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 허덕환 연변조선족기업가협회장 - 中 10대 소비도시 연길 “고가 한국 의류 브랜드 수요 많다”
[Power Interview] ■ 허덕환 연변조선족기업가협회장 - 中 10대 소비도시 연길 “고가 한국 의류 브랜드 수요 많다”
  • 정기창 기자 / kcjung100@ktnews.com
  • 승인 2015.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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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현지 패션브랜드 진출 준비…한국 업체들, 시장 진입 서둘러야
연내 ‘중국조선족기업가협회’ 출범…은행설립 등 금융기반 다져

중국 연길은 1인당 소비액 기준, 전국 10대 도시에 손꼽히는 연변조선족자치구의 핵심도시다. 1선 도시인 상하이는 물론 심양, 장춘도 이 기준으로는 연길에 뒤질만큼 소비성향이 강한 곳으로 유명하다. 연변조선족자치구는 200만 조선족 인구를 바탕으로 최근 러시아, 북한과 접경지역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는 중심에 서 있다.

지난 15일 연변조선족기업가협회 허덕환(許德煥) 회장은 본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 패션브랜드들은 소비성향이 강한 연길시를 중요한 시장으로 판단하고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며 “이곳 소비자들은 한국 브랜드 선호도가 높아 한국 패션의류기업들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 “아직 지역 시장을 주도하는 뚜렷한 브랜드가 없어 초기 진출 기업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허 회장은 연길시 중심가에 2개의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중백청사’는 지금 건물을 헐고 한국 브랜드 제품만 판매하는 고급 백화점으로 다시 지어 9월 오픈할 예정이다. 화장품에서 패션의류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만 취급하며 현지 고가(高價)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백화점에 입점한 한국 패션 브랜드로부터 완사입 형태로 물건을 공급받아 직접 자신이 운영하는 백화점에서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이후 타 지역까지 진출해 중국 전역을 커버하는 유통망을 갖춘다는 복안이다.

▶연변조선족기업가협회는 어떤 곳인가.
“1980년대에 세워진 연변기업가협회가 전신이다. 이전에는 국영 담배회사 사장이 회장을 맡는 등 국가에서 주도하다 민간 주도로 넘어오면서 2010년 연변조선족기업가협회로 출범했다. 건설업, 요식업, 백화점, 물류 등 서비스 업종 기업들 위주로 100여개 기업이 가입해 있다. 회원사 매출만 합쳐도 50억 위안(약 8750억원)이 넘는다.

국가정책에 대한 교육과 친목을 위한 교류가 주 목적이다. 혁신·개혁하는 기업문화를 공유하며 상호 비즈니스 협력도 병행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작년부터 강력한 부패척결에 들어가면서 연길의 고급식당들이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았다. 연길시에서 고급 식당으로 유명한 협회 회원사인 코스모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빌딩 6개층을 쓰는데 한 곳 면적만 총 1만㎡를 넘는(약 3~4000평) 대형 음식점으로 연길에만 4개가 있다. 이를 안 우리 협회 회원사들이 힘을 모아 손님을 유치해 준 덕에 지금은 장사가 잘 된다.”

▶중국 전역으로 볼 때 조선족 기업가들 활동은 어떤지.
“심양, 광주, 북경, 상해, 소주 등 각지에도 조선족기업가협회가 있어 상호교류하고 있다. 이중 심양조선족기업가협회가 주축이 돼 중국조선족기업가협회를 만드는 중이다. 올해 안으로 출범해 은행도 설립할 계획이다. 조선족 기업가들이 운영하는 회사는 자산 규모가 큰 대기업들도 많다. 1년에 임대료만 5000만 위안을 쓰는 곳도 있고 증시에 상장된 회사도 있다.”

▶현지에서 한국 패션의류 인지도는 어떤가?
“소비자들이 한국브랜드를 먼저 찾는다. 전자제품이나 의류 등은 한국에서 신상품이 나오면 다음날 바로 연길 시내 백화점에 상품이 깔린다. 한국에 나온 사람들이 많아 문화가 동시간대로 엮여 있다. 한국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비행기 직항만 해도 일 4회 운항되고 있을만큼 서로 가까운 지역이다. 지금까지 이곳 백화점들은 주로 한국의 시장 옷을 많이 팔았다. 여기에 중국 제품이 섞여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다. 순수 한국 브랜드는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연길의 소비 수준이 꽤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인(한족)은 먹는데 돈을 쓰는 반면 조선족은 입는데 많은 돈을 쓴다. 전자제품 같은 남들에게 보여지는 사치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고가 의류 수요가 많은 이유다.”
그는 현지 조선족의 소비 행태를 한 예로 들었다. 두부를 사러 갈 때 주머니에 5위안 밖에 없으면 그 돈으로 택시를 타고 집에 가서 두부값과 왕복 택시비를 가져온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과소비로 비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생활수준이 높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조선족 생활수준이 그렇게 높은가?
“연길 또는 연변 출신 조선족은 중국 전역에 흩어져 기업가로 활동하고 있다. 연변에서 기반을 닦고 청도, 상해 등지로 나가 기업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한국으로 건너가 번 돈을 중국으로 보내는 송금액도 꽤 된다. 이들 돈이 유입되면서 강력한 소비층이 형성된다. 최근 중국 유명 패션 브랜드들이 연변으로 들어오고 있는 배경이다. 신사복으로 유명한 ‘야걸’은 훈춘에도 진출했다.”

▶중국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은 협회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
“법률, 시장정보에서 법인 인허가 문제까지 다양한 방면에 조언과 협력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 (조선족 기업가들) 인프라가 있어 연변에서 시작하면 중국 다른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기가 용이하다. 연길은 타 도시와 달리 외자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이 많아 한국 기업들이 진출하기에 유리한 시장이다.”

▶지금까지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했으나 성공한 기업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주요 원인을 꼽는다면?
“한국에서 오는 기업가들은 대부분 정부나 관료들을 찾는다. 공안(경찰) 같은 권력자들을 찾아 간다. 이들은 기업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들어올 때는 각종 인허가 문제가 빨리 해결되니까 효율적인 것 같지만 나중에는 헤어날 방법을 못찾아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과 밀접하게 지내면 비리관계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관료들, 권력자들을 너무 믿지 말라는 얘기다. 기업가는 기업하는 사람을 찾아가야 한다. (기업인들과 일해도) 초기 시장 진입 속도에는 차이가 없다.

이전에는 불미스러운 일들이 많아 오히려 조선족은 믿지 못하겠다는 한국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기업가는 다르다. 중국을 진출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신분이 확실하고 성실히 일하는 조선족 기업가들은 한국 기업인들이 확실히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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