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터치] 재키 김 여성슈즈 신(SYNN)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패션, 스탭에서 스트리트까지
[이슈 터치] 재키 김 여성슈즈 신(SYNN)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패션, 스탭에서 스트리트까지
  • 한국섬유신문 / /편집부 ktnews@ktnews.com
  • 승인 2013.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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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공연 스탭들은 늘 검정색 옷을 입는다. 검정색을 입지 않아도 되는 셋업과 철수 때의 스탭들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검정 계열의 옷을 입는다. 아마도 공연을 진행하는 스탭들이 관객 눈에 띄지 않으려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정색으로 무장한 것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그러다가 관객이 보지 않을 때까지 입을 만큼 검정이 ‘스탭의 색’이 되어버린 것이다.

얼마 전에는 국내 공연과 영화 스탭들이 노스페이스를 마치 군복처럼 입었던 시기가 있었다. 고가임에도 유행한 이유는 땀의 흡수와 배출의 기능성 때문인듯 하다. 검정 일색, 특정 브랜드를 고집한 탓인지 스탭들은 옷을 못 입는다는 말을 들어왔다. 물론 예전에는 잘 입고 싶어도 그럴 옷이 없었고 당시 일반인들 옷차림도 그다지 세련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검정색의 옷도 멋지게 입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했다. ‘명동바보’로 알려진 최가브리엘(최동민)은 호리호리한 몸과 큰 키에 비율도 좋은데다 옷을 입는 센스도 뛰어나다. 어두운 빛깔의 옷에서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다. 신발도 소품도 꼼꼼하게 자기스럽다.

나 역시도 옷과 신발 등 패션에 관심이 워낙 많아 공연계에 뛰어든 당시부터 디테일 하나로 남다름을 표현했다. 해외를 자주 다녀서 ‘Fristads’나 ‘Dunderdon’ 같은 워크 스트리트 웨어를 손쉽게 구해 입으며 나름 제한된 색 안에서의 표현을 하곤했었다.

내가 패션에 눈을 뜨게 된 계기는 아버지가 1960년대부터 시작한 봉제회사와 미군에서 일하시던 고모님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옷 잘 입는 부모님과 어려서부터 접한 옷과 원단 덕에 많은 것을 입어보고 신어본 경험, 화려하고 섬세한 뮤지컬의 의상과 국내외 가수들의 공연을 만들면서 접해온 패션의 영향도 있었다.

또한 발 부상을 계기로 구두 소재와 형태를 공부하면서 편하면서도 멋진 신발이 드물다고 생각해, 멋과 기능을 함께 갖춘 신발을 만들고 싶어 남화 브랜드 런칭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스탭(staff)의 옷과 스트리트(street)를 섞어보려는 호기심’이, 지금 내가 김미선 디자이너의 여성 구두 브랜드 디자인에 참여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됐다.

공연 현장에서 나름의 스타일과 패션을 지향해온 내게 있어 우리나라는 아직 전문직 종사자가 유니폼을 통해 스타일을 지향하기 힘든 나라다. 공연 스탭은 물론 어느 전문 직업군이나 입을 수 있는 복장이 기능적인 의류와 신발로 한정돼 버리는 데다, 얇은 눈을 가진 이들은 그렇게 입은 옷으로 사람의 인격과 직업을 판단해 버린다.

만약 전문직 종사자들의 패션이 각자의 취향과 감각을 반영할 수 있게 된다면 그런 시선도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을까. 근본 없는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제품보다 스토리가 있고 최적화 된 디자인이 나온다면, 자신의 정체성과 직업에 대한 자존감을 갖고 각자 전문성은 물론 감성과 개성도 더 잘 표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대중들의 패션 감각이 향상되고 영리하게 의류를 구매하게 됐지만 그만큼이나 허점도 많아졌다. 지금처럼 일반화된 한국 대중 패션의 틈새는 더욱 개인적인 영역, 전문적인 유니폼과 같은 특정 ‘장르’가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패션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스탭과 스트리트를 연결해, 공연 현장에서 입던 옷을 입고 거리로 나가도 눈치 챌 수 없을 정도로 실용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을 보여주고 싶다.

반대로 공연에서 직접 보고 접해온 가수나 배우의 화려한 아름다움을 여성 구두에 옮겨 보통의 여성들도 향유할 수 있게 하고 싶다. 세련되면서도 기능이 뛰어난 멋진 옷과 신발을 만들어 목적에 맞는 패션이 한국에도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 직업색과 대중성을 융화시켜 기능과 스타일을 함께 갖춘 패션으로, 누구나 하나씩 자신만의 드라마를 입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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