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형섭 평안엘앤씨 부회장 - 또 다른 시작 위한 아름다운 퇴장
[인터뷰] ■ 김형섭 평안엘앤씨 부회장 - 또 다른 시작 위한 아름다운 퇴장
  • 한국섬유신문 / /김임순 기자 sk@ktnews.com
  • 승인 2013.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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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통성, 새로운 관점·새롭게 해석 ‘네파’ 전념

김형섭 부회장이 오랫동안 몸담아온 PAT(피에이티) 평안앨앤씨를 떠났다. 김 부회장은 새로운 브랜드 창출과 아웃도어 스포츠 사업에 열정을 보이며 24년간 이끌어 온 평안을 뒤로 한 채, 2일 휘경동 본사에서 퇴임식을 가졌다.

美 밴더빌트대학교에서 MBA 학위를 받고, 1989년 평안섬유에 입사했다. 밑바닥에서부터 현장 경험을 쌓아야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아버지, 고김세훈 회장의 경영 철학에 따라 사원에서부터 실무 경험을 쌓았다.

김형섭 부회장이 입사했을 당시, 회사는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과거 평안섬유는 70년대 국내 내의류 시장 70% 점유율과 국내 매출의 4배에 달하는 연간 1천만 달러의 수출 달성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70년대 말 유류 파동으로 수출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채산성 악화를 겪으며 1980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1989년 입사 당시, 무역수지는 안정선상에 있었으나 내수는 적자에 허덕였다.

김 부회장은 내수 시장 현황에 대한 분석을 시작했다. 백화점과 총판의 마진이 커서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그는 유통을 철수시키고, 경쟁 우위 상품인 티셔츠에 승부를 걸었다. 당시 실크보다 비싼 실켓사로 티셔츠를 만들어 냈다.

연간 4만장으로 시작한 실켓 티셔츠는 이후 성장을 거듭해, 120만장까지 판매돼 PAT대표 제품이자 법정관리를 벗어나게 한 효자 상품이 됐다. 지금도 중장년층에게 PAT의 실켓 티셔츠는 어린 시절, 한 번쯤 입어봤고 입고 싶었던 상품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김 부회장은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2000년 대표이사로 취임, 최고 경영자로서 평안섬유의 새로운 역사를 시작했다. 2002년, 독자적인 디자인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차별화와 경쟁력이라는 판단 하에 패션연구소를 설립, PAT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개발했다.

2004년, 평안섬유공업사에서 평안엘앤씨로 사명을 변경하고 BI 리뉴얼, 미래 가치 창출을 위한 비전을 선포했다. 이후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의류의 선택도 다양해질 것이라는 것에 착안, 2005년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 2008년 라이선스 브랜드 ‘엘르골프’를 각각 런칭했다.

캐주얼 브랜드 PAT만 운영했던 평안엘앤씨가 고객의 삶의 변화에 따라 시장을 세분화하고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짠 것이다. 캐주얼 대표 브랜드 PAT를 포함, 네파와 엘르골프가 각각의 시장에서 선도 브랜드로 입지를 굳히고, 더 확대해 캠핑브랜드 오프로드, 아웃도어스포츠 이젠벅, 스타일시 아웃도어 엘르아웃도어, 유통 전문인 세븐스마일즈까지 지난 24년간 평안엘앤씨를 조용히 그러나 엄청나게 성장시킨 것이다.

김 부회장은 24년간 치열했던 순간순간들을 뒤로 하고, 본격 퇴장을 결정했다. 시장의 변화에 맞선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다. 2012년 분리 독립 후, 올해 사모펀드 MBK에 인수된 ‘네파’에 전념한다는 각오다. 지분 인수 대금의 일부를 네파에 재투자함으로써 해외 시장에서 기능과 디자인으로 글로벌 브랜드들과 맞설 수 있게 성장시키고 싶다는 포부다.

네파는 지난 2011년 4월 미국 뉴욕 연락사무소 개설을 시작으로 2011년 7월 프랑스 샤모니 직영 매장을 열며 글로벌 시장 확대를 진행 중이다. 2013년 11월 중국 웨이하이 직매장 개설과 내년 하반기 프랑스 2호점도 오픈한다.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자리매김을 목표로 아시아와 유럽 등지 해외시장진출에 본격 나섰다.

김 부회장은 “저의 퇴장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을 위한 시작일 뿐이다. 평안엘앤씨는 창업주이자 조부이신 고김항복 회장님께서, ‘독립문’ 메리야스로 기반을 다지셨고, 선친께서 어려운 시기를 극복,  PAT로 의류시장에 진출하셨다. 평안엘앤씨가 네파, 엘르골프 등의 브랜드를 독립시킬 수 있었던 저력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경쟁력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지금 평안엘앤씨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60년을 위한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며, 전문성 있고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가 뛰어난 경영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의 청춘을 평안엘앤씨와 함께 했다. 뒤돌아보면 아쉬움도 있지만 후회도 미련도 없이 경영인으로서 만족한 삶을 살았다. 홀가분하게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떠나지만 평안엘앤씨는 언제나 내 마음 속에 있을 것이다”고 회환을 풀어냈다. 이어 “PAT를 만나는 모든 고객들이 매장을 나설 때, 더 나아지고 더 행복해 질 수 있도록 모든 임직원이 노력했으면 한다. 정직은 우리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것도 잊지 말자”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퇴임 후, 명예 회장으로서 경영 고문으로 활동하게 된다. 후임으로는 조재훈 부회장이 평안엘앤씨 김형건 사장과 공동 대표이사로 취임한다. 조재훈 부회장은 자동 제어기기 및 전자통신 시스템 장비 제조업에서 세계적인 기업인 하니웰의 케미컬 부문 아시아 총괄 사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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