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박호생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이사장
[Power Interview] 박호생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이사장
  • 한국섬유신문 / /김영관 기자 ykkim@ktnews.com
  • 승인 2011.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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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밀착형 연구소 거듭나기” 행보 시작
“실사구시, 엉킨 실타래를 푸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접근 중”

“대구지역 연구기관들이 스트림별로 잘 짜여져 있다. 그러나 변화에 대응하는 순발력이나 타개 능력 등은 업계가 요구하는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타개책의 일환으로 연구기관을 통합해서 국책연구소로 거듭나 보려고 애를 써보았지만 이마저도 멀고도 험한 길임을 알았다.”

6월27일 오전 11시.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이사장 집무실에서 만나기로 했다. 연구원을 도약시킬 그림이 나왔는지 궁금해서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기자는 장소를 혼동해 박 이사장 사업장인 성안 부회장실로 향했다. 박 이사장이 상황을 파악하고 급히 본사로 달려왔다. 한바탕 사전 몸 풀기가 끝났다. 11시30분. 성안 본사 부회장실. 취임 85일째를 맞는 박호생 이사장과 그렇게 마주 앉았다.

▶그림이 나왔는지 궁금하다.
첫 질문부터 다소의 긴장감이 감도는 듯 했다. “목표를 보면 답이 나온다. 목표가 뭔가. 중소 섬유기업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원장이하 본부장급 연구원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방어자세로 나올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변화의 큰 물줄기에 이미 편승해 있는 듯했다. 약간 놀랐다. 고맙기도 하고 용기도 생겼다.”

▶만약에 복지부동이었다면?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아닌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답도 나온 셈이다. “나는 대구경북권의 연구기관들 중 맏형격인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 선발주자로 나서 업계가 인정하는 연구소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여기에 와 있다. 자리에 연연할 생각은 없다. 임기 중 완성은 아니더라도 변화의 물줄기만이라도 튼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

▶그동안 성안을 비롯해 유진통상 등 섬유기업을 경영해온 스타일과 취임하기 전 개혁 마인드로 미루어 완성도를 높여야 만족할텐데...

“허허 이렇게 부담을 줘서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조용히 표내지 않고 해야 할 일들을 차근차근 해나갈 생각이다. 지켜봐 주고 여러 가지 많이 도와 달라.” 본론으로 들어가면서 박 이사장은 정색하고 신중하게 말을 이어갔다.

“변화의 구상은 참 어려운 문제다. 일단 연구기관들이 실사구시 형으로 가동돼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연구기관들이 업계로부터 많은 요구를 받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업계가 요구하거나 연구기관 스스로 가치를 창출해 내는 사업을 해야 한다고 본다. 열의를 보이고 싶다. 그렇다고 한꺼번에 욕심을 낼 일은 아닐 것 같고...

연구원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면서 업계 지원 사업에서 성과를 거두는 사업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때는 이미 변화가 시작된 것이라고 본다. 그 뒤는 가속으로 가게 돼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접근한다면.
“연구기관의 설립 목적과 목표에 나와 있듯이 업계밀착형 연구소로 거듭나기 위한 행보가 중요하다고 본다. 과거 밀라노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정부가 연구개발(R&D)과제를 통해 연구기관과 기업들에게 예산지원을 하면서 명과 암을 동시에 보였다.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기관들이 기업과 연계한 R&D과제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행보로 역할 수행과 그에 따른 예산확보에는 성공적인 행보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본연의 업계밀착형 기업지원 연구소로서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이젠 그 때가 왔다고 본다. 기업들이 차별화 되고 경쟁력 있는 제품개발을 위해 밤잠을 설치고 있지 않은가. 이럴 때 연구기관들이 나서야 하고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해야한다고 본다.

기업들이 애로를 겪고 있는 부분들을 연구기관들이 타개해줌으로써 연구기관의 위상을 제고해 나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런 맥락에서 연구원 역할이 뭔지 고민하고 찾아보려 한다.”

▶그동안 해왔던 연구기관의 행보와 구조적인 문제로 미루어 어려울 것도 같은데.
“어렵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먼저 변화의 물꼬를 틀 무엇인가를 찾고,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한다고 본다. 그리고 가능하다고 본다. 자동차 시트용 에어텍스쳐드 얀 개발을 성공한 사례도 있지 않은가.

기업이 못한 것을 연구원이 해냈다.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지난달부터 상용화 물량을 수주해 파일럿 설비를 풀가동하고 있다. 연구원이 개발한 제품이 자동차 시트로 만들어져 출시될 날이 임박했다.

이 같은 사례는 향후 연구원의 변화 행보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사장과 원장이하 본부장급이 함께 고민하고 찾아보려 한다.”

▶정부의 연구개발(R&D)예산에 크게 의존하는 연구원 입장에서 독자적으로 변신하는 것이 무리가 아닐까.
“중요한 대목이다. 이 문제는 연구원이 독자적인 변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면서 예산을 지원하는 지경부, 지자체와 함께 고민하고 연구해야한다고 본다.” 

▶국책연구소 설립 신청도 연구기관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시작된 게 아닌가. 성사가 어렵다면 대안이라도 찾아 연구기관을 한 단계 발전시켜야 할텐데.
“경쟁력 제고와 연구소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대책인 만큼 별도의 지원책이 마련돼야 하지 않겠는가.

예를 들어 순수 연구 프로젝트라든지, 여타 정책과제를 통해 연구기관들이 업계 밀착형 연구소로 거듭나는데 정부도 긴장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구기관 특성상 고급인력과 첨단 연구 설비들이 고루 갖춰져 있다. 기업과는 차원이 다른 연구행보를 보여야 할텐데.
“그렇다. 연구기관들은 위상에 걸맞게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기업들은 차별화 바람에 편승한 첨단 설비도입과 마케팅력 강화, 연구 및 생산인력 양성에 힘써야 된다.”

▶연구기관이든 기업이든 향후 전개될 차별화 소재에 대한 컨셉은 어느 정도 좁혀진 듯한데.
“맞다. 요즘은 워낙 빠른 시대다. 시간과 개발력, 아이디어 싸움이다. 아마도 기업별로 조금씩 차이는 나겠지만 가볍고, 강하고, 감성적인 소재가 아닐 듯싶다. 최근 대구경북 주력 아이템 군들도 이들 아이템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85일간 중책을 맡아오면서 어려웠던 일은. 
“업계의 이해 폭을 넓히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포기하지 않는다.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접근하면 잘 될 거다.”

▶수퍼섬유, 메디텍스사업 등 차세대 섬유개발 프로젝트가 전국으로 개방됐다. 사업을 준비했던 대구경북권 기업들이 매우 당황하고 있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대구경북권으로선 매우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국내 섬유산업 전체를 보고 결정한 듯하다. 할 말은 많지만 여기까지만 하자.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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