때
외면하면 中 동남아에 일감 모두 빼앗길 판
각각 색깔 전문성 살리고 협력하는 게 중요

“우리나라 봉제산업이 자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중국과 동남아에 우리일감을 모두 뺏기고 말 것 입니다. 임금을 좇아 어디로 갈 것이냐를 고민하지 말고 우리가 앞장서서 리드해 나가면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됩니다.”

한국 의류·봉제산업 침체의 골이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비단 섬유업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죽겠다’ ‘힘들다’라는 말이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요즘 두드림패션지원센터 김인숙 이사장은 오히려 자신감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해결책을 찾고 있었다.

지난 8일 오전. 동두천에 있는 두드림패션지원센터에서 김인숙 이사장을 만났다. 인터뷰를 위해 사무실로 들어서니 흔히 생각하는 기관의 장(長)이 사용하는 사무실 치곤 소박해 보였다. 알고 보니 별도의 사무실 없이 일반 입주업체가 사용하는 공간을 사무실로 이용하고 있었다.

두드림패션지원센터는 연면적 1만6500㎡에 지하2층, 지상10층 건물로 동두천 지역 특화 산업인 섬유·염색을 이용한 봉제산업 인프라 구축 및 패션산업 육성을 목표로 2013년 완공됐다.

인터뷰를 시작하고 제일 먼저 던진 질문은 한국 의류·봉제산업의 장기침체에 대한 의견이었다. 이젠 고루하게 느껴질 만큼 흔한 질문에 김인숙 이사장은 “IT시대에 소비자들은 더 똑똑해 졌다. 옷을 만드는 사람보다 오히려 소비자가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심지어 마진이 얼마나 남는지까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려면 원단도 더 좋은걸 써야 하는데 좋은 원단을 사용했다고 무작정 옷값을 올리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여기에 경기불황이 맞물려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이럴 때 일수록 현실을 직시하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업계는 단순히 위기감을 느끼는 것에 그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방식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웬만한 품질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끌어들일 수 없다. 고품질은 선택이 아닌 기본이다. 소비자는 만족하지 않는 옷은 다시 사지 않는다.

저렴한 가격의 옷은 어디든 널려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물건을 만들고 판매함에 있어 품질에 대한 신뢰는 소비자와의 약속이다. 단가와 마진만 생각하지 말고 고품질의 제품으로 소비자가 다시 찾을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협력과 전문성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피력했다.

“이제는 각자의 색깔을 가지고 가야 한다. 그리고 각각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함께 협력해 힘을 모아야 한다. 중국산은 품질이 낮다는 말은 옛날 얘기다. 우리나라 보다 더 좋은 봉제기술을 가진 곳도 많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얘기했다.

김 이사장은 프로모션 업체를 예로 들며 끊임없는 노력과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프로모션 업체들이 난립해 있지만 디자인을 ‘무기’로 하는 업체는 오더가 끊이질 않는다. 계속해서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고 제안하는 업체는 오더를 주는 입장에서도 놓을 수가 없다. 경쟁업체가 따라온다 해도 또 다른 새로운 디자인의 ‘무기’가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앞서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문제점을 인지하고 해결점을 찾아 실천에 옮겨 경쟁력을 키웠을 때 기회를 확실히 잡을 수 있다고 김 이사장은 얘기한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는 설령 대량 오더가 들어온다 해도 소화 할 수가 없다. 현실에 지쳐 ‘그때그때 들어오는 물량만 처리하고 내 밥그릇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으면 기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인숙 이사장은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느끼는 ‘현장형 사장’이다. 디자인부터 봉제, 판매까지 모두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봉제업계의 문제점을 더욱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두드림패션지원센터는 건립 당시 60개 업체 입주를 목표로 했다. 하지만 현재 입주 업체는 14개에 불과하다. 여기에 1층 판매 매장은 운영을 중지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속사정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서운하다는 것이다.

“건물을 짓기만 했지 사후대책이 없다. 운영 프로그램이라던지 건립 취지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계획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며 “지금은 임대료보다 관리비가 더 많이 나오는 상황이다. 인건비, 공과금 및 기타 관리비용을 더하면 임대료 대비 관리비가 약 30% 가량 더 나오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건 둘째치고 봉제기술인력이 없다. 외부에서 고작 몇 주 교육시킨 인력을 보내주긴 하는데 이런 비숙련공은 보조역할 밖에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형식상 지원에 그친다는 얘기다.

현재 센터 내에서 일하는 봉제관련 인원의 절반은 교육생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에서는 수습기간 적용도 안된다고 하고 인건비도 지원 안하면서 무조건 법에 맞춰 진행하라고만 하니 이런 상황을 안고 운영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는 얘기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제대로 된 지원만 이뤄진다면 고용창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봉제가 살아나면 고용창출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요즘은 노인 일자리 감소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봉제공장에 가보면 아직도 나이가 많은 숙련공들이 일하는 곳이 많다”는 이유를 들었다. 대표적인 예로 서비스업과 봉제업을 비교하면 봉제업계 고용창출 효과가 더 크다는 입장이다.

“서비스업은 일정 나이가 지나면 그 직업을 계속 유지하기 힘든 반면 봉제는 기술만 손에 익으면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요즘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자기만의 브랜드를 가지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 이사장도 이에 동감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를 만들 계획은 있다. 하지만 입주업체별로 봉제 종류가 서로 다르고 지금은 공장을 운영하는 자체가 녹록치 않아 바로 진행하기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센터 자체만 발버둥 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해 줘야 함께 나갈 수 있다. 건립 당시의 사업계획에 맞는 전문적 구성과 해결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조합원들에게 ‘살아남은 자가 이기는 거다’라고 얘기한다. 힘든 현실이지만 앞을 내다보고 함께 가자는 의미”라고 했다.

두드림패션지원센터가 본격적으로 가동한지 햇수로 2년차에 접어들었다. 김인숙 이사장은 업계의 힘든 상황을 직시하고 문제점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끊임없이 해결책을 찾고 현실을 돌파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명 : ㈜한국섬유신문
  • 창간 : 1981-7-22 (주간)
  • 제호 : 한국섬유신문 /한국섬유신문i
  • 등록번호 : 서울 아03997
  • 등록일 : 2015-11-20
  • 발행일 : 2015-11-20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다산로 234 (밀스튜디오빌딩 4층)
  • 대표전화 : 02-326-3600
  • 팩스 : 02-326-2270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종석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 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김선희 02-0326-3600 ktnews@ktnews.com
  • 한국섬유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한국섬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ktnews@kt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