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터치] 신용남 신구대학교 패션디자인과 교수 - “서울이 광저우보다 가깝고, 빠르고, 풍부하다!”
[이슈 터치] 신용남 신구대학교 패션디자인과 교수 - “서울이 광저우보다 가깝고, 빠르고, 풍부하다!”
  • 한국섬유신문 / 편집부 ktnews@ktnews.com
  • 승인 2013.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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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원단시장 큰 손 떠오른 중국 바이어들

‘유럽 경제위기’, ‘중국 13년 만에 GDP 8%대 성장 붕괴’, ‘전 세계적인 경기불황’ 등등 발표되는 여러 경제지표들 모두 암울하기만 하다. 이런 경제지표들을 내세워 향후 한국 패션산업의 위기를 진단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논조의 외침들이 무성하다. 그런데 이런 발표와 외침에 걱정이 앞서기 보다는 대안 없이 떠드는 경고에 피로감을 넘어 짜증이 난다.

마음이 복잡하거나 짜증스러울 때 언제나 내가 있는 곳은 동대문시장이다. 그와 인연은 23년, 동대문패션클러스터 연구소를 만들어 연구한지도 올해로 14년을 맞이한다.

한국 패션산업에 있어 원·부자재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동대문종합시장, 항상 그런 것처럼 새로운 시즌 및 신상품을 준비하려는 디자이너들로 북적인다. 좁은 통로, 빽빽한 원단들 사이로 급한 발걸음을 하는 디자이너와 패션관계자들 그리고 원단 배송을 위한 지게 아저씨들의 한판 묘기와 같은 게걸음 운반,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동대문종합시장에 낯선 모습의 바이어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중국 바이어들이다. 패션의류 완성품 시장인 동대문의류도매시장 내에서 중국과 일본 바이어들을 보는 것은 생소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도매시장 내 큰 바이어 그룹으로 자리 잡은 그들은 이미 도매시장의 주류라 해야 옳은 설명일지 모른다.

이제는 원부자재 시장인 동대문종합시장 내에서도 중국과 일본 바이어들이 주류로 대두되고 있다. 종합시장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자면, 원단시장 내의 바이어 분포는 어림잡아 한국 40%, 일본 30%, 중국 30%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일본바이어들은 오래전부터 동대문일대에서 직접 원단을 선택하고 봉제해 일본시장에 판매했다. 일본 내 봉제가공 능력은 총 수요의 10% 이하로 고가패션 상품이 아니면 해외 소싱이 기본이라 한다. 그렇게 동대문패션클러스터를 이용해 성공한 대표적인 일본 브랜드가 ‘에고이스트’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중국바이어들은 어떻게 된 것인가? 시장관계자에 따르면, 원단 바잉량에 따라 중국바이어들은 크게 3분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한국 원단만을 구입해 본국에 보내는 이들로 자국에서 봉제하지만 원단차별화로 카피방지 및 브랜드가치 상승을 위한 것이다. 두번째는 한국 내에서 봉제하여 Made in Korea 상품으로 중국 수출을 위한 것이고, 세 번째는 중국 내에서 원단 카피를 위한 샘플링을 위한 바이어들이라 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그룹이 첫째와 두 번째 그룹이다. 첫째 그룹에 속한 이들 중 일부이지만, 상하이를 포함한 동북삼성 바이어들에서는 중국 광저우보다 서울이 더 가깝고, 패션적으로 훨씬 빠르고, 풍부한 원·부자재를 얻을 수 있어 서울로 온다는 것이다.

두 번째 그룹 속에는 한국 디자인을 카피해 한국에서 봉제해 본국으로 보내는 이들도 있지만, 일부는 중국 소비자가 한국디자인을 그대로 소화하지 못한 디자인을 수정해 중국화한 상품을 만들어 중국으로 수출하는 이들이다.

지금 동대문패션클러스터 내 중국과 일본 바이어들에 의해서 새롭게 시도되는, 우리의 노력이 아니라 그들의 필요에 의해서 이루어진 일련의 일들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향후 우리 패션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인가? 우리는 이들 해외바이어 그룹들의 니즈와 행동에 대해 미래의 비전을 놓고 사려 깊게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서울이 광저우보다 가깝고, 빠르고, 풍부하다!”는 그들의 니즈에 대해서 말이다.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 5년, 10년 후 미래 사회에서 보편화될 모습들이 지금 어딘가에서 조그맣게 꿈틀대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씨가 인용해 유명해진 윌리엄 깁슨의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란 말이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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